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정글에서 꾸준히 살아남기
우리들은 자연스레 직장생활을 하며, 회사에서 적응하기 위한 여러 가지 것들을 알게 모르게 체득하게 됩니다. 상사가 기분 좋을 때 피드백을 요청하고,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눈치보며 슬쩍 자리를 피하는 것. 기분이 좋아보이지 않는 상사에게 티타임을 가볍게 제안하면서 분위기를 바꿔 보려 노력하는 것, 부사수가 나의 피드백에 지쳐 보여 표정이 좋지 않을 때는 칭찬 피드백 10번 더 해보기도 하고, 광고주 피드백을 전달해야 하는데 이미 거듭된 수정으로 인해 상심이 큰 유관부서에게 조금더 잘 둘러대어 쿠션어를 아주 퐉퐉 써가면서 자존감을 올려주고 수정본은 결국 얻어내고야 마는 것. 사실상 이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해 갖게 되는 그저그런 스킬들. 마음 편히 회사 생활을 하고 싶어서 간혹 해오는 행동들이지만 그러고 난 후에 정작 저를 돌보는 에너지는 사라지더라고요.
저는 7년째 큰 공백 없이 직장을 다니는 회사생활 유지어터입니다. 어떻게 이렇게 쉼 없이 오래 유지할 수 있었을까요? 간혹 친구들과의 대화를 하면서, '어떻게 이렇게까지 회사생활을 할 수 있었을까? 생각보다 쉬지 않고 잘 다녔네.' 싶은 마음이 듭니다. 그리고 여전히 15년 넘게 업계에 계시는 윗분들을 보면서 '내가 저 연차까지 과연 할 수 있을까?' 싶은 마음도 물론 듭니다.
체중을 유지하는 유지어터에게도 본인만의 식습관과 운동 루틴 등이 있듯이, 저에게도 큰 공백 없이 꾸준히 직장생활을 하는 유지어터만의 사생활이 따로 있습니다. 직장생활이 전부의 삶이 아닌, 저만의 사생활인 것이지요. 개인의 시간마저도 간혹 일하는 시간으로 쓸 수 있는 기획자이다 보니, 일과 개인시간이 매일 뚜렷하게 구분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당히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첫째, 혼자 할 수 있는 취미를 확장합니다.
광고회사에 다니면서 매번 느끼는 점은, 언제 야근을 하고 언제 주말출근을 또 불시에 하게 될지 몰라 약속을 맘편히 잘 잡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으레, '광고회사에 다니는 사람과는 친구 하는 게 아니야'라는 말이 장난처럼 붙듯이, 실제로 광고인들은 언제 끝마칠지 모르는, 당장 오늘의 저녁도 언제쯤 퇴근할지 모르는 한치 앞을 모르는 직업입니다.
그렇다 보니 친구들이 없이는 힐링을 할 수 없는 나날들이 길어질 바에야, 혼자 즐길 수 있는 취미생활을 하나둘씩 늘려가기 시작했습니다. 미술관에 가서 전시를 보거나, 카페에 가서 독서를 하거나, 모닝 러닝을 하거나.. 다양한 방식으로 저만의 건전한 취미를 확장해 갔습니다. 생각보다 나에게 대접하는 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은, 시작은 귀찮을지 몰라도 하고나면 굉장히 뿌듯해지고 마음이 다림질 하듯 골구루 잘 펴지는 기분이 들어 좋습니다.
둘째, 일 외에 몰입할 수 있는 것을 챙깁니다.
첫째의 내용과 다소 연결될 수 있습니다. 내가 일 외에 몰입하는 것이 취미일 수도 있으니까요. 대학생 시절의 저는 큰 취미랄 게 없었습니다. 취미라고 해봤자 공모전과 대외활동을 하고, 광고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최근 광고를 분석하고.. 거의 지금의 직업과 연계된 것이었습니다. 물론 그것도 참 좋은 취미들이었습니다. 다만 대학생 때와 직장인 때는 그 마음의 무게와 삶이 달라지더라고요. 오로지 일만이 취미가 되는 일보다, 그외에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는 것들을 만들어놔야, 내가 갑자기 일이 없을 때 버틸 수 있겠더라고요. 저연차 때는 너무 야근을 하는 삶을 살다가, 갑자기 집에 일찍 가면 대체 뭘 해야할지 몰라 허무한 때가 참 많았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그런 기분을 별로 느끼고 싶지 않더라고요. 개인적으론 그게 건강한 삶이란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일 외에 몰입할 수 있는 또 다른 공부를 찾아나섰고 그게 바로 외국어였습니다. 영어 강의를 찾아 듣기도 하고, 매일 꾸준히 전화영어를 하면서 그렇게 조금씩 계속해서 공부를 해나가고 있는데 집중이 분산되니 저절로 에너지를 분산시키면서 저만의 밸런스를 잡게 되는 경험이 좋았습니다. 물론 저연차 때는 일에 좀 더 집중해서 실수를 줄여나가고, 실력 향상에 목표를 맞추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도 같습니다. 이런 것들이 조금씩 익숙해져나갈 때쯤 그외 몰입 장치를 설정해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셋째, 운동을 하는 것입니다.
여러 번 강조해도 입 아프지 않은 것은 바로 운동이죠. :) 저도 운동을 즐기는 순간으로 오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도 같습니다. 자신에게 잘 맞는 운동은 분명 있을 거에요! 하나 마스터를 한 것 같으면 또 다른 운동 종목으로 또 확장하고 싶어지더라고요. 저는 필라테스를 5-6년 했는데, 이제는 다른 것도 해보고 싶어져서 수영이나 P.T 혹은 검도 등등 다양한 운동 중에 고민을 하고 있는 시기입니다. 하루에 1-2시간 운동을 하고나면 하루에 쌓아둔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뻐근하던 목과 어깨가 좀 평온해지는 것을 느낀 이후로 더 운동이 좋아졌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운동을 하면서 저만의 스트레스 해소 루틴을 꾸준히 지킬 생각이에요.
이렇게 회사생활 유지어터의 사생활에 대해 말씀드렸는데요, 조금 뻔하기도 한가요? 아무래도 사람들마다 하는 이야기가 비슷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근데 그만큼 검증된 방법이란 뜻이 아닐까요? 저는 이왕 일을 하는 거, 방학도 없는데 순간순간의 방학을 내가 직접 만들어서 즐겨줘야겠단 생각을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내내 일만 하다가 1년이 지나가버리고, 결국 남는 기억은 야근하고 팀원들이랑 야식 시켜먹는.. 그런 단조로운 일상들만 생각이 나더라고요. 물론 그 기억도 좋은 추억이기는 하지만, 조금 더 다양한 색깔로 반짝이는 일상을 보내고 싶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몸이 바쁘더라도, 조금 정신없더라도 꼭! 자신의 사생활을 챙기는 시간을 출근 전, 출근 후, 혹은 주말에 꼭꼭 눌러담아 잘 누리셨음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