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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 민 Jun 30. 2020

안녕, 나의 고양이

소소글#1

 집을 나서는데, 현관 계단에 고양이 한마리가 누워 있었다. 평소 집 앞 골목에서 자주 보이던 턱시도였다. 원체 사람을 무서워하는 애가 아니었기에 더워서 쉬다 가려나 보다-라고 생각했고 조심스럽게 현관 유리문을 열었다.
 그런데 웬일인지, 평소라면 반갑다거나 밥을 달라는 등의 이유로 울며 다가올 녀석이 꿈쩍도 하지 않고 그저 누워있는 것이 아닌가. 평소와는 조금 다른 녀석의 모습에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적잖게 당황했다. 혹여 어디가 다친 게 아닌지 이곳저곳 살펴보았지만, 외관상으로는 아무 이상도 없어 보였다.

 재빨리 집으로 돌아가 쓰지 않는 작은 도자기 그릇에 밥과 물을 가득 담고 다시 한번 이 녀석 앞에 섰다. 그제야 턱시도는 우렁찬 목소리로 미친 듯이 울며 나에게 달려들었고, 나는 이 녀석이 배가 고파 움직이지 못한 것이 아닌지 생각했다. 비가 올 수도 있고, 지나다니는 사람들 소리에 놀라 도망갈 수도 있으니 주차장 쪽으로 밥과 물그릇을 넣어놓고 멀리서 녀석을 지켜봤다. 주변을 조심스럽게 살피더니 슬금슬금 밥 앞으로 와 허겁지겁 사료를 먹는 턱시도를 보자니 마음이 살짝 아렸다.




 언제부턴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 사이에선 '나만 고양이 없어.'라는 말과 함께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했다. 그런데도 아직 고양이를 미워하고 아니꼽게 보는 시선들이 존재한다. 싫어하고 미워하고 무서워하는 마음을 이해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모두의 사정이 다르니까. 그렇지만, 조금만 더 고양이에 대한 시선이 누그러지면 좋지 않을까, 내 사정이 이러하고 저러하듯,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고양이를 여러 시선으로 바라봐 줄 순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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