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ine, I'm aging
지난 주말, 자주 보는 무료 운세가 아주 좋게 나왔다. 운세를 유심히 보기 시작한 건 지난해 11월이었다. 운세가 아주 좋지 않게 나온 어느 날이었다. 7, 8, 9번 갈비뼈에 금이 갔다. 건강 챙기자고 시작한 운동, 체육관에서 하필 금이 갔다. 그러곤 그 운세 어플을 신뢰해 버렸다. 우연의 연속은 한 사람에게 운명을 단정 짓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까닭에 운세가 맞지 않는 날도 운세와 맞는 사건들을 대입해 믿어버렸던 것 같다. 사람의 하루는 마치 인생처럼 희로애락이 모두 녹아있는 것을 잊어버리고 있던 탓이다. 머피의 법칙이라고 했던가. 모든 것들이 무너져버린 주말이 찾아왔다.
그날의 운세는 90점으로 아주 좋다고 나왔다. 활동적이었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그러나 그 모임에 후회만이 남았다. 나의 말과 행동에 대해 다시 되돌아보게 됐다. 너무 많은 말을 했던 것. 곱게 쌓은 탑은 올릴수록 더욱 취약해진다. 가슴속에 태도에 대한 기준을 세워뒀더랬다. 경박해지지 않고자 하는 일종의 나 혼자만의 수련. 이를테면 묵언수행 같은 느낌으로 많은 말을 하지 말자고 규칙을 세워뒀는데... 타인이 어떻게 느낄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내가 한 말들에 대해 굉장한 불만으로 이를 곱씹으면서 후회를 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결국, 나의 기분과 선택을 스스로의 의지가 아닌 운세에 내맡겨 경솔한 행동을 해버린 것. 많은 말은 실수를 낳는 법이니까.
스무 살이 넘어서 청년부 목사님께 찾아가 물어본 적 있다.
- "목사님, 성경에서는 왜 술을 마시지 말라고 하는 건가요?"
목사님은 말씀하셨다.
- "마셔도 됩니다. 다만 성경에서는 술이 실수를 하기 때문에 절제하라는 차원에서 그리 얘기한 게 아닐까요? 술을 마시고 선하고 좋은 일들을 나눌 수 있다면 좋겠지만, 절제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실수가 생기는 법이니까요."
말도 마찬가지다. 정제된 말이라도, 많은 말은 실수를 낳는 법이다. 무너진 탑을 다시 쌓아 올리기로 했다. 이제는 나 아닌 무엇에도 의지하지 않고 올리기로 다짐했다. 그리고 나 자신이 왜 이렇게 말을 했을까에 대한 고찰을 해본 결과, 욕망에 의한 마음상태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최근에 느낀 바, 욕망은 한 번에 다발적으로 일어난다. 식욕, 성욕, 성취욕, 수면욕 등 해소되기 전까지 몸과 마음을 끊임없이 배회한다. 욕망은 중독과, 중독은 습관과 긴밀히 연관돼 있다. 탑을 튼튼하게 쌓을 수 있도록 내가 어떤 습관을 가지고 있고, 어떻게 고쳐야 할지 되돌아봐야겠다. 탑을 무너뜨린다는 건 새로이 쌓는다는 것이다. 소멸과 창조는 동일선상에 있다.
모든 걸 무너뜨려라. 그리고 새롭게 쌓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