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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신옥 Oct 31. 2024

눈물로 지어진 도서관

~ 못다 한 말은 가슴에 ~

엄마가 세상을 떠났다.

유난히 무덥고 길었던 여름도 끝나고

단풍이 붉게 물들기 시작하는 좋은 가을날 95세 생을 마감했다.

칠 남매 우리들 곁을 말없이 떠나갔다.      

마지막 1년은 요양원에서 버텼다.

나뭇가지 끝에 붙어서 스치는 바람에도 파르르 떨던 마지막 잎새처럼…….  



엄마가 사라진

우리들에겐 멈춰버린 세상이건만

세상은 여전히 잘도 돌아가고 있다니

나도 그렇게 무심히 살아왔구나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하는 말

모든  사람이 가야하는 인생길이고 삶의 절차라고~~

   

 


 95년 세월.

일제 강점기를 견디었고 육이오 전쟁 속에도 살아내었다.

칠 남매를 키우고 열세 명 손자손녀를 보았다.

엄마가 살아온 이야기를 다 풀어내면

눈물로 지어진 인생도서관이리라



결국은 생로병사

거동도 못 하고 치매로 고생이 심했다.

마지막 몇 달은 자식을 알아보지 못하는 엄마였다.

가족이리라 느끼고 보내는 애절한 눈빛에

엄마를 두고 요양원을 나오는 발걸음은 터벅터벅 무거웠다.      



입관하기 전

싸늘해진 엄마를 마지막으로 쓰다듬었다.

살아있을 때는 마음에 안 드는 것만 자꾸 생각났는데

돌아가시니 못해준 것만 새록새록 되살아나니…….          



아버지 곁에 합장을 했지만 엄마 홀로 맞이한 죽음

몸은 비록 흙에 묻혔지만

영혼은 천사의 손에 받들려

눈물 없고 고통 없는 천국에서 편히 쉬리라 믿는다.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고아가 되어 엄마를 아쉬워하고 그리워하며

못다 한 말을 가슴에 묻는다.

 '망각'이라는 슬픈 축복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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