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쁜 감정은 회사에 두고 오면 안되요?

타인의 영향력 / 마이클 본드 / 어크로스 / 2015.06

by 포말


엄마, 나쁜 감정은 회사에 두고 오면 안되요?


어린시절 나와 여동생은 저녁 6시면 분주해졌다. 맞벌이를 하시는 엄마는 6시쯤 퇴근을 하시고 30분이면 집으로 오셨다. 매번은 아니지만 간혹 집에 들어오시며 언짢은 표현을 하셨는데 그럴때면 우리는 얼어붙었다. 보던 TV도 끄고 어지러진 방도 치우곤 했다. 나와 동생은 그 언짢음이 항상 우리 때문인줄 알았다. 그래서 엄마 퇴근시간이면 항상 긴장을 했고 집을 치우기 시작했다. 어머니의 퇴근 목소리 기분에 따라 그날 저녁 잠들기까지 집안 분위기가 결정이 되었기 때문에 말이다.


몇년이 지났을까? 조금은 머리가 큰 나는 엄마한테 물었다. 의외로 어머니는 전혀 의식을 못하고 계셨다. 나는 용기를 내어 말씀을 드렸다.

"엄마, 나쁜 감정은 회사에 두고 오면 안되요?"

그 후로 어머니는 한번도 현관문을 여시며 언짢은 표현을 하신적이 없다. 항상 아들, 딸을 부르며 살갑게 대해주셨다.


그로부터 25년이 지난 지금 입장이 바뀌었다. 현관문을 열기전에 나는 큰숨 한두번으로 혹시 남아있을 감정을 털어낸다. 그리곤 밝은 목소리로 아들 두녀석과 인사를 한 후 아내와 눈맞춤을 한다. 그런다음 작은방으로 가 어머니께 인사한다. 밝은 목소리로.


비록 어린시절의 경험이었지만, 생생한 기억이다. 하루종일 동생과 웃고 떠들며 즐거운 일과를 보냈지만 퇴근하고 들어오시는 어머니의 목소리, 표정 등에 의해 한순간 집안 분위기가 어두워지기도 하고 유지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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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전염>

타인의 표정, 말투, 목소리, 자세 등을 무의식적으로 모방하고 자신과 일치시키면서 감정적으로 동화하는 경향을 뜻한다. __ 타인의 영향력 22p / <1. 타인의 감정은 어떻게 나에게 스며드는가> 중에서


책에서 저자인 마이클 본드는 위와 같이 감정 전염이라는 단어를 소개하고 있다. 그러면서 몇가지 사례를 들어주었는데 그중 우울증에 걸린 사람과 한 공간에 있으면 우울해지고, 웃어주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런 까닭에 일부 은행과 상점에서는 이를 이용하여 매출증대의 효과를 볼 수도 있다고 했다. 점원이 웃으며 인사를 건내면 손님 또한 친절하게 대응을 한다. 그렇게 선순환이 반복이 됨으로 손님이 늘어나며 매출이 올라간다는 이야기다. 생각해보니 나또한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photo-1507914372368-b2b085b925a1.jpg?type=w1 © brookecagle, 출처 Unsplash


'환영합니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B-21번 고객님 주문하신 '따뜻한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

'잔이 뜨겁습니다. 조심히 들어주세요'


그녀들은 정말 대단하다. 오늘도 난 그녀들 덕분에 하루를 밝고 따뜻하게 시작한다.


가끔 쉬는날이면 집근처 카페에 간다. 휴일이라고 집에 있으면 게을러지고 나태해질 나를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영이 끝나면 집에 들리지 않고 바로 카페로 간다. 대부분의 카페는 10시나 되야 문을 열지만, 내가 자주오는 이곳은 일찍 문을 연다.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한잔 시켜놓고 앉아 책을 보거나 글을 쓴다. 보통은 귀에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지만 이시간엔 그냥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는다. 워낙 이른시간이라 사람이 없을뿐더러 있더라도 다들 조용히 공부만 하기 때문에 굳이 수영으로 젖어있는 귀를 이어폰으로 막지 않아도 된다.


시간이 지나자 하나둘씩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아니 밀려온다는 표현이 맞을거다. 쉼없이 주문이 이뤄지고, 그녀들은 쉼없이 말을 한다.


'환영합니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A-25번 고객님 주문하신 '아몬드모카' 나왔습니다'


참 밝다. 따뜻하게 인사를 한다. 목소리만 그런게 아니라 방긋 웃고 눈이 마주치면 간단히 목례도 한다. 정작 내 잔을 받을땐 그렇게 세세하게 보지 못했지만, 지금보니 그렇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도 함께 기분이 좋아진다.



53e6d2464c51b114a6dc867cc22d337e083edbe3505873497c2772_1280.jpg?type=w1 © geralt, 출처 Pixabay


우리는 자신의 의지대로 삶을 주도한다고 여기지만 대개는 정반대다. 우리가 놓인 상황, 특히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짐작보다 훨씬 더 많이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한다.

__타인의 영향력 10p / <들어가며 - '그들'을 안다는 것> 중에서


우리는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이며, 내 삶은 내가 주도적으로 살고 있다 라고 알고 있다. 그렇지만 그것은 착각이다.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부분에서 타인의 눈치를 보고 살고 있으며, 어떤부분에선 내가 의식하지도 못하게 지배당하고 있다. 위에서 예를 든 두가지만 봐도 그렇다.


이런 영향력은 단순히 감정의 전염 넘어 집단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스포츠 경기의 응원을 할때 그런 경우가 자주 발생을 하는데 4년마다 한번씩 열리는 축구월드컵이나 올림픽을 보면 그렇다. 평상시엔 전혀 해당 스포츠에 관심이 없던 사람도 온 국민이 열정적으로 응원하고 각종 매스컴에서 다루는 모습을 보면 마치 원래 그랬던 사람처럼 행동을 한다. 어쩔땐 광장으로 나가 원래 골수팬이었던 것처럼 행동을 한다.


이런점을 이용해 오늘날 많은 집단과 단체들에서는 수많은 집회를 실시하고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일단 해당 집회에 참여를 하게 되면 연대의식이 생겨 그전보다 더욱 끈끈함으로 묶여지게 된다. 그래서 단체들의 처음시작은 모든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로 끌어들인다. 그런다음 조금씩 본인들의 속내를 비치며 사람들을 하나둘씩 동화를 시킨다.


그런 것은 특히 정치집단에서 잘 나타나는 모습인데 시작은 '세상을 바꾼다', '국민을 위한다' 라는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메세지로 시작을 한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여 연대의식으로 묶은후 조금씩 야금야금 본인들의 속내를 비친다. 그렇게 사람들을 변화시킨다. 빠져나올 수 없도록 만든다.


이렇게 변화된 사람들을 심리학에서는 '의존회피성'의 성향을 가졌다고 말하는데, 의존회피성이란 대중의 의견에 쉽게 휩쓸리고, 묵묵히 권위에 복족하는 성향을 말한다.




"악인을 비난하는 것보다 쉬운 일은 없다. 악인을 이해하는 것보다 어려운 일도 없다." 도스토옙스키의 이 말이 1961년 예수살렘의 한 극장을 개조한 법정에서 열린 나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의 공개재판에서만큼 절실하게 들린 적은 없었다. 그곳에 나치 잔학성의 화신이 있었다.

<중략>

그는 홀로코스트가 일어난 사실이나 그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스스로를 "작은 톱니", 그러니까 무력하게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부품"으로 표현했다.

__타인의 영향력 167, 169p / <5. 모두가 '예' 할 때 '아니오' 할 수 있는가> 중에서



나치 전범인 아돌프 아이히만의 이야기를 보다보니 우리나라의 과거가 떠올랐다. 일제시대 친일파, 4.3 사건, 5.18 민주화운동 등을 보며 그런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 자신은 '조직의 부속품' 일뿐 본인에겐 선택지가 없었다고 말이다. 과연 정말 그럴까? 하고 생각해보면 그건 정말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 '조직의 부속품'이라는 핑계에 사회가 '암묵적 동의'를 해주는 분위기가 있으니 말이다. 그러다 보니 그 이후에도 공직자를 비롯한 수많은 '조직의 부속품'은 권력의 불의한 명령에 쉽게 동의를 하고 악한 길로 빠지게 된다.


정말 큰 문제는 그런 행동들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오늘날까지 말이다. 핑계도 똑같다.

'명령에 따랐을뿐'


이젠 정말 이런 악순환을 고쳐야 한다. 우리사회가 다른 분위기를 조성해야만 한다. 악한 행동을 한 '조직의 부속품'에 정당한 죗값을 치루게 하고, 동일한 상황에서 '아니오'를 외쳐 불이익을 당한 사람의 영웅적인 행동을 인정해주는 사회 분위기 말이다. 그게 우리 국민의 힘으로 안된다는 말은 하지 말자. 그것을 악용해 정작 처벌받고 물러나야 하는 사람들이 법을 만들고, 고쳐가며 여기까지 왔다.


사람을 죽인 사람을 '작은톱니',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부품' 이니까 봐줘야할까?

아돌프 아이히만은 1962년 6월 1일 교수형에 처해졌다.




"독방 감금은 끔찍하다. 영혼을 짓뭉개고 다른 어떤 학대보다도 더 효과적으로 저항의지를 꺾는다. …… 이내 절망에 빠지며, 절망이야말로 막강한 적이다.

타인의 영향력 309p / <8. 혼자일 때조차 혼자가 아니다> 중에서



사람은 누구나 사회적으로 고립이 되거나 물리적으로 혼자있게되면 심신이 쇠약해지고 정상적인 삶을 살수가 없다. 실제 독방 등 강제로 격리된 사람들에게 그런 모습을 볼 수가 있다. 심지어 생명까지 위협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는 타인과 떨어져서 살 수가 없다. 항상 타인과 엮여서 살아야하고 반드시 그래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본성이다. 앞에서 본것처럼 작은 부분에서도 타인의 영향을 받고 그 작은것들이 모이고 쌓여서 '내'가 된다. 사람의 영향을 받고, 사회의 영향을 받고, 문화에 영향을 받는다. 의식적으로 받기도 하고 무식적으로 받기도 한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나', 타인의 영향력을 받는 '나'.

과연 '지금의 나'는 어떤 모습일지 돌아보아야 겠다. 내가 속해있는 집단에서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지 살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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