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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은 Keyeun Lee May 30. 2022

기후위기를 주제로 인포그래픽을 만드시오

타과생의 미대 수업 도전기

이번 학기의 가장 큰 챌린지 중 하나는 타과생으로서 미대 수업을 들은 것이다.

요지는 인포그래픽과 데이터 시각화를 디자인과의 관점에서 배우고싶어 '정보인터랙션디자인'수업 강의에 도전하게 된 것. 과제는 UN의 지속가능한 발전목표 SDG 중 13번째 목표인 '기후행동'을 주제로 인포그래픽을 만드는 것이었다.


1단계: 리서치

해당 주제에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무엇일까를 고민하며 리서치 주간을 보냈다. 이에 먼저 질문을 고민하고, 질문에 대한 답을 어떤 데이터로 보여줄 수 있을지 데이터를 찾는 작업을 먼저 선행하였다. 답을 하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들여다보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했는데, 데이터를 전처리하고 어떤 인사이트를 뽑을 수 있을지 R로 다양한 실험을 진행해보았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에피소드가 있었다.  벚꽃 개화시기는 보도자료로만 데이터가 존재해서 직접 데이터셋을 보도자료들을 열어보며 구축해야하거나, Climate Risk Index 데이터는 pdf로만 존재해 adobe acrobat을 이용해 변환을 해준뒤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오타는 일일히 수정해주는 등의 작업을 거쳐야만했다. 다양한 데이터를 한꺼번에 살펴보기 위해 iso code를 중심으로 국가 데이터는 합쳐주는 등의 작업도 진행하였다.

구글 스프레드시트에 정리한 질문과 데이터


노션에 필요한 데이터리스트만 따로 정리해놓았다


종합해서, 본 인포그래픽은 다음 6가지 질문에 답하기로 하였다.

1. 지구의 건강을 위협하는 이산화탄소 농도는 왜 증가하는가?
2. 전세계에서 배출량이 가장 많은 국가는 어디인가?
3. 누가 기후위기로 가장 피해를 보는가?
4. 한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최대치를 언제 기록하였으며, 그 수치는 몇인가?
5. 이산화탄소 배출은 한국에 어떤 악영향을 끼쳤을까?
6. 한국은 2030년 이산화탄소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정책을 펼쳤는가?



2-1단계: 디자인 컨셉 정하기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 부분이었다. 족히 4번은 갈아엎으며, 옥석을 가려내는 시간을 견뎠다. 처음에는 '기후위기의 마지노선 1.5도'에 꽂혀 스케치를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깨달은 것은, 결국 스케치에서 내가 강조하고자 하는 바는 1.5도가 아닌, 한국의 탄소배출량 추이, 그리고 2030년까지의 감축목표라는 것이었다. 역시 생각만 할 때와 달리, 직접 스케치를 해봐야 본심(!)이 튀어나오는 것 같다. 따라서 한국의 탄소배출량 추이를 나타내는 라인그래프, 내지 면적 그래프를 작품의 큰 축으로 삼고 진행을 하기로 결정했다.

아이디에이션을 위해 레퍼런스 이미지를 잔뜩 찾아보다 문득, 큰 탄소배출량 면적 그래프가 마치 지구에 드리워진 '그림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탄소배출이 지구에 ‘그림자를 드리운다’는 컨셉으로 한국의 역대 탄소배출 추이를 나타낸 area chart를 그림자로 활용해 전체 그래픽의 무드를 잡는데 활용하였다.


다양한 스케치를 뽑아내며 이건 딱!이 아니야를 외쳤던 시간들




2-2단계: 폰트, 색감 정하기

사실 이 작업은 단계라기보다는 이때 시작해서 인포그래픽 끝날 때까지 계속 치열하게 고민했던 부분이었다. 색과 폰트가 조화로우면서도, 적당히 강조할 수 있는 컬러여야하며, 가독성도 고려해야했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경우의 수를 대입해보는 수밖에 없었다. 미대 친구들로부터 추천을 받은 사이트들 중에, 컬러를 정할 때 가장 도움이 되었던 사이트는 'coolors'다.

마음에 드는 컬러는 락을 걸어놓고 다른 컬러 조합을 찾을 수 있다

이미 사용하고있는 색 한두가지를 대입하면 이와 조화로운 다른 컬러들로 구성된 팔레트를 추천해주는 방식이다. (끊임없이 스페이스바를 누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3단계: 인포그래픽 요소 제작하기

인포그래픽에 들어갈 차트와 그래픽은 R, RAWGraph, 그리고 어도비 일러스트레이터를 활용하여 제작하였다. R과 RAWGraph로 차트를 뽑고나면 어도비 일러스트레이터로 그림자와 텍스트 작업을 하는 등 후처리를 하는 방식이다. 아이콘의 경우는 기존에 존재하는 아이콘 에셋을 그래픽 무드에 맞춰 살짝 변경해주는 식으로 제작을 하였다. 사실 차트를 뽑는 것은 어렵지 않다.




신경쓴 것은 annotation이다. 인포그래픽도 결국에는 목적이 '스토리텔링'에 있기 때문에 단순히 차트를 나열해서는 안된다.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게 차트를 설명해주고, 강조하고싶은 부분을 특히 말로 풀어주는 데에 초점을 맞춰 제작했다. A1 포스터로 제작을 할 거였기 때문에, 특히 이번 경우에는 자세한 설명이 더욱 작품을 풍성하게 보이는 데 도움을 주었다. 미로보드를 통해 같이 수업을 듣는 친구들의 코멘트를 받아, 이해가 어렵다고 말해준 부분을 중점적으로 보완을 해나갔다.





4단계: 레이아웃 정하기

막상 완성을 하고 보니 조잡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레이아웃을 신경쓰지 않고 감에 따라 요소를 마구 배치한 탓이었다. 이 과정에서 디자인적인 관점을 많이 배웠다. 교수님이 말씀해주시길, 조잡해보이는 이유는 3단 구성 등의 디자인 레이아웃 룰을 무시한 채 진행을 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요소를 다 밖으로 빼고 일러스트레이터 자 도구를 활용해 다시 레이아웃을 먼저 설정하고 그 다음 요소를 배치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그랬더니 한결 가독성이 올라가고, 작품이 정말 '완성'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레이아웃만 수정해도 작품의 무드가 달라진다




완성 후 느낀점

지구에 드리운 이산화탄소의 그림자가 짙어지고있다. 누군가가 드리운 그림자의
크기는 너무도 커서, 다른 사람들의 소중한 터전을 비추는 빛까지 빼앗아버리기도
한다. 반드시 한국이 2030년 감축목표를 달성해 지구에 드리운 그림자들을 몰아내고 떠난 빛을 되찾아오기를 바라며 인포그래픽을 제작했다.

작년에 제작한 쓰레기 매립지 인포그래픽 때보다 스토리텔링적인 측면에서 한층 발전한 인포그래픽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2000년부터 2020년까지의 탄소배출량을 나타낸 왼쪽 부분에는 기후위기의 원인과 기후위기가 초래한 결과를 보여주었고, 2030년까지의 추이를 나타낸 오른쪽 부분에는 2030년까지의 감축 목표를 부문별로 아이콘과함께 표현했다. 하단에는 전세계에서 배출량이 가장 많은 국가는 어디인가? 또, 누가 기후위기로 가장 피해를 보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국가별 탄소배출량과 climate risk index 수준을 소득수준과 함께 표현한 버블차트를 배치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기후변화 고위험 국가 28개국 중 19개국은 2020년 이산화탄소를 100t도 방출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또 한가지, 내가 정말 좋아하는 데이터 비주얼라이제이션 엔지니어인 Duncan Geere가 내가 신경 쓴 부분을 다 캐치해서 세심한 코멘트를 남겨주어서 더욱 행복했다. 지난 학기에 이 분의 Data Sonification 프로젝트에 대해 발표까지 진행한 적이 있어 감동이었다.

영어버전으로 인포그래픽을 따로 제작한 보람이 있었다


또또 한가지. 작업을 하면 할수록  아무래도 데이터 시각화 및 인포그래픽 제작이 내가 가장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허나 이 일로 어떻게 밥 벌어먹고 살 수 있을지가 계속 고민이 된다. 결국 내가 길을 개척을 해야하는데, 뭐든 남들이 만들어 놓지 않은 길을 걸어가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인 것 같다. 그래도 뭐라도 꾸준히 좋아하는 것을 하면, 찾아주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마음으로 이 좋아하는 마음이 변치 않게 계속 작업을 해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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