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와 직장인의 존엄 2

정말로 괜찮은지를 물어봐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

by 언디 UnD

쌩얼로, 마스크를 낀 채로 출근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나는 내 책임을 다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고, 책잡히는게 싫었고, 억하심정도 들었다.

(질본에서 포스터에 예쁘게 써준 '몸이 아프면 쉬기' 같은 수칙은 그냥 허울뿐인 따듯한 배려임에 분명했다.)

나는 평소처럼 일찍 출근해서 아무렇지 않게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켰고, 뒤이어 출근하는 팀원들에게 최대한 밝게 인사했다. 그들은 나를 보자, 출근을 해도 되냐는 의문을 표했다. 나는 재택을 할 수 없는 상태이고, 업무를 처리해야 하니 다른 방법이 없다. 몸이 완벽히 나은건 아니지만 괜찮아졌고, 지금 일할 수 있는 상태이니, 바로 사내 병원에 가서 정상이라는 확인서를 받은 뒤에 정상 근무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이었고, 내 계획 그대로였다.)


무대뽀인 나의 태도에 팀원들의 반응은 이러했다.

"그래도 자가격리 명령을 받으면 출근을 하면 안되는 것 아니에요?"

"뭐, 본인이 괜찮다고 하면 괜찮은거죠. 사무실 출입도 된건데.."


나는 더이상 어떠한 말도 덧붙이고 싶지 않아서 재빨리 사무실을 빠져나와 확인서를 받으러 사내 병원으로 갔다. 예상과는 다르게 복잡한 상황이 되고 말았는데, 사내 병원에서는 통상 며칠동안을 무조건 쉬어야 하지만, 필요하다면 먼저 인사팀의 확인을 받고 다시 병원으로 오라고 했다. 전화 연락을 해보니, 인사팀에서는 당연히 내가 사무실 출입을 하는 것조차 금지하고 있었고, 정해진 기간의 자가격리를 완수하지 않고서는 출근할 수 없다고 딱잘라 거절했다. 이말인즉슨, 나는 컴퓨터를 켜놓고, 짐까지 두고 온 사무실로 다시 들어갈 수 없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었으니, 결론은 재택이었다.

"나의 재택근무를 가능하게 하라."가 유일한 대안이었고, 팀원 모두가 마주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팀 리더는 나서서 본인이 스텝 바이 스텝으로 시스템을 돌려보겠다며, 내 컴퓨터 비번을 불러달라고 하고, 여기서부터는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 사실상, 다른 팀원 한명이 도맡아서 도움을 주면 되는 일인데 아무도 그것을 해야 할 이유가 없고, 원하지도 않아보이니 리더가 그 역할을 감당하게 된 것이므로 리더도 당혹감이 컸을 것이다.

팀 리더, 또다른 팀원의 도움이 함께한 2시간 가량의 지원 끝에 어찌어찌 겨우 시스템에서 꼬인 문제를 해결했다. 드디어 재택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휴... 그리고 휴.)


집에 돌아온 뒤, 각성된 몸이 사그라들지 않아서

부들거리는 몸과 정신을 부여잡고 회사 시스템에 접속을 시도했다. 여기서도 약 20-30분이 더 걸렸으니, 업무 대응을 하지 않는 것을 책망받을까봐 확 긴장감이 높아졌다. 약으로 버티고 있는 나에게, 각성 이후의 몸의 고됨은 두 배로 더 크게 느껴졌다. 간신히 눈을 뜨고 메신저가 오지는 않는지, 메일이 오지는 않는지, 언제나 나에게 휴식의 공간이 되어준 우리집 거실 한중간에서 보이지 않는 사투를 벌였다.



이게 직장인의 운명인건가.



잠깐 짬이 나자, 나는 어제 오늘 나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해 성찰하기 시작했다.

왜 어느 누구도 정말 내가 괜찮은지,

얼마나 아픈 건지, 좀 더 쉬어야 하는 건 아닌지,

물어봐주지 않았을까.

왜 이 곳에서 나의 존재 가치는 내가 처리해야 하는 일의 양만큼인지,

왜 나의 부재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자격이 없고, 부족한 책임감으로 인한 민폐일 뿐인 건지.

사람들은 자기들에게 필요한 만큼의 호의만 베풀고, 그렇지 않으면 날카롭게 돌아서는지.


그 어떤 것에도 답을 내릴 수가 없어 멍해진 나는 기계적으로 키보드를 두드렸고,

마우스를 움직이며 내 몸의 건강보다 긴급한 일들을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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