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에게 말을 거는 시간

by 윤슬

가끔은 하루가 너무 길게만 느껴질 때가 있다. 해야 할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마음은 그저 멈춰 서 있다.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고 싶다가도, 막상 숫자를 누르려 하면 다시 멈추게 된다. 그럴 때 나는 조용히 창가에 서서 외로움과 마주한다.


외로움은 늘 나를 따라다니는 그림자 같아서 피할 수 없는 존재다. 예전에는 그것을 지우려고 애썼다. 스케줄을 만들어 바쁘게 움직이고, 무언가에 몰두하고, 사람들과 억지로라도 웃으며 지내는 방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알게 되었다. 외로움은 지워야 할 대상이 아니라, 나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게 해주는 조용한 동반자라는 것을.


마루를 떠나보내고 난 뒤, 나는 더 깊은 외로움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곳은 차갑고 텅 빈 동굴 같았다. 아무 소리도, 아무 위로도 닿지 않는 곳. 하지만 오래 머물다 보니, 그곳에도 작은 빛이 스며든다는 것을 발견했다. 눈물이 고여 빛을 반사하는 순간들, 슬픔이 나를 다 덮어버릴 것 같다가도 어느새 마음을 적셔 조금은 편안해지는 순간들이 있었다.


나는 그때부터 외로움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오늘은 많이 힘들다.” “네가 있어서 내가 조금 더 솔직해질 수 있어.” 외로움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묵묵히 곁을 지켰다. 그 침묵이 오히려 내 마음을 감싸주었다.


시간이 흘러 호두와 함께하는 지금도 외로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예전처럼 두려운 존재가 아니다. 가끔은 호두가 잠들어 있는 밤, 그 고요 속에서 나는 다시 외로움과 마주한다. 그리고 속삭인다. “너도 결국 나의 일부구나. 너와 함께 내가 더 단단해지고, 더 깊어지는구나.”


우리는 모두 각자의 외로움을 안고 살아간다. 그것을 감추려 애쓸 필요도,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다. 외로움은 우리를 더 진실하게 만들고, 마음의 결을 더 섬세하게 다듬는다.


오늘도 나는 외로움에게 말을 건다. 어쩌면 그것은 나 자신에게 말을 거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렇게 나와 화해하는 시간이 쌓일수록, 삶은 조금 더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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