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예기치 못한, 갑갑한 상황에 짜증이 났다.
숨을 크게 들이며 심호흡을 해봐도 이 짜증이 가라앉지 않았다.
그래서 참지 못하고 속에서 염불을 외우듯이 짜증을 외우면서 낙서하듯 짜증을 적었다.
"짜증 나 짜증 나 개짜증나 짜증나 짜증나 짜증나 짜증나 개빡쳐 짜증나 아악 짜증 나 짱나 빡쳐 개빡쳐 기분드러 짜증나 짜증나 짜증나 아아악 짜증나 죽겠네. 홧병나 뒤지겠네. 짜증나"
그랬더니, 기분이 더 가라앉고 더더 짜증이 올라와 홧병이 생길 것 같았다.
왜 '짜증'이란 글자는 생긴 것도 짜증 나게 생긴 걸까. 기분 좋던 사람도 '짜증'이란 글자 보면 짜증 날 것 같네.
그래서 이번엔 '짜증 나'를 반복 해서 더 짜증 났던 것처럼 반대로 평화, 이너피스를 반복해서 말하며 적어봤다. 그러면 맘 속에도 평화가 찾아올까 싶어서..
하지만, 평화를 외치는 중에도 짜증이 불쑥불쑥 외쳐졌고, 평화를 쓰는 와중에도 뾰족한 짜증을 나도 모르게 적었다.
이 짜증 나는 기분을 확 쏘지 않는 이상 홧병이 될 것 같았다.
내 분을 내가 못 참고 선을 넘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이번엔 다른 방법으로 책을 이용해 보았다.
배고플 때 맛있는 걸 먹으면 속이 든든히 채워지듯이,
마음의 양식은 책이라니까. 책을 읽으면 내 속에 가득 찬 뾰족한 짜증들도 살이 올라 둥글해질까 싶어서.
때 마침, 내 눈앞에 시화를 다룬 책이 있어서 펼쳐보았다.
처음 한 문장을 읽을 땐 너무 짜증 나있던 상태여서인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도, 꾹꾹 짜증을 눌러 담으며 책을 읽다 보니. 어느새 책 속에 빠지게 되었고, 홧병날 것 같던 짜증이 서서히 가라앉고 있음을 느꼈다.
정말 신기한 느낌이었다.
그 많은 책들 가운데, 어쩌다 시집을 골라서
그것도 시화라서 그랬을까?
시를 보고 시에 대한 해설을 읽고, 다시 시를 음미하다 보니 정말 놀랍게도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다.
시가 주는 위대한 감정을 새삼스럽게, 처음처럼, 느껴본 순간이었다.
(물론, 아침의 상황을 다시금 떠올리면 짜증이 불쑥 올라오지만, 시를 읽기 전처럼 짜증에 못이겨 안절부절하진 않는다.)
작심삶일 / 글: 김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