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도 여행할 수 있는 방법

먼저, 좋은 음악과 사진첩을 준비하세요.

by 언디 UnD

https://www.youtube.com/watch?v=Pv2mBnAN8ww&feature=youtu.be

오늘 글을 위한 BGM, Jake Troth - All over the world

아는 사람만 알았으면 하는 부끄러운 고백

나는 전형적인 ‘초반 부스터형 인간’이다.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오면 거의 즉각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가 머릿속에 그려지고, 늦어도 하루 이틀 안에 착수하고, 행동으로 옮겨야 직성이 풀리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그 열정을 일정하게 유지해서 끈기 있게 완성된 일련의 결과물로 이끌어내는 일이 상대적으로 좀 버거운 편이다. 아니 사실, 그렇게 반드시 해야만 한다는 생각도 시작 단계에서는 거의 안 드는 것 같다. 폭발적 열정과 지속성 부족은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이나, 다른 한 면은 거의 신경 쓰지 않거나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나 자신을 발견하면, 가끔 조금 부끄럽기도 하다. 하지만, 어떤가? 내가 이런 사람인 걸. 그저 한번 더 열정을 갖게 할 일을 찾으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맘 편히 생각해버리고 만다. 그렇게 2020년에 시작한 취미만 3개가 넘었다.


지극히 이기적인, 그리고 공적인 글쓰기 활동

글쓰기는 나에게 있어서 단순 호기심으로 새롭게 시작했던 취미들과는 조금 다른,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유는 차차 글을 써 가면서 말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최근에는 조금 더 오래 공을 들여 글을 쓰고, 시간이 지난 후에도 그 열매를 맛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 한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다. 12월 1일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100일 연속으로 글을 쓰면 지불한 참가비를 전액 환급해 주고, 그중 1명의 작가를 뽑아서 책 출판을 도와주는 미션을 컨셉진 매거진에서 진행 중이다.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는 말 그대로 100일 동안 100개의 글감이 있어야 하고, 시차 없이 잘 진행하기 위해 미뤄두었던 과거지사를 정리하며 꽤 빡빡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간 쌓아놓고 방치했다는 죄책감을 쓱싹 쓱싹 밀어내고, 그 시간을 뜨겁게 살았던 나를 다시 만나고 싶어서이다.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고, 이 글이 모두에게 노출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지만 사실 굉장히 이기적인 동기로 글을 쓴다. 나는 나를 위해서 글을 쓴다. 그리고 그게 누군가에게 한 조각이나마 어떤 움직임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 더없이 행복할 것 같다. 호기심이든, 위로든, 공감이든, 자극이든 말이다.


나만의, 누구나 가능한 Re-traveling 방법

여행, 해외여행, 인천 공항 국제선, 일상 탈출...

단어만 봐도 설레는 이 말들을 직접 뱉어본 지가 언제던가. 근데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되었다. 새로 계획한 여행을 하는 것도 좋지만, 이미 했던 여행을 다시 곱씹어보는 것도 좋다. 과거를 추억하는 것을 그다지 즐기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까먹는다고 해서 지난 여행의 맛이 조금도 덜해지지 않는 것 같다. 오랫동안 꺼내보지 않은 추억들은 언제든 발견되기를 기다리고 있었고, 나는 요즘 글쓰기를 하면서 그 기억들이 더 정갈해지고 선명해짐을 경험하고 있다.


[내가 만난 세상] 매거진북에서 적고 있는 것처럼, 내가 경험한 특별한 이벤트가 있었기에 글감이 꽤 많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이 기회에 글로 깔끔하게 캡슐화해보기로 했다. 근데, 글 한편을 쓰는 데에 주어지는 24시간이라는 시간은 결코 길지 않더라. 그때그때 정리하지 않는 내 습관으로 인해 모든 그 당시의 기억이 흐릿하게 머릿속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다 보니 다시 제자리를 찾아 앉혀주는 데에 시간이 필요했다. 글쓰기가 단순한 시간 순서의 정리가 아니라, 소재의 선택과 집중에 따라 그 내용과 몰입력이 판이하게 달라진다는 것을 알기에 더 신중해지기도 했다. 재미있는 것은, 내가 이 과정을 통해 노력하지 않아도 그때를 다시 여행(Re-travel)하고 있는 기분이 들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언제나 여행할 수 있다. 외부 상황이 얼마나 팍팍하든 시간을 내어 창의적인 방법으로 여행할 수 있고, 심지어 내가 가보지 못한 곳일지라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최근 종종 들여다보곤 했던 '이태리 부부'라는 youtube 채널은 코로나 시대에 여행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랜선 이탈리아 투어를 제공하기도 한다. 풀 영상이 몇 시간쯤 되어 끝까지 보지는 못했지만, 정말 내가 좋아하는 이탈리아 그곳에 있는 것 같은 현장감이 느껴져서 좋았다. 영상 컨텐츠가 이렇게도 활용될 수 있구나, 새삼 시대의 변화에 눈이 번쩍 뜨여지는 기분이었다. 이렇게 다른 이의 여행도 내 것처럼 여행할 수 있고, 내 것은 스마트폰 속 갤러리만 열어도, 아니면 먼지 날리는 외장하드에 처박아둔 여행을 리플레이할 수 있다.


이때 효과적인 것은 현재와 비슷한 계절에 했던 여행을 추억하는 일인데, 계절적 효과 때문인지 그때 그날의 온도와, 감정과 입으로 느꼈던 맛과, 사람들의 분위기까지도 생생하게 떠오르게 해 준다. 좋은 음악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최대한 한국에 있는 걸 잊어버릴 수 있도록, 외국 냄새 물씬 나는 곡이나 연주곡도 좋다. 음악은 시간을 여행하게 해주는 마법 같은 힘이 있다.


브런치는 모든 삶의 책방이다

옛날 옛적 초등학교 국어 시간에 "책의 가치"에 대해 배울 때가 떠오른다. 벌써 20년도 더 되었으니 그때의 책은 아마도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직업 작가들이 쓴 책을 의미하는 거였을 것이다. 그때 들은 책의 중요한 가치는 "간접 경험"이라고 했다. 내가 직접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고, 그 경험을 내 것처럼 여길 수 있게 된다는 것이었다. 내가 우주에 가보지 않았어도, 내가 과학자가 아닐 지라도, 그걸 해본 사람들의 생각을 책을 통해 읽고 내 머리로 상상해보고, 더 큰 꿈을 상상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이해를 했었다. 그게 어린 나이에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엄청난 경험만이 책으로 써낼 수 있는 내용이라고 은연중에 받아들이게 되었던 것도 같다.


하지만, 사실 우리는 모두 여행하고 있고, 그 여행 이야기는 경험해보지 않은 누군가에게는 해보지 않은 여정이 된다는 것을 믿는다. 내가 있는 이 곳이 누군가에게는 세상 반대편 끝이며, 미지의 여행지라는 메시지를 제주도 한 카페에서 만난 적이 있다. 이 말이 내 마음에 남아 종종 떠오르는 이유는, 아마도 내 삶이 누군가에게는 가슴 뛰는 간접 경험이자, 인생 책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가 아닐까. 브런치가 모든 삶의 책을 모아놓은 책방이라면, 난 거기에 꽂힌 읽고 싶은 책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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