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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로카드 그 안의 이야기

프롤로그

by 오필

타로카드, 시대적 배경을 모티브로 한 창작물입니다.



프롤로그 (11세기)

이름 없는 거대한 대륙의 중심에는 네 개의 강대한 마을이 있었다.

대장간의 불꽃이 밤낮으로 타오르고, 발명을 모험처럼 즐기는 열정의 마을 아르도라.

바다내음과 노래가 어우러지고, 치유와 예술이 항구를 따라 피어나는 개방의 마을 마로바.

황금빛 밀밭과 목초지가 끝없이 펼쳐지고, 자원과 무역이 대륙을 잇는 풍요의 마을 테라노바.

거대한 도서관과 법정이 나란히 서 있고, 설계도와 시문이 사방에 흩날리는 지성의 마을 벤토라.


네 마을은 하나의 종교 아래 교류했고 축제에서는 함께 웃으며 잔을 부딪혔다. 그러나 각자의 길과 철학을 고집했기에 완전히 하나가 된 적은 없었다. 그저 각 마을의 왕들이 자신들의 땅과 백성을 지키며 나란히 서 있을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남쪽 바다 건너 사라센의 깃발이 들려오고, 그 뒤를 이어 북쪽의 바다에서는 바이킹의 돛대가 솟구쳤다. 불길이 번지듯 퍼지는 전운 속에서 네 마을 모두가 감당하기 어려운 파도 같은 위기가 밀려왔다. 그때, 세상 곳곳을 떠돌며 ‘신의 뜻’을 전하는 고행자가 한 소녀를 데리고 나타났다.


소녀는 마치 빛을 품은 듯한 눈으로, 신의 음성을 담은 목소리로 계시를 전했다.

“네 왕이여, 하나의 깃발 아래 모이라. 너희의 힘을 합쳐 이 땅을 지켜라.”

이 계시는 곧 각 마을에 퍼졌고, 교황 또한 자신의 신앙을 넘어 이 변화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벤토라 회의장

사라센의 공격을 간신히 막아낸 지 얼마 되지 않아, 네 왕과 교황이 벤토라의 대회의당에 모였다. 원탁을 둘러싼 자리에는 긴장과 경계가 흘렀다.


테라노바의 왕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하나가 되지 않으면, 우리 모두는 무너진다.”

그러자 아르도라의 왕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연합군을 꾸려야 한다면 누가 이끌 수 있겠는가?”

마로바의 왕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권력에 눈먼 자를 세운다면 전쟁은 시작되기 전부터 패배다.”

교황이 벤토라의 왕을 바라본 후 조용히 말했다.

“신의 뜻이 우리를 하나로 묶어줄 것이다.”

그 순간 회의당의 문이 열렸다.


고행자와 소녀가 들어왔다. 모두가 숨죽인 사이 소녀는 천천히 원탁 앞으로 다가와 말했다.

“신이 선택하신 이는 이미 전쟁 속에서 여러분 곁에 있었습니다.”


고행자가 문 밖에 있던 한 남자를 불러들였다. 그는 평화로운 시절에는 네 마을을 오가며 조용히 물품을 옮기던 운반자였다. 그러나 사라센과 바이킹의 침입 속에서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병사와 백성을 돕고 전장을 누비며 사기를 일으켰다. 그리고 권력도, 혈통도 없었지만, 용기와 지략으로 모두의 신뢰를 얻은 청년이었다.


벤토라의 왕이 나직하게 말했다.

“그의 이름은… 엘렉티오. 선택받은 자.”


고요한 회의장에서 왕들과 교황은 서로의 눈을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순간 모두가 한 마음으로 그를 인정했다. 이날 권력도 혈통도 아닌 능력과 신뢰로 황제가 세워졌다.

그날, 네 마을은 하나의 깃발 아래 모였다. 그리고 그날부터 네 마을을 하나로 합친 대륙의 이름이 정해졌다.

운명을 선택한 마을이란 뜻으로 탄생한 포르투나 엘렉티오.


신의 계시와 종교 그리고 인간의 선택이 함께 만든 대륙 최초의 황제와 도시의 이름이었다.

이는 타로카드 그 안의 이야기의 주요 배경이 되는 14세기의 포르투나 엘렉티오가 탄생한 11세기의 이야기이다.



-우리는 때로 운명을 거부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알고 보면 그 운명이 선택에 의해 결정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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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