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문단 쓰기 _ 5
가장 쓰기 어려운 문단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도입 문단과 종결 문단이다. 도입 문단에서는 독자에게 흥미를 전달해야 하고 종결 문단에서는 여운을 남겨야 해서 어렵다. 하지만, 도입 문단과 종결 문단을 쓰는 방법도 몇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 유형들을 숙지한다면 쉽게 도입 문단과 종결 문단을 쓸 수 있을 것이다. 먼저 도입 문단의 다섯 가지 유형에 대해서 알아보자.
첫 번째는 메인 주제의 일반화다.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특정 주제를 보편적인 일반화로 전달하는 것이다. 보편적인 생각을 전달하기 때문에 독자는 그 생각을 반박할 수 없어야 한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의 좋아요 기능은 유저의 인정욕구를 자극하여 SNS 중독에 빠트린다.’ 라는 메인 주제가 있다. 이 주제를 매끄럽게 전달하기 위한 일반적인 생각은 ‘타인에게 인정받으면 자존감이 높아진다.’다. 이 생각을 도입에 배치하면 독자는 반박할 수 없다. 아이디어는 제시는 넓고 보편적으로 시작해서 점점 좁혀나가는 역삼각형 구조로 짜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일화다. 전하고자 하는 메인 주제와 관련된 개인적인 경험이나 사건 일화를 도입에 배치하여 독자의 흥미를 자극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래를 사려면 과거를 지불 해야 한다.’라는 메인 주제를 전달하기 위한 일화는 아래 예시 문단처럼 쓸 수 있다.
폰을 쓰다가 새로운 앱을 깔려니까 저장 공간이 부족하다는 메시지가 떴다. 안 쓰는 앱을 지우고 최적화를 해도 깔리지 않아 갤러리에 있는 불필요한 사진들을 지웠는데도 앱이 깔리지 않았다. 다시 갤러리로 들어가 정말 나에게 필요 없는 사진이 뭔지 과거부터 최근까지 살폈다. 엄밀히 말해 나에게 필요 없는 추억은 무엇일까를 선택하는 과정이다.
미래에 필요한 앱을 깔기 위해 과거에 저장한 데이터를 삭제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이 일화 형식의 도입 문단을 통해서 ‘미래를 사려면 과거를 지불해야 한다.’는 메인 주제를 자연스럽게 이끌 수 있다.
세 번째는 인용이다. 메인 주제의 핵심을 견인할 수 있는 인용문을 도입에 제시하여 설득력을 높이는 방법이다. 아래 예시문을 살펴보자.
카피라이터 헬 스테빈스는 ‘감정(emotion) 속에 움직임(motion)이 그토록 많다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결국 뿌리는 같다.’라는 말을 남겼다. 카피를 쓸 때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마음을 움직이는 감정이다.
‘카피를 쓸 때는 감정이 중요하다’라는 메인 주제를 전달하기 위해 전설적인 카피라이터인 헬 스테빈스의 말을 인용하여 전달했다. 권위자를 인용하여 자기 생각에 힘이 실리고 설득력이 높아졌다.
네 번째는 키워드 정의다. 이 방법은 독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추상적인 개념의 키워드를 정의해서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인 주제의 맥락을 설정한다. 키워드 정의를 확인한 독자는 작가 말하고 싶은 생각의 맥을 짚어내어 글을 읽을 수 있다. 다음 예시 문단을 보자.
본질의 사전적 정의는 ‘사물이나 현상을 성립시키는 근본적인 성질’이다. 쉽게 말해 ‘A가 A일 수 있게 하는 단 하나’다. 펜을 펜이게끔 하는 단 하나는 쓰기고, 에어컨을 에어컨이게끔 하는 단 하나는 냉방이고, 카메라를 카메라이게끔 하는 단 하나는 사진 촬영이다
본질이라는 추상적인 키워드를 정의하고 이어지는 예시문을 통해서 본질의 정의를 이해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본질이라는 키워드를 정의하였기 때문에 독자는 여기서 정의한 개념을 토대로 이어지는 글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다섯 번째는 통계다. 메인 주제와 관련한 인상적인 통계는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아래 예시문을 보자.
우리는 무지개색을 ‘빨주노초파남보’ 7가지 색으로 보지만 실제로 무지개색을 컴퓨터 프리즘으로 분광하면 7가지가 아니라 207가지 색이 나온다고 한다. 인간은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아니라 인식할 수 있는 만큼 보이는 것이다.
‘인간은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아니라 인식할 수 있는 만큼 보이는 것’이라는 기존 통념을 반박하는 메인 주제를 제시했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서 컴퓨터 프리즘으로 분광한 무지개색의 통계를 도입문에 적용했다. 고정 관념에 반대되는 흥미로운 통계여서 독자의 호기심을 높일 수 있다.
다음은 종결 문단의 유형을 살펴보도록 하자. 종결 문단을 쓸 때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방법은 본문을 요약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독자에게 중복되는 내용을 전달하여 다소 지루할 수 있다. 본문 요약이 필요한 경우는 글의 내용이 길고 복잡해 정리해야 할 때다. 짧은 글이거나 간단한 구조의 본문이라면 굳이 종결 문단에서 다시 요약할 필요는 없다. 종결 문단의 유형은 크게 4가지로 나눈다.
종결 문단의 첫 번째 유형은 권고다. 글에서 주장한 메인 주제를 바탕으로 독자에게 어떤 행동을 촉구할 것인지 권고하는 방법이다. 다음 예시문을 보자.
역사를 알면 현재를 똑똑하게 살 수 있다. 우리가 역사를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역사를 몰라서, 둘째는 역사를 현재에 적용하지 않아서다. 역사를 잘 알면 현재와의 접점이 보인다. 현재와의 접점이 보이면 지금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있다. 역사를 알아야 한다는 건 개량 한복 입은 국사 선생님의 고리타분한 소리가 아니라, 똑똑하게 살고 싶다면 필요한 공부라는 거다.
위 예시문에서 작가는 역사를 알면 현재를 똑똑하게 살 수 있다고 한다. 똑똑하게 살고 싶다면 역사 공부가 필요하다고 독자에게 권고하고 있다.
두 번째는 예측이다. 메인 주제를 바탕으로 추측이나 예측으로 글을 마무리하면 독자에게 생각할 거리와 여운을 줘서 효과적인 종결이라고 할 수 있다. 아래 예시문을 보자.
결국 미래의 생존 방식은 힘이 강하거나 지식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얼마나 영민하게 박자에 맞춰 따라올 수 있는 사람인지에 달린 게 아닐까? 박치는 도태되고 그루버가 생존하는 것이다.
위 종결 문단은 미래의 생존 방식을 추측했다. 힘과 지식이 있어야 생존하는 것이 아니라 트렌드에 영민하게 반응하는 박자 감각이 있는 그루버가 생존할 것이라고 한다. 독자는 이 추측을 듣고 동의하고 반박할 수 있으나 충분히 독자에게 생각거리와 여운을 줬다고 할 수 있다.
세 번째는 해석이다. 개념이나 사실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하면서 독자에게 여운을 주는 방법이다. 이 경우, 통념을 바탕으로 한 고리타분한 해석이 아니라 신선한 해석만이 독자를 자극하는 종결 문단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래 종결 문단을 보자.
미니멀리즘은 선택이다. 무엇을 두고 무엇을 버릴지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현재를 살 것인지 미래를 살 것인지를 선택하는 거다. 현재를 선택한다면 지금 필요하지 않은 물건은 모두 버릴 수 있다. 미래를 선택한다면 버리는 건 요원하다. 맥시멀리즘은 현재가 아닌 미래를 선택한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이다. 우리 앞에 높인 건 버리거나 사야 할 물건이 아니라 현재 or 미래라는 시제다.
위 종결 문단에서는 버리는 것에 초점을 맞춰져 있는 미니멀리즘에 대한 일반적인 해석을 거부하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무엇을 버릴지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현재를 살 것인지 미래를 살 것인지 선택하는 것이라 한다.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하면서 독자의 생각을 자극할 수 있다.
네 번째는 대답이다. 첫 번째 문단에서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대한 결론적인 답변을 종결 문단에서 하는 방식이다. 첫 번째 문단과 종결 문단이 이어져서 글의 구조적인 완결성이 높아지는 방법이다. 아래 예시문을 보면서 질문과 대답으로 이어지는 종결 문단의 원리를 이해해보자.
1) 도입 문단의 질문
공감 능력은 감정의 영역일까? 이성의 영역일까?
2) 종결 문단의 대답
공감이라는 건 감정과 이성의 교집합 영역이다. 공감 능력은 감정에 대한 이성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개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건 감정만 풍부해서도 안 되고 이성만 강해서도 안 된다. 가슴으로 감정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어떻게 머리로 잘 이해하는지에 따라 달려있다. 그래서 이해 없는 공감은 동정이고 감정 없는 공감은 위선이다.
도입 문단에서 공감 능력은 감정의 영역일까? 이성의 영역일까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이 질문에 대해서 종결 문단은 ‘공감이라는 건 감정과 이성의 교집합 영역’이라고 대답했다. 질문에 대한 대답을 종결 문단에서 하면서 독자의 궁금증을 해소했다. 도입 문단과 종결 문단이 이어진 완결된 구조의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도입 문단의 다섯 가지 유형과 종결 문단의 네 가지 유형에 대해서 살펴봤다. 지금 소개한 포맷은 가이드에 불과하다. 이 가이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주제에 대한 많은 사고력과 배경지식 그리고 독자 타깃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가능하다. 그렇게 한다면 가이드에 매몰되지 않고 자신이 쓰고자 하는 글에 맞춰 충분히 응용 개발할 수 있는 도입 문단과 종결 문단을 쓸 수 있다. 다음 내용에서는 옳은 문단과 그른 문단을 비교하면서 좋은 문단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