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골린이 생활> 15
스포츠 경기 시청을 별로 즐기지 않는다. 본다면 프로야구 정도. 그것도 내가 응원하는 팀이 이긴 경기 하이라이트 보는 것 정도만 챙긴다. 그런데 골프를 시작하고 자연스럽게 골프 채널을 돌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PGA 경기도 있지만 우리 선수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LPGA 경기는 더 눈이 간다. 우리 집 케이블TV의 경우 채널 100번부터 골프가 편성되어 있고, 이후 프로야구 중계가 있는 채널이다.
골프 채널을 보는 것은 골린이에게 어떤 도움이 될 것인가를 생각해봤다. 골린이에게 프로선구의 경기는 말 그대로 신들의 전쟁을 보는 느낌이다. 내가 최근에 봤던 최고의 경기는 2021년 11월에 열린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챔피언십이었다. LPGA 다승왕, 상금왕, 올해의 선수상이 걸린 중요한 대회였다. 고진영은 이날 얼마나 대단한 선수인지 보여줬다. 하타오카 나사가 따라오는 상황에서 고진영은 마지막 홀에서 안정적으로 플레이해 최종 합계 23언더파 265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고진영의 장점은 뭘까. 고선수에게 물으면 본인은 "딱 뭐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모든 부분을 꾸준하게 보통 정도 하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팬으로 고선수가 하는 경기를 보면 가장 큰 매력은 정말 멘털이 강하다는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거의 변화가 없다. 그런데 이 말에 골프의 정답이 있다. 모든 부분을 꾸준하게 한다는 것이 고선수가 가진 최고의 장점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고선수의 드라이버 시즌 평균 비거리 랭킹이 71위(2021년)~77위(2018년)로 70번대에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두 번째 샷이나(par4)이나 두세 번째 샷(par 5)을 핀에 최대한 가깝게 올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2019년에는 ‘114홀 연속 노 보기’ 기록으로 미국 남녀 프로골프 통합 신기록을 세웠다. 2022 시즌 첫 우승으로 ▲ 15라운드 연속 60대 타수 ▲30라운드 연속 언더파도 LPGA투어 최초다. 사실 고선수뿐만 아니라 박인비, 김세영, 김효주 등 지금 활동하는 최고의 선수들은 대부분 큰 기복이 없다. 물론 이들은 누구보다 성실한 선수임에 말할 필요가 없다.
프로선수들이 하는 경기를 볼 때 그럼 어떤 점을 배울까. 내 경우 가장 많이 느끼는 부분은 경기를 운영하는 능력이다. 보통 대형 국제경기는 4일 동안 4라운드로 진행된다. 18홀을 4번 치는 방식이다. 당연히 첫날보다는 마지막 날이 중요하다. 실제로 집중력도 마지막 라운드에 가면 최고조에 달한다. 메이저 경기의 경우 한 타가 수억 원을 좌우하는 일도 있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오랜 경험으로 어느 시기에 올라가야만 한다는 것을 감각적으로 느끼는 것 같다. 마지막 날을 앞두고 경우에 따라 10타도 차이가 작아 보일 때가 있고, 3~4타도 버거워 보이는 때가 있다. 우승을 노린다면 이런 상황을 읽고, 때에 따라서 도전이 필요하다. Ppar 5홀에서 과감하게 2 온을 시도해 이글을 노리는 방식을 쓸 수 없다면, 차이를 줄일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이런 모험으로 더 많은 것을 잃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요즘은 케이블 텔레비전에 스크린 골프 채널이 생겨서 상당히 애청한다. 스크린 골프는 많은 시스템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또 다른 장점이 있다. 또 내가 당장 스크린 골프를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관련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스크린골프 채널에는 이 분야에서 강자들도 있고, 야구선수 출신들이 골프에 입문하는 것을 다루는 영상 등도 다양하다. 아직은 시장 규모가 작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스크린골프의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텔레비전에서 골프는 가장 핫한 아이템이 됐다. 케이블방송뿐만 아니라 공중파나 종편 등에서도 골프에 관한 프로그램이 많이 등장한다. Tvn의 ‘골벤져스’, TV조선의 ‘골프왕’, JTBC의 ‘세리머니 클럽’도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요즘은 보기가 불편한 텔레비전 보다는 유튜브에 있는 영상들을 애청한다. 유튜브에는 적지 않은 골프채널이 있다. 유형은 몇 가지다. 우선 우리나라 골프티칭계의 유재석이라 할 수 있는 임진한 프로가 하는 ‘임진한클라스’(구독자 38만명 가량)처럼 실력자들이 하는 채널이 있다. 이곳에는 주로 티칭 하는 영상이 많아서, 골프를 배우는 이들에게 도움을 많이 준다.
프로선수 출신이 참여하는 ‘최예지 골프TV’(구독자 14.5만명)이나 ‘조윤성프로’(구독자 40.6만명) 등도 있다. 최예지 프로는 골프 게임을 하는 재미가, 조윤성 프로는 상세한 티칭이 매력이다.
요즘에는 연예인들이 하는 골프 관련 영상들도 좋은 호응을 받는다. ‘김국진TV_거침없는 골프’(구독자 21.8만명), ‘김구라의 뻐꾸기 골프 TV’(구독자 35.5만명), ‘홍인규 골프TV(구독자 24.8만명)’ 등 사이트가 영상 완성도가 높다. 이밖에도 유상무, 변기수, 장동민, 정명훈 등도 이 대열에 합류했는데 각기 특성이 있다. 김국진은 프로 테스트에도 참여했을 만큼 골프에 열정이 많은 연예인으로 알려졌고, 실제로 그렇다. 김국진은 이븐파 이하를 치는 날이 많을 정도로 실력이 출중하다. 김국진의 경우 샷이 OB가 되는 경우가 거의 없을 만큼 정확성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것은 샷을 할 때, 준비자세(어드레스)가 거의 없이 곧바로 스윙을 하는 루틴을 갖고 있다. 일반인들은 따라 하기 쉽지 않은 습관인데, 그런 샷을 갖게 된 계기도 궁금하다.
중국 톈진이나 베이징에 살 때 나는 테니스 동호회에서 활동했다. 그런데 어느날 잘 나오는 회원이 사라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나중에 들으면 가장 많은 케이스는 골프에 입문하면서 테니스에 흥미가 떨어진 경우다. 테니스를 치는 사람들은 움직이는 공을 친 경험이 많아서, 골프에도 금방 익숙해진다. 문제는 테니스의 스윙과 골프의 스윙 메커니즘의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두 개를 같이 익히면 이도 저도 안 되는 경우가 많아서 자연스럽게 골프로 이동하는 것 같았다. 또 내가 있던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중국에서 골프 하는 비용이 한국에 비해 낮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입문도 쉬웠다. 베이징에서 만나던 교우 가운데는 골프 관련된 매장이나 사업을 하는 분들도 종종 있었다.
그런데 골프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나이가 들어도 즐기는데, 제한이 덜하다는 것이다. 테니스의 경우 무릎이나 손목, 어깨를 과도하게 사용해서 나이가 들면서 하기가 어렵다. 반면에 골프는 무리하게 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나이가 들어도 하는데, 큰 지장이 없다.
이런 특성은 다른 운동 종목에 있는 이들에게도 골프로 오게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특히 야구선수들이 골프에 흥미를 갖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 가장 두드러지는 선수는 기아 투수 출신인 윤석민 선수다. 프로야구 시즌이 시작되어 해설도 겸하지만, 윤석민 선수는 골프에도 적지 않은 재능을 보이고 있다. 윤석민 선수는 드라이버 비거리가 300미터까지 도달한다. 투수의 경우 공을 던지는 데, 익숙한데, 골프의 메커니즘이 힘을 주는 게 아니라 던지듯 하는 스윙을 중시하는데, 그것과 맞는 것으로 보인다. 윤석민 외에도 한화 김태균 선수, 축구 이동국 선수 등도 골프에 관심을 갖고, 콘텐츠 제작에 적극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