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살아남기
7. 뜨거운 여름날, 핫도그 보트
독일 사람들은 여름이면 호숫가에 수영을 하러 자주 간다. 준비물은 간단히 수영복, 바닥에 깔 큰 수건, 몸을 닦을 수건, 간식으로 먹을 빵이나 사과등의 과일정도다. 아이가 있어도 마찬가지다. 구명조끼에 모래놀이에 튜브에 2박3일 캠핑가는 것 처럼 짐을 잔뜩 실지 않았다. 물론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는 것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일 것다. 적어도 내가 본 사람들은 아주 어린아이들은 그냥 맨 몸으로 놀게 하고, 조금 큰 아이들은 팔에 튜브를 끼우거나 이마저도 하지 않은 채로 노는 아이들이 많다. 어른들은 크게 태닝하거나 책을 읽는 두 모습으로 나뉜다.
아주 뜨거운 여름날, 우리는 더워서 녹아갈 지경인데 독일사람들은 여름동안 실컷 햇빛을 즐겨야 한다며 밖에서 보내야 한단다. 그래..우리도 여름을 즐겨보자!
Wansee, 베를린 남쪽에 바다같이 넓은 호수
Lauritz네랑 수영하러 왔다. 이곳은 호수인데 모래사장도 있고, 수심이 얕은 부분도 꽤 있어서 아이들이 놀기에 좋다. 가장 좋은 자리가 있다고 해서 따라간 곳은 뭔가 다른 세상 같았다.
햇빛이 가장 많이 드는 곳, 태닝하기 좋은 곳, 그래서 자연스럽게 생성된 누드존. 아... 이 어색하고 불편함..나만 그런건가? 가장 좋은 자리인만큼 이미 꽉 차 있었다. 젊은이들은 물론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 아주 시원하게 태닝을 즐기고 계셨다. 우리는 아무래도 다 벗을 자신이 생기지는 않았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우리는 그 누드존을 옷을 입은 채로 아무렇지 않은 듯, 그러나 새우눈을 한 채로 태닝하시는 분들을 모두 다 지나간 다음 작은 모래사장에 자리를 잡았다.
일반 실내 수영장은 깨끗 해 보이긴 하지만 소독약의 냄새와 피부의 간지러움은 자연스럽지 않다는 걸 말해준다. 반면 호숫가의 물은 이끼, 나뭇잎, 자갈돌 등으로 깨끗 해 보이지는 않지만 그대로 자연을 즐기며 햇빛을 즐길 수 있어서 숨쉬고 있는 느낌이다. 바다를 끼고 있지 않은 베를린에서는 여기를 바다와 마찬가지로 여긴다. 여기서는 수영, 물놀이, 썬탠, 카약, 스탠딩보드 등을 하며 2-3시간여를 놀다가 간다.
이 곳은 특이한 점이 두 가지가 있다.
자동차가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이 단 한 곳뿐이다. 장애인주차장 3칸을 포함하여 약 10대의 차를 세울 수 있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오는데도 겨우 주차장이 이것뿐이라니 믿어지지가 않아 혹시 모르니 길가를 따라 계속 둘러보았지만, 전혀 없었다. 인도와 자전거주차공간은 있지만, 자동차를 위한 공간은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주차장으로 돌아갔고 5분정도 기다리니 운이 좋게도 떠나는 차량의 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Lauritz엄마 Barbara에게 물어보니, 숲과 호수 등 자연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개인차량으로의 접근을 줄이고 자전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라는 취지라고 한다. 게다가 이에 대해 불만을 말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고, 그냥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린단다. 그리고, 당연히 장애인 주차공간은 계속해서 비워져있다.
핫도그 보트가 온다. 우리는 모랫바닥에 큰 수건을 깔고 누웠다. 1시간여를 물속에서 놀다가 작은 조개들을 줍고 잠시 쉬고 있는데, 멀리서 커다란 보트 하나가 온다. 왜 이쪽을 향해서 오고 있는 거지? 이상했다. 그 이상한 보트는 모래사장으로부터 약 100미터쯤 거리에 정차를 하고 종을 울린다.
딸랑딸랑~! 저게 모지? 핫도그 보트다!
마침 출출하던지라 신났다! 우리는 다시 물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핫도그보트는 무릎 높이 정도까지의 물이 있는 곳에 주차했다. 누드존에서도, 깊은 물 속에서도, 모래사장 이곳 저곳에서 사람들이 몰려왔다. 핫도그, 콜라, 아이스크림 등을 주문한다. 우리도 핫도그를 한 개씩 들고 룰루랄라 모래사장에 앉아서 맛있게 먹었다. 핫도그 가격은 2.5유로. 외부에서 팔고 있는 가격 그대로다. 무엇이든 밖에서 먹으면 더 맛있고, 놀다가 먹으면 더 맛있는 법!
뜨거운 태양 아래, 그늘도 없이 누워 있다가 깨끗하지도 않은 물에 들어가서 수영을 하다가 모래반 섞인 핫도그를 먹고, 젖은 몸은 햇빛에 말리고 모래가 마르면 툭툭 털고 그대로 집에 가는 이런 야생스러움.
엄마는 굉장히 어색한데, 이상하게 편안해... 넌 어땠니? 아무리 더워도 좋아. 핫도그 먹으면서 놀 수만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