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언가를 오랫동안 꿈꿔왔다.
출근길과 퇴근길에도, 하늘을 보고, 사진을 찍고, 글을 쓸 때에도 늘 무언가를 떠올리고 상상했다. 꿈과 관련된 영화를 보고, 노래를 들고, 책을 찾아 읽었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저녁에 눈을 감는 순간까지, 내 삶의 모든 순간에 나는 무언가를 간절히 찾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럼 꿈에 그리던 그 어떠한 삶이, 손에 닿을 만큼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누군가 나에게 그게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마음속으로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어느 곳에서의 어떠한 삶, 어딘가에 있을 무언가를 찾고 있다고. 그것은 아주 희미하게 내 머릿속에서만 존재하는 꿈이었다. 내가 꿈꾸는 삶을 살 수 있는 곳이 분명 이 세상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그곳에 가기만 하면 분명 내가 꿈꾸는 무언가가 있을 거라고 늘 믿었다. 그래서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그곳이 어디인지를 찾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한국에 있을지, 북유럽에 있을지, 지중해 어딘가에 있을지. 그저 좋아하는 일을 놓지 않고 기다리기만 하면 언젠가 그곳에 닿을 수 있을 거라고, 그럼 내가 원하는 삶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나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면서 그 무언가를 간절히 찾았고, 언젠가 그 꿈을 마주하게 된다면 반드시 알아볼 자신이 있으니 뚜렷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처음 제주에 왔을 때, 이것이 내가 꿈꾸던 삶이라 생각했다. 시골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자연을 감상하고 여유롭게 사는 것. 그러나 이 삶도 오래가지 못했다. 남편과 함께 '다시 육지로 돌아가야 할까'라고 고민했던 시간들도 있었다. 모든 것이 부질없다고 느껴졌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쉬고 싶었다. 환상의 섬이라 불리는 제주가, 더이상 우리에게는 환상의 섬이 아니었다. 우리가 만났던 사람들은 이곳에 살고 있는 우리를 부러워 했고, 우리는 오히려 행복한 표정으로 여행을 하고 있는 그들이 부러웠다.
'사람들은 현실을 벗어나 제주로 여행을 오는데, 제주에 살고 있는 우리는 지치고 힘들어지면 어디로 여행을 가서 쉬어야 하지?'
우리는 오히려 지치고 힘들 때마다 서울로 여행을 갔다. 둘 다 서울에 살아본 적은 있어도 서울로 여행을 간 것은 처음이었다. 그곳에서 우리는 모든 것을 잊고 쉬면서, 또다른 설렘을 느꼈다. 우리는 더욱 즐겁게 살고 싶었다. 제주에서의 삶은 행복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결국 육지에서와 똑같이 평범한 직장생활의 반복일 뿐이었다. 서울에서 우리는 오랜만에 행복을 느꼈다. '어쩌면 이곳에 더 다양한 꿈과 기회가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그것은 우리의 착각이었다. 우리가 서울에서 느꼈던 행복의 이유는 현실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곳에서 우리는 현실을 잊고, 많은 생각을 하고, 잊고 있던 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얼마 뒤, 남들에게는 환상의 섬이지만 우리에게는 현실이 되어버린 제주로 돌아왔다.
나는 왜 행복하지 않다고 느꼈을까. 나는 자유롭고 싶었고, 좋아하는 일들로 내 삶을 가득 채우고 싶었다. 하지만 디자이너의 삶은 자유와는 거리가 멀었다. 마치 디자인이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들을 밀어내고 내 인생을 독점하는 것 같았다. 나는 디자인은 좋아하지만, 이렇게 하나에 얽매여있는 삶은 싫었다. 항상 밀려있는 일들 때문에 늘 바빴기에 시간적으로도 자유롭지 못했고, 하루종일 사무실이라는 한 공간 안에 갇혀있음으로 공간적으로도 자유롭지 못했다. 이 두 가지는, 내가 원하는 자유로운 삶에 꼭 필요한 요소였다. 나는 돈을 적게 벌어도 좋으니 사무실이 아닌 내가 좋아하는 공간에서, 디자인뿐만 아니라 좋아하는 일들을 다양하게 하고 싶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이제는 꿈에 그리던 삶이 도대체 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무엇을 꿈꾸던 사람이었을까. 우리는 왜 무언가를 잃어버린 사람처럼 여전히 방황하고 있을까. 꿈이라는 것은 닿는 순간 현실이 되어버리는 걸까. 그렇다면 꿈에 닿는 것이 과연 행복일까. 어쩌면 이렇게 꿈을 꾸는 시간 자체가 행복인 건 아닐까. 우리는 분명히 무언가를 잃어버렸다. 그러나 어디에서 잃어버렸는지,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를 여전히 알지 못한다. 이제는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희미하게나마 보이는 것 같이 느껴지다가도, 아마 마주하는 날까지 뚜렷하게 볼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게 무엇인지 모른다고 했지만, 어쩌면 나는 이미 알고 있지만 스스로 속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절대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도, 우리는 여전히 어딘가에 있을 무언가를 간절히 찾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잘 지내냐는 사람들의 가벼운 인사말에도, "네"라고 쉽게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린다.
나의 생활을 물었을 때, 나는 허탈한 어깨짓으로
어딘가에 있을 무언가를 아직 찾고 있다 했지
- 동물원 / 시청 앞 지하철 역에서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