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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재 Oct 23. 2021

놀이터에서 하는 생일파티

독일에서 살아남기

 8. 최고의 생일파티 장소, 놀이터!


 6월의 화창한 금요일, 유치원에서 가장 어린 친구 Zora의 생일파티에 초대받았다. 보통 또래 친구들을 초대하지만, 형제가 있을 경우 형제의 친구들도 초대한다.강민이는 Zora의 오빠 Rio와 친한 친구다. (파티는 모두가 즐거워야 한다는 개념이 기본) 

독일 아이들의 일반적인 생일파티 장소는 크게 두 곳이다. 집 또는 놀이터! (물론 테마파크, 키즈카페 초대 등 다양함) 집도 아이들이 뛰어 놀 수 있는 마당이 있을 경우만이고, 날씨가 좋은날 놀이터로 초대를 많이 하는 편이다. 물론 가정마다 다르겠지만,생일파티에는 몇 가지 일관된 공통점이 있다.


1. 초대명단은 생일 주인공이 직접 정한다.

2. 초대인원은 생일 주인공의 나이와 동일한 정도가 적당하다.

3. 장소는 집 또는 놀이터- 아이들이 편하게 놀 수 있는 곳으로 정한다.

4. 파티음식은 간단하게

5. 함께 할 놀이를 계획한다. (여름-물놀이, 해적놀이, 체육종목, 여가게임 등)

6. 초대장을 미리 보내고 참석여부를 정확하게 파악한다.

7. 생일선물은 가까운 장난감 가게에 미리 골라놓고 위시리스트를 만들어 놓는다.


Zora의 생일 파티 장소는 그들의 아파트에서 두 블럭 거리에 있는 동네 놀이터였다. 

놀이터에 도착해서, 가장자리 한 쪽 잔디밭에 작은 담요를 깔고, 평평한 곳을 찾아 준비 해 온 음식을 함께 셋팅했다. 우리는 독일 지인들의 최애간식 ‘군만두’를 준비했다.  눕고싶은 사람은 눕고, 못 걷는 아기들은 기어다니고, 잔디에 그냥 앉고 싶은 사람은 아무데나 원하는 곳에 앉았다.

직접 구운 케잌과, 누들 샐러드, 수박, 씨없는 포도, 주스, 과자, 파스타 등 비교적 간단한 차림이고 선물 대신 음식을 가져오기도 한다. 화려한 접시 따위 없이 락앤락용기 그대로 두고 뷔페식으로 먹고싶은대로 덜어서 먹는다. 나눠주거나 챙겨주지도 않고 먹고싶을 때 와서 먹는다. 풍선 두 개 달고, 아이들은 뛰어 놀고, Zora를 아는 어른 친구들도 오고,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친할아버지, 친할머니, 다들 각자 그들의 편한 시간에 나타났다. 

 엉뚱하고 재밌는, 아이들과의 그냥 막 바보같이 노는 토마스 친할아버지는 근처에서 연주 중이던 길거리 악사들을 스카우트해오셨다. 덕분에 생일 축하연주와 노래를 모두 즐겁게 불렀다. 그 어떤 오케스트라보다도 훌륭하고 멋졌다. 아이들은 음식을 먹다가, 놀다가 모르는 아이들도 어울려 축구를 하고, 어느새 많아진 아이들이 술래잡기를 하고, 그냥 평상시보다 조금 더 재미있는 특별하면서도 편안한 하루를 보냈다.

 

 한 어른 친구(아빠의 친구)가 들고 온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아이들이 우루루 몰려들었다. 선물 상자에는 기묘한 것들이 가득 들어있었다. 병원에서나 볼 듯한 주사기 (바늘없는 주사기 몸통) -> 물총으로 아주 인기 만점이였다! 마스크(병원놀이를 위한 것인 듯!) 탱탱볼, 비누방울, 여러모양의 젤리 등등 Zora를 위한 선물상자이면서 모든 친구들이 함께 나눠 가지고 놀 수 있는 보따리였다, 그래서 모두들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갑자기 감미로운 기타 소리가 들렸다. 잔잔히...아무 말씀 없이 조용히 앉아만 계시던 Zora의 외할아버지였다. 예전에 유명했던 고전가수 Georg Kreislerf 스타일 연주에 아인슈타인 닯은 외할아버지 한스는 경쾌하게 기타를 치고, 좋아하는 노래를 웃으며 부르시니 우리까지도 기분이 좋아졌다.

잔디밭에는 또 한번 아이들이 우루루 몰려있다. 개성이 넘치는 독특한 브라질리언 외할머니 소피아는 아이라이너를 꺼내서 페이스페인팅을 해준다. (소피아는 페이스페인팅이나 간단히 미술활동 재료를 항상 들고 다니다가 아이들이 많이 모인곳에서 꺼내신다.)


 이렇게 모두가 특별하지만 편하게 부담없이 쉬다 오는 기분으로 오후를 보냈다. 

아무도 스트레스없이.. 그냥 그렇게..없으면 없는대로..있는 만큼으로.. 억지로 시키는 사람이 없기에 하고 싶은 대로 하는..그리고 각자 가고싶은 시간에 돌아간다.


진행자도 없고, 화려한 음식을 준비하느라 지친 사람도 없고, 반짝거리고 거추장스러운 옷을 입은 주인공도 없고, 그저 여럿이 모여 즐겁게 웃고 배불리 먹고, 오랜시간 실컷 놀았던 날. 그게 독일의 평범한 아이의 생일 파티였다.아이들에게는 한 마디로, 

“생일파티날=실컷 노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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