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와 직장인의 존엄 1

눈칫밥 먹는 재택보다는 아픈 출근이 낫다.

by 언디 UnD

토요일 오전, 평소와는 다르게 몸이 쉬이 일으켜지지 않았다.

머리가 어질어질하기도 하고, 몸이 으슬으슬하기도 한, 여름 치고는 반갑지 않은 몸의 신호였다.

미리 정해진 일정들이 있어 어쩔 수 없이 일어나긴 했으나, 졸리고 자꾸만 눕고 싶어 지는 컨디션은 좋아지지 않은 채로 주말 이틀이 지나고 말았다.

월요일 오전, 상태는 더 악화되어 목이 부어올라있었고 몸살 기운은 한층 더 무거워졌다. 꽤나 아침형 인간인 나의 몸이 이 정도로 말을 안 듣는다는 것은 회사에 연락을 하고 쉬어야 함을 의미했다.


'안녕하세요, 제가 오늘 몸이 많이 좋지 않아서, 병원을 들렀다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참고 부탁드립니다.'


회사에 간단히 연락을 하고, 급히 병원에 가서 주사와 약을 받았다. 그리고 우선 출근을 했다. 열은 없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사내 병원을 가보니 감기 증상만 있어도 자가 격리를 일정 기간 해야 된다고 했다. 회사에서도 공식적으로 허용해 주는 것이니, 이후에 출근 관련한 결재를 받으면 된다고 했다. 그렇게 귀가 확인서를 받고서 회사 업무와 관련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채로 우선 집으로 돌아왔다.


'리더님, 죄송합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어서 출근을 하지 못하고 집으로 가게 된 상황입니다.'

'아, 걱정 마시고 일단 몸부터 회복하세요.. 중요한 업무 백업에 대해서는 나머지 팀원들하고 오후에 회의해볼게요.'


사실, 이 때는 일단 몸이 죽겠으니 약 먹고 좀 쉬어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메시지를 보내고, 약에 취해서 한참 잠들어 있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회사 인사팀이었다.


"안녕하세요, oo님, 좀 괜찮으신가요? 자가 격리는 휴가가 아니기 때문에, 재택근무하셔야 되는 것 아시죠?"

"아, 네.. 대충 들어서 알고는 있어요. 그런데 제가 지금 노트북이며, 사외 업무와 관련된 결재며 하나도 받아 나오지 못해서 당장은 좀 어려울 것 같은데요. 또 팀 내 어느 분께 콕 집어 제 재택근무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하기가 좀 애매하니 팀 전체에 관련 안내 메일을 보내주실 수 있을까요?"


전화를 끊기가 무섭게 동시에 팀 리더로부터 전화가 왔다.


"oo님, 방금 회의를 해봤는데.. 팀원들의 의견에 따라 재택근무를 하셔야 될 것 같습니다. 팀원의 의견을 들어보니, 결재만 진행되면 사외에서 회사 서버에 접속이 가능하다고 하더군요. 몸이 아픈 사람에게 이렇게 바로 이야기를 해서 나도 좀 마음이 안 좋지만, 양해해주고 필요한 게 있으면 내가 처리를 해줄게요."

"아.. 그래요? 네, 안 그래도 직전에 인사팀에서 연락을 받았습니다. 번거로우시겠지만, 결재가 필요하니 진행해주시면 세팅되는 대로 업무 시작하겠습니다."

그런데 말 끝에 리더가 이런 말을 흘리는 것이었다.

"근데.. 다른 팀원들이 기가 세네.. 아주 강력하게 피드백을 줘서 내가 뭐라 하기가 힘든 상황이었거든 ㅎ"

".........아...."


솔직히 내 정신이 내 것이 아닌 상황이었지만, 그가 무엇을 전달하고자 하는지 명확히 이해가 되었다.

당시에 긴급한 업무들이 엄청나게 쏟아지는 상황도 아니었고, 며칠에 지나지 않는 자가격리 기간 동안 나에게 할당되는 업무를 일부분 다른 팀원들이 나눠서 처리해줄 것이라고 리더는 어느 정도 기대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게 웬걸. 회의를 열고 이야기를 해보니, 모두가 한마음으로 입을 모아 재택근무를 해야 하며, 충분히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민망하지만, 요구사항에 대해 그저 묵살할 수만도 없는 리더는 나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전달했던 것이다.

간접적으로나마, 자가 격리자인 나에 대한 여론이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얼른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게 세팅을 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어 아까 직전에 전화가 왔던 인사팀 번호로 다시 전화를 걸었다.

기대하지 않았던 반전은, 그 번호는 엄밀히 말하면 자가 격리자에게 재택근무를 안내하는 인사팀 담당자의 것이 아니었다. 전화를 받은 후 뱉는 멘트를 들어보니, 사내 민원 고충 상담을 하고, 관련 문제를 대신 전달해주는 CS센터와 같은 역할을 하는 담당자의 번호였던 것이었다. 나는 약간 얼이 빠져서 팩트를 체크했다.


"인사팀에서 재택근무 안내하는 담당자분 아니신가요?"

"아.., 음.. 네, 그런 건 아니고요."

"그럼 제가 속한 팀에서 누군가 민원을 넣어서 재택근무를 하도록 안내해달라고 요청한 건가요?"

"....."


약간의 정적이 흘렀고, 나 또한 할 말이 없었다. 내 몸 상태가 어떠하건, 이 회사와, 팀원들이 바라는 한 가지는 나의 "정상적인 노동 제공"과 "주어진 책임 완수"였다는 생각에 치가 떨리고 황당했다. 일을 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과, 정말 일을 하기 싫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그 이후에 통상적인 퇴근 시간이 지나서까지 나의 재택근무를 성공적으로 이루려는 여러 팀원들의 움직임을 보고, 또 뜻대로 잘 되지 않는 사외 업무 시스템 때문에 속이 타는 동시에, 이게 이렇게까지 해야 할 일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사외 접속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시간은 흘러 밤이 되었다.


몸이 아픈데, 마음이 더 착잡하고 아파서, 잠이 들면서 생각했다.

'이럴 바에 내일은 회사에 가서 코로나 증상이 아님을 확인받고 정상 근무를 하는 것이 좋겠다.'

나는 진심으로 내 몸이 나아지길 기도했다. 2월 초에도 같은 이유로 재택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이정도로 아프지는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재택이라는 환경 자체가 너무나 압박적이고, 피로하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업무를 해야 한다면, 여러 가지로 원활한 환경에서 하는 게 낫고, 아파도 사내에서 아파 죽는 게 낫다고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이 되었고, 나는 잠에서 깨서 약봉지를 챙겨 출근 준비를 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사무실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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