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힘, 그러나 나에겐 힘든
나만큼 반복을 싫어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이 말인즉슨, 나란 사람은 극도로 효율을 추구하고 성격이 꽤나 급하다는 뜻이다. 학생 시절에는 유난히도 반복해서 말하는 선생님의 수업을 듣는 게 여간 고역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귀에 피가 날 것 같았다. 반복이 싫어서 자동화라는 개념을 처음 접했을 때 푹 빠졌고, 일을 할 때에도 비효율을 최소화하기 위한 가이드라인 작성에 몰입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세상에 단 한 번만 하고 끝나는 일이 어디 있을까. 우선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매일 매일 반복해야 하는 일이다. 돌아보면 매일 매주 매달 매년이 조금씩 다른듯 변함없이 반복된다.
반복의 좋은 점을 애써 찾아 보면 이해는 되지만 여전히 마음은 완전히 내키지는 않는다. 당장 서점 웹사이트에만 검색만 해봐도 ‘반복의 힘’ 이라는 키워드로 쓰여진 책이 못해도 수십 권은 될 것이다. 반복만이 줄 수 있는 효과가 있다는 거다. 우선, 반복을 통해서 시행착오를 겪다보면 이전보다 어떤 일을 더 익숙하게 잘하게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악기 연주나 운동처럼 몸으로 하는 활동들, 체화시켜야 하는 루틴이 있는 경우 반복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느끼는 향상감과 성취감은 사람에 따라 굉장히 다르기 때문에 즉각적인 긍정 피드백이 원동력이 되는 사람은 반복을 지속하기 어렵다. 우리는 마법의 지팡이를 휘두르면 마법같은 결과가 짜잔 하고 나타나기를 기대하는 게으름뱅이들이다. 이런 반복은 그 일에 대한 처절한 열망이 있거나 성취하고자 하는 구체적 결과물이 있어야 가능하다. 어찌됐건 모든 행동은 내 시간과 내 노력을 들여 기대하는 결과를 얻기 위한 일종의 투자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글을 써내려 가다 보니 내가 정말로 싫어하는 것은 무조건적인, 무의미한 반복이다. 한 번을 반복하고, 두 번을 반복하고, 다섯 번, 열 번, 백 번을 반복 해도 반복하지 않았을 때와 차이가 없다면 내 기준에서 그 반복은 정말로 무가치한 것이다. 반복을 싫어하는 만큼 그것이 주는 효용을 극대화하려고 애를 쓰고, 머리를 굴린다. 매 반복에 새로운 요소와 방법을 추가해 보고 다채롭게 접근해본다. 나 자신을 ‘반복하는 사람’이 아니라, ‘발전하는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