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 수 없는 약속
모든 변심은 서운하다. 나의 변심이든 다른 사람의 변심이든. 변심의 동기는 단순히 충동일 수도, 그보다 더 깊숙한 이유일 수도 있지만 뭐가 됐든 처음에 가졌던 마음이 바뀐다는 것은 그 자체로 조금은 슬픈 일이다. 그러고 보니 보통 나쁜 감정에서 좋은 감정으로 변심했다고 하지는 않는 것 같다. 같은 편을 배신 하는 것도 변심 혹은 변절이라고 부르지 않는가. 우정 사랑 존경...그 모든 좋았던 것들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느낌이기도 하다.
단어 표현 자체에만 국한 되지 않는다면 ‘마음을 바꾼다’ 라거나 마음을 고쳐 먹는다는 건 조금 더 넓은 의미를 가진 것 같다. 오히려 불안전하거나 부정적인 마음 상태에서 조금 더 발전적인 지향점으로 향해 가는 기분이다. 마음을 바꾸는 게 꼭 나쁜 일만은 아닐 지도 모르겠다. 또 내 마음이 특정한 방향으로 움직일 때 나의 삶이 생생하게 작동 되는 느낌을 느끼기도 한다. 움직인다는 것은 변화를 시작 했다는 것이고 그 변화가 유익하고 좋은 방향에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첫 마음을 기억하는 일은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이러쿵저러쿵 해도 나는 신의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기 때문에 언젠가 내가 큰 마음을 품었던 일에서, 사람에게서 마음이 떠난다고 느낄 때 나 자신에게도 묘하게 섭섭함을 느끼기도 하는 것 같다. 내가 한 때 사랑했던 모든 것들에게 변심해서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새롭게 애정하게 된 모든 것들에게 이 마음을 꼭 지키겠다고 약속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