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신옥 Oct 09. 2024

가을 단상

~  가을에 온 친구  ~

제아무리 여름이 무덥고 길어도 가을은 오고야 말듯이

얼굴 본 지 오래되었다고 만사 제쳐두고 고향친구가 왔다.

대구에서 새벽에 집을 나서서 첫 기차 타고 서울까지 달려온 친구.

'언제 가을이 오나!'유난히 기다려온 올가을처럼 친구가 반가웠다.

우리는 지하철 역에서 만나 이름을 부르며 얼싸안았다.

새벽부터 먼 길 오느라 피곤함도 아랑곳없이

친구의 환한 미소가 밝고 따사로운 가을햇살처럼 퍼졌다.



친구와 함께 걷는 가을 공원 길은 평일 오전이라 한적하고 여유로웠다.




뭐 하느라 그리도 바쁘게 살아왔을까!

눈을 드니 하늘이 제일 먼저 들어온다.

늘 머리 위에 있어도 또 잊어버리고 있었던  하늘은 여전히 푸르디푸르다.

끝없는 가을하늘 속으로 들어가듯 하늘을 보며 걸으니

바쁘면서도 공허했던 세상살이가 저만치 물러가고

이 순간은 하늘빛만으로도 뭔가 충만하다.





가을의 참맛을 느끼게 하는 것은 역시 선선한 바람.

지쳤던 긴 여름을 잊어버리라며 마음의 여유를 선사해 준다.

땀 흘린 고생 씻어주려는 가을바람에

손에 잡힌 것 하나 없이도 마음이 넉넉해진다.







국화 만발한 공원길을 걸었다.

제철을 맞은 국화가 가을의 멋과 빛깔을 한층 더해주고 있다.  지지 않는 꽃이 어디 있으랴. 모두들 눈에서 사라지기 전에 어딘가 기억서랍에 넣어두고 싶어서 핸드폰 셔터를 눌러댄다. 예순을 훌쩍 넘은 우리들에게도 저런 꿈같은 시절이 있었는지 지나간 세월이 그리워졌다.




이야기 나누느라 세월아 네월아 많이도 걸었다.

서로 마음을 주고받으며 걷다 보니 나의 속뜰도 개운하고 아늑해진 느낌이다.

고향친구가 주는 마력인가 보다.




이 가을!

잠시나마 하늘과 바람과 꽃 속에서 환호하느라 내 마음이 생기를 얻은 듯하다.

 

이 가을!

하늘처럼 투명해지고 바람처럼 자유로워지고 꽃처럼 아름다워지고 싶다.


이 가을!

하루를 함께 했지만 짧게만 느껴진 친구와의 만남은 가을처럼 아쉬움이 남는다.

가을을 닮아 더 여물어진 우정을 마음 한 곳에 잘 간직해 두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중심 잘 잡고 있는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