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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wgonus 아빠토마스 Mar 05. 2024

잠시 머물다가 다시 돌아와야 해

도취

한 때, 나는 도취라는 단어에 계속 꽂혀있다.


도취: 어떤 것에 마음이 쏠려 취하다


특정 대상에 내 본연을 잊어버릴 정도로

정신을 놓아버린 상태일 텐데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내 자연을 팽개칠 정도로

나를 붙잡는 것이

누가 뭐라 해도 아주 해롭게 보인다.


그 세계에서 영원히 유영하고 싶을 정도로

행복과 황홀함에 깊게 빠져버려서 나갈 수 있는

출구를 찾을 필요도 없이 느껴진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이 나에게 남겨진 사는 날도

망설임 없이 버릴 수 있다면,

그만인 거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그러게,

"그 시간이 길어지면 허무해져, 이제부터 어떡할래?"

"삶은 고통이야, 네가 빠진 세계는 옳지 않아! "처럼,

이런 말은 귓등에도 내려앉지 못할 거다.




우리가 도취되지 않고

다시 돌아와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 육체를 가지고 땅을 밟고 살고 있기 때문에,

내 생각이 상상의 날개를 달고

알 수 없는 곳에 정착하더라도

몸이 살아있어야 생각도 덩달아

살아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이 애초부터 죽어있는 상태라면

그 어떤 것에도 도취될 수도 없다.


결국 도취된 시간이 길수록

몸에 소홀해지고 병과 죽음이 다가오기 쉬워진다.


사람은 언젠가 죽지만,

내 여생에서 나에게 도움을 받을 어떤 사람,

나에게 필요한 사람을 만날 기회,

내가 지금껏 알지 못했던 일이나 생각, 경험치를

모조리 날려버리는 거다.

어쩌면 돈으로 살 수 없는

이런 공짜의 상황들을 말이지.


몸이 아프면 고통으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도취에 더욱 깊이 빠지고 싶어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처럼 도취는 답이 없다.


결국,

받아들이는 사람의

육체적 정신적 상태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떤 것에 도취되더라도

반드시 현실로 돌아오는 삶이 건강하다.


언젠가 아버지께서는,

"자기 것에 지나치게 빠져있는 사람을 조심해라" 하고 말씀하셨다.


옳은 일이라도 지나치게 빠져있어서

돌아오지 못한다면

결국 '나' 자신을 잃어버리게 되니까.


나를 잃어버리면

나를 아는 모든 이들이 떠나버리겠지.


들풀도 이웃하는 꽃과 나무가 있지만

홀로 되어버리면 정말 답이 없다.

그냥 지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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