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 여행자의 일기 #1

왜 오로라였을까?

by 오궁

[이 글은 2016년말 캐나다 옐로나이프로 다녀온 오로라 여행을 32편으로 기록한 글의 일부입니다.]


아내는 추운 겨울, 추위를 견디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는 자작나무 숲에서 오로라를 보고 싶다고 했다. 해외여행의 유일한 로망이 그것이라고 했다. 유럽이나 미국이며, 동남아의 리조트 같은 것에는 아예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것은 곧 향후 몇 년간 우리 가족에게 해외여행이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오로라를 보러 간다니. 오로라 하면 당장 떠오르는 지역이 꽃보다 청춘에 나왔던 아이슬란드 아니면 핀란드, 캐나다 같은 곳이었다. 다른 지역과 묶어서 여행하기도 어려운 곳이고 더구나 이동거리며 비용도 만만치 않을 여행이라 ‘응, 그렇구나. 하지만 쉽진 않겠네.’하고 묻어 두고 잊고 살았다. 막연히 생각해도 오로라를 보러 갈 정도면 해외여행을 이골이 날 정도로 다녀서 이제는 오로라 같은 것도 한 봐줄까 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우리는 신혼여행 이후로 해외여행을 간 적이 없으므로 그런 범주에 들지 못했다. 다만, 아주 가끔 오로라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을 때만 아내의 로망이라는 것을 떠올리곤 했다.

오로라는 아니라도 우리 부부는 하늘을 좋아한다. 그것도 밤하늘. 별이 초롱초롱 빛나는. 봄과 가을 사이에 아이들과 함께 캠핑이라도 가게 되면 아이들이 모두 잠든 늦은 밤에 나무 사이로 빛나는 별을 보는 걸 참 좋아했다. 별을 보며 아이처럼 좋아하는 아내를 보면서 나도 덩달아 행복했다. 새삼 생각해 보니 캠핑은 아내와 나에겐 작은 우주여행이었다.

우리 나라에서도-이걸 우리 나라라고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일년에 한 두 번 우주쇼가 펼쳐진다. 유성이라는 이름보다 예쁜 이름을 가진 별똥별이 밤하늘을 수놓는다는 날에는 아이들의 의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60킬로미터나 떨어진 강화도로 내달렸다. 기대와는 달리 많은 별똥별을 보지는 못하지만 어두운 하늘에 총총히 박힌 별을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좋았다. 스펙터클한 장면을 보지 못한 아이들은 돌아오는 차안에서 투털거리며 잠이 들었지만 언젠가 너희들도 좋아하게 될거라는 말로 위로했다.

실제로 존재하되 물리적으로 심리적으로도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어서 상상 속의 존재와도 같은 오로라는 그저 우리 부부의 버킷 리스트 바닥에서 몇 번째 정도에 불과한 글자 그대로 희망사항이었다. 별이 쏟아지는 밤도 감지덕지였던 우리에게 오로라가 찾아 온 것은 그야말로 우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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