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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raetic sensibility Feb 25. 2021

가끔, 내가 낯설어요

                                                               

                                                           ‘도쿄에서 만나.’



그날 사고가 났다. 먼저 가 있겠다던 그와 연락이 닿지 않았고, 파리에서 떠나는 일본행 비행기는 모두 결항이었다. 나는 공항 벤치에 앉아 전광판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빨간 글씨가 떠오를 때마다 세상이 십 분씩 기우는 것 같았다. (2011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일)


삼일. 칠십 이 시간. 사천삼백이십 분. 연락이 오기까지 시간은 촘촘히도 흘렀다. 그 시간 동안 내가 한 일은 오로지 도쿄로 가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었다. 여기저기 전화를 하고, 찾아가고. 떼를 쓰다 결국 눈물을 쏟으며 돌아서기를 반복했지만.




사랑은 때로 겁이 없습니다. 죽음도 보이지 않을 만큼. 할머니는 늘 말씀하셨어요. 가장 소중한 건 나라고. 저도 그런 줄 알고 살아왔는데 그렇지 않은 순간도 있더라고요. 나는 아무래도 좋은, 그럴 때도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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