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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짧은 생각

처서

짧은 생각

by Eli



먼저 난 순서대로

잎이 진다.


먼저 떨어진 잎은

이른 봄 다시

새 잎을 내겠지.


올해 겪어 낸

꽃 핌과 상실은

내년 봄

새 잎으로 다시 살아나

처음처럼

뜨겁고 차가운 계절을 지나가겠지.


잎을 떨구는 나무는

떨어진 잎들을 쳐다보지 않는다.

다음 계절을 예비하기에.


먼저 난 잎이

지나는 사람 어깨에 툭 떨어졌다.

그 잎을 들여다보니

먼 들판으로 밀쳐두었던

주소 없는 그리움이

계절보다 앞서 슥-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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