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기다렸던가. 며칠 전까지도 서성이던 겨울 냉기가 싹 사라졌다. 하루 사이에 온기로만 가득하다. 먼 하늘에서 퍼져오는 봄햇살에 세상이 한결 환해졌다.
오늘 나에게는 첫 출간한 시집을 선물해 준 작가님이 ‘봄’이었다.
김경숙작가님이다. ‘달이 만든 실반지’라는 시집을 출간했다, 며칠 전 브런치 구독을 하다가 안신영작가님 글에서 만난 작가이다. 내가 좋아하는 ‘달’이 들어간 제목부터가 솔깃했다. 달빛처럼 글이 마음에 스며들 것 같은 예감을 댓글로 남겼다. 느낀 대로 쓴 댓글 한 줄이 우리를 이어 주기 시작했다.
안신영작가님이 김경숙작가님께 시집을 받아서 오늘 택배로 보내 주셨다.
나처럼 작가라면서 주로 읽기만 하는, 게으른 작가를 제외하면 역시 글을 쓰는 작가님들은 감성도 인정도 남달랐다. 내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는데 댓글에 공감되어 선뜻 책을 내어주셨다.
김경숙작가님의 순수함과 따뜻함이 시공간을 초월한 봄날을 선물해 주었다.
시집을 보내준 마음을 헤아려보니 책은 종이가 아니라 봄햇살이었다. 아직 겨울에 서성거리고 있던 내 마음에 한 줄기 봄햇살이었다. 어둡고 메마르고 얼어있던 마음을 촉촉하게 녹여주었다. 117쪽 책 보다 더 두터운 정이 가슴 한편에 자리했다. 오래오래 간직하리라.
오늘은 시집을 보내준 작가님이꽃망울 터뜨린 봄꽃이었다.
죽은 줄 알았던 나무에서 새순이 돋고 꽃이 피듯 무디어지고 무감각해진 내 마음에 꽃 피우는 삶을 일깨워 주었다. 시집을 보내준 마음이 무채색 세상을 아름답게 수놓아 준 봄꽃이었다.
안신영작가님은 봄의 전령사였다. 가슴 뭉클한 감동으로 봄을 안겨주었다.
속속들이는 모르지만 브런치 글로 미루어보건데 안신영작가님은 무척 바쁘게 살고 건강도 좋지 않다고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일부러 시간과 비용을 감수하면서 책을 택배로 보내주었다. 자신의 일만 챙기기도 바쁜 세상이다. 브런치의 인연을 생각해서 수고를 기꺼이 해준 안신영작가님도 나에겐 화사한 봄으로 다가왔다.
올해는 유난히 봄이 더디게 왔다.
그래도 이런 작가님 같은 사람들의 온정에 봄이 오고야 말았다. ‘봄’하면 꽃이지만 나에겐 꽃보다 사람이었다, 내 마음에 밝은 봄햇살을 비춰주고 고운 꽃을 피워준 두 분 작가님이다. 국가적으로도 혼란스럽고 불안정하고 힘겨운 요즘이다. 우리 주위에는 아직 이런 작가님들처럼 따뜻하고 밝은 햇살이 되어주는 분들이 있기에 어김없이 봄이 오나 보다. 우리 모두 서로에게 봄이 되어 준다면 더 살맛나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꽃이 피고 새가 노래하는 봄의 향연이 펼쳐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