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목소리

낯선 목소리 속에서 나를 만나다

by 윤슬

우연히 휴대폰을 보다 자동 저장된 음성파일을 열어보았다

이 낯선 목소리가 나라는 것을 인식하는데 몇 초가 걸렸다. 내 안에서 나온 것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는 것 같았다. 조금은 어색하고, 조금은 거리감이 느껴진다. 그럴 때면 내가 나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실감하게 된다.


낯섦은 불편하다. 동시에 흥미롭다. 내가 나를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목소리 하나에도 이렇게 이질감이 생긴다. 이건 단순히 소리의 문제가 아니다. 내가 나를 대하는 태도, 내 안의 또 다른 나와의 거리와 닮아 있다.


우리는 늘 자기 자신과 대화하면서 살아간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종종 너무 작거나, 혹은 너무 날카로워서 귀를 기울이기 어렵다. 나는 나를 위로하다가, 금세 몰아붙이고 채찍질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내 안의 나는 점점 낯선 사람이 되어버려서 마치 오래 연락 끊긴 친구 같기도 하고 쉽게 마음을 열기 어려운 타인 같기도 하다.


녹음된 목소리를 들으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 목소리도 결국 나인데, 왜 나는 자꾸 도망가고 싶을까?’ 나를 마주하는 일이 버거워서일까. 아니면 스스로를 끝내 믿지 못해서일까.


외로움의 근원도 여기에 있는 듯하다. 사람들은 외로움이 곁에 아무도 없어서 생긴다고 말한다. 하지만 진짜 외로움은 내 안에서 시작된다. 내 안의 나와 닿지 못할 때, 내 목소리를 스스로 받아들이지 못할 때, 그 깊은 틈이 외로움이 된다.


낯선 목소리는 그래서 일종의 초대장 같다. 익숙하지 않은 그 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내가 잊고 있던 나와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순간은 조금 두렵다. 하지만 동시에 따뜻하다. ‘아, 이 목소리도 결국 나였구나’ 하고 인정하는 순간,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이 생긴다. 나의 내면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은 의외로 큰 위로가 된다.


나는 여전히 녹음된 내 목소리를 들으면 어색하다. 하지만 예전처럼 도망치지 않는다. 낯설다고 느끼는 그 순간이 바로 나에게 더 다가갈 기회라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목소리는 내 삶을 기록하는 작은 흔적이고, 그 안에는 내가 놓치고 싶지 않은 진짜 내가 숨어 있다.


결국 우리는 평생 자기 자신과 살아야 한다. 그렇다면 언젠가는 내 안의 낯섦을 받아들여야 한다. 녹음된 목소리를 낯설지 않게 듣게 되는 날, 나는 비로소 나와 가까워져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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