친절한 불친절
앞의 [앉아있는 마트 캐셔가 불편한 사람은 누구?] 글을 쓰다가 문득 일본에서의 경험이 떠올랐다. 한국사람과 일본 사람, 그들에게 '고객을 위한 서비스'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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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의 일이다. 언제나 느끼지만 일본인들은 대개 무척 친절하다. 그 친절의 정점은 물건을 구입할 때마다 경험할 수 있다. 관광지에서 300엔짜리 젓가락을 살 때도 점원들은 돈을 가지런히 트레이로 받아 확인하며 (지폐일 경우 한 장, 두장 세서 확인시켜준다.) 포장지에 어떤 색 리본을 붙일지를 묻는다 (디폴트 값은 일단 포장이다. 웬만하면 물건을 구입할 때 일회용 봉투를 받지 않는 나도 색색의 귀여운 종이 리본을 보면 마음이 흔들린다.)
긴자의 백화점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위층으로 올라가는 중이었다. 에스컬레이터 옆 매장에서 구매를 마친 손님이 나오자 점원이 마중하며 정말 정확히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우와 진짜 많이 샀나 봐, 하고 친구와 나는 신기한 풍경에 잠시 눈길이 빼앗겼다. 그러나 친구와 나는 계속 놀란 채로 그 광경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는데, 왜냐하면 그 고객이 에스컬레이터에 탑승해서 그다음 층으로 사라질 때까지도 그 점원은 계속해서 90도 허리를 굽히고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 !!!!! 이 정도의 '친절'에는 도무지 익숙해질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이런 게 정말 고객을 위한 서비스인 걸까?
그런데 말입니다,
베를린에서 만난 몇몇 친구들은 이런 일본의 '서비스'에 칭찬일색이더라. 그들의 그런 서비스에 감동받았다느니, 기분이 좋았다느니 한다. 아니 너희들... 인권... 선진국... 유럽...료칸이라도 가면 감동해서 울 듯 ^^ 오랜 시간 얼마나 박한 대접을 받았으면, 하고 말았다.
베를린에 있을 때 동안 만난 사람들 모두가 입 모아 하는 말이 '독일 사람은 서비스에 인색'하단다. 심지어 독일인들도 이 말에 동의한다. 나는 내 테이블에 음식을 던지지만 않으면 별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 이 말에는 한 번도 동의한 적이 없다. 사실 그다지 불친절을 경험해 보지 않은 나는 내가 어려 보이는 아시안 여성이라서 그런 걸까, 하고 생각해 본 적도 있다. (실제로 여러 번 '좋은 차별'을 경험했다.)
내가 본 광경이 일본에서 일반적이지 않은 광경일 수도 있지만 일반적인 경우에서도 나는 이런 '서비스'가 불편하다. 너무 친절하다 보니 나도 절로 허리가 숙여진달까.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눈짓만 까딱, 하기엔 내가 너무 보통 사람인가 보다. 내가 주문한 포 Pho 그릇에 점원의 손가락이 담가지지 않는 정도라면 난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