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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번째 키워드: 소비

you are what you consume

by 언디 UnD

260만원 짜리 명품 가방

30만원 짜리 100층 호텔 1박

500만원이 넘게 드는 유럽 자동차 여행

57만원 비용의 수영 수업

190만원 짜리 악기

첫 직장 다닐 때 왠지모를 오기로 덜컥 사버렸던 명품백, 회사 휴양소를 통해 숙박해본 서울의 랜드마크 초고층 호텔, 얼마가 들지 정확히 모르고 시작해 부르는 게 값이 되어버린 이탈리아 자동차 여행, 죽기 전에 한번은 생존수영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받은 1:1 입영 과외, 그리고 어릴 때 배웠던 플룻을 조금이나마 이어가고 싶어 셀프 동기부여용으로 구입한 중급 플룻. 누군가에게는 저런 데 돈을 왜 써?싶은 목록일 수도 있다.

살까 말까 하면 사지 말아야 한다’는 말도 있지만, 나는 위에 상술한 엉뚱하고 근본 없는 소비들이 모두 귀중한 경험이다. 물론 반복해서 같은 소비를 할 것인지는 또 다른 문제지만, 해봐야만 안다는 점에서 불법적이거나 유해한 소비를 제외하고는 주관적으로 의미 있는 것이 소비 경험인 것 같다.


나는 소비가 한 사람을 나타내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특히 액수가 커지면 커질수록 더 그렇다. 소비 금액에 해당하는 만큼 돈을 벌어 사용할 수 있는 배경과 상황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한 사람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내가 과소비를 하고 있는지를 확인해볼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 있다. 집에 택배가 오면 동거인 혹은 가족에게 떳떳하게 내용물을 보여줄 수 있는가? 이 질문에 언제든 YES라고 대답할 수 있다면, 그리고 결과적으로 불화나 잔소리가 야기되지 않는다면 그럭저럭 낭비 없는 생활을 하고 있는 삶일 거다.


하지만 타인에 의해서 정당화되는 소비라는 게 과연 있을까? 결국 자신의 필요와 만족을 위해 잠깐 통장에 오가는 숫자들을 소진해가는 활동이 소비인데, 기왕이면 가장 높은 효용을 주는 선택지를 택하는 것이 그 숫자에 대한 예의일 것이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면서 소비를 하게 된다면 후회할 가능성이 높다. 개인취향 존중이 필요한 영역인 거다.


소비가 두 가지 이유에서 확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첫 번째로 세상에 물건은 거의 무한대에 가까울 만큼 많아서 비교우위의 물건은 늘 있고, 사도사도 끝이 없다는 것, 두 번째로 나를 위한 소비를 넘어서서 다른 이를 위한 소비가 되었을 때 받는 사람도 주는 사람도 기분이 꽤 괜찮다는 것이다. 소비를 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잘 벌어 잘 쓰는 게 건강한 목표 같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고 하는데 살아볼수록 그 말이 정말 딱 맞다. 그렇다면 쉽게 잘 벌고 멋있게 잘 쓰는 사람이 되어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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