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가져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순간부터, 벌써 아이가 생긴 것처럼 나의 생각과 마음이 하나씩 바뀌어가고 있는 것을 느꼈다.
음식을 먹을 때에도 한 번 더 고민하고, 평소에는 절대 입도 대지 않는 건강식을 도전하기도 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혼자 노력하고 있는 내 모습이 너무 웃기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편식이 심하고 건강과는 거리가 멀게 살아온 나도 정말 아이가 생기면 변하겠구나 싶어서 신기했다. 나의 건강 상태가 곧 아이의 건강에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하니 못 먹던 음식들도 오히려 먹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보다 더 웃긴 것은, 때로는 몸에 좋지 않은 음식들을 이제 아이가 생기면 먹지 못한다면서 오히려 적극적으로 먹기도 한다는 것이다...)
어찌 됐든, 변한 것은 또 있었다. 아직 아이가 생긴 것도 아닌데, 벌써부터 작고 귀여운 아기용품들을 보면 눈을 뗄 수가 없고 구매하고 싶어졌다. 육아에 필요한 정보나 물건들을 보면 나중을 위해 꼭 기록해두기도 하고, 그렇게도 관심이 없던 엄마들의 육아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그리고 남편과 함께 아이가 태어나면 이 좁은 집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할지, 아이가 생기면 나는 언제까지 일을 할 수 있을지, 아이가 생기면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어떤 이름으로 불러주면 좋을지 등등 마치 행복한 고민 같은 이야기들을 나누는 것이 즐거웠다.
부모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이미 우리는 조금씩 부모가 되어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부모란, 아기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갑자기 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의 의미를 이제는 안다. 어쩌면 부모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존재하지도 않는 존재를 벌써부터 사랑하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어떻게 아직 존재하지도 않는 존재에 대한 사랑이 생겨날 수 있을까. 마치 아기를 위해서 처음부터 사랑하도록 설계되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너를 사랑해. 네가 존재하기 전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