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태선 Nov 30. 2023

돈(錢)

부모 자식 간의 불편한 진실 '돈'

지난 금요일은 내 생일이었다. 마침, 둘째 아들도 휴가를 나왔다.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포옹을 하며 생일 축하노래를 부른다.

"사랑하는 어머니, 생신 축하합니다~~~ "

딸 같이 살가운 아들이다. 딸이 없어 아쉽지만 딸 같은(?) 아들이 있어 참 다행이다.


"엄마 생일인데. 아들이 선물하나 사줘야지?"

"뭐가 필요하신데?"

"탁구 할 때 신을 운동화 하나 사주셔~  아들이 하나 골라서 보내주면 좋고~~"

웹 사이트를 검색하더니 운동화를 추천한다. 그런데 가격이 너무 비싸다.

운동화 한 켤레가 10만 원이 훌쩍 넘는다. 

"그건 너무 비싸고... 적당한 걸로 고를 테니 아들이 결재만 해 줘."

고르고 골라 운동화를 픽했다. 6만 원대... 편할 것 같다.

"이게 마음에 드네. 가격도 적당하고.. 그 정도만 송금해 주면 되겠네."


송금 보내요.

20만 원을 보냈어요.

'헐~~' 

(초급장교 월급이 얼마 되지도 않을 텐데... 이렇게나 많이?)

"왜 이렇게 많이 보냈어? 운동화값만 보내면 되는데..."

'군량미 반납' (아들은 용돈을 군량미라고 한다. 직업군인 아니랄까 봐?)


사관학교 생도시절, 가끔 돈이 부족할 때면 문자를 보내왔다. 하트 팡팡 이모티콘과 함께.

'아들, 군량미가 부족합니다. 지원바람'

문자를 받으면.. 군량미(?)를 보냈다. 

그것을 잊지 않고(?) 이번에는 아들이 군량미 반납이라며 돈을 보낸 것이다.

이전에도 생일 때 꽃바구니나 공기청정기를 보내줬다.

많지 않은 월급을 쪼개서... 기특하게도.


아들에게 작은 선물이라도 사 달라고 하는 것은 교육 차원에서다.

예전 직장동료분 중에 이런 경우를 봤다.

아들을 전세금(서울 아파트)까지 지원해 주며 결혼을 시켰는데...  가족 모임 때 아들이 한 번도 

식사비를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아버지가 군인연금도 있고 월급도 받으니 형편으로야 아들보다 나은 것이 사실이지만

매번 아버지가 식사비를 내는 것을 당연시하는 것이 서운하다는 것이다. 

그 아들은

 몰라서 그런 걸까? 

식사비가 아까워서일까? 

신혼이라 열심히 돈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해서일까?

아버지 형편이 자신보다 낫다고 생각해서일까?


"아들에게 이번에는 식사비 내라고 해 보지 그러셨어요?"

"알아서 내면 몰라도... 식사비 갖고 말하기도 그렇고 해서.. 그냥 두고 보려고요."

씁쓸하게 웃으시던 그분을 보면서..

아들들에게는 가르쳐야겠다고 다짐했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고. 부모도 사람이고 대접받고 싶어 한다고.

자식에게 하나 받으면, 부모는 열 개를 주고 싶어 하는데 그것을 모르느냐고?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이 돈이다. 돈을 버는 이유도 그것이다.

많으면 많은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평생을 신경 쓰면서 살아야 하는 것이 '돈'.

부모자식 간에도 불편할 수 있는 것이 '돈'이기도 하고.


우리 5남매는 매달 부모님께 일정액의 생활비를 드린다. 20년 가까이 되어간다.

십시일반으로 자식들이 매달 보내는 돈으로 생활하시는 부모님 말씀은 늘 똑같다.

"자식 돈은 늘 알시럽다(안쓰럽다는 경상도 사투리). 부모가 자식 보태줘야 하는데... 

  느거들(너희들) 한테 받고 사는 것이 부담 주는 것 같아서..."

자식의 돈을 받은 부모의 마음은 액수가 얼마든 안쓰럽고 미안한 감정을 갖게 하는 것 같다.


가족식사모임을 할 때도 음식값이 얼마나 나왔는지를 꼭 물어보신다.

자식들 돈 내는 게 아깝고 부담될까 싶어서다.

혼자 내지 말고 나눠서 내라고도 당부하신다. 가족이 많다 보니 한 끼 식사에 몇 십만 원이 나오는 경우가

많으니 그러시는 것이다. 

울 엄마가 굳이 집에서 밥을 먹자고 하는 이유도 돈 때문이다. 자식들 돈 많이 쓸까 봐 걱정되어서.

자식에게 보태 줄 수 없는 부모마음이 불편한 것일까?

부모가 여유 있게 보태줄 수 있고 식사비도 부담 없이 낼 수 있으면 당당하고 편하실까?


부모 자식도 인간관계다.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가 필요하다. 

부모에게 성의를 표하는 것은 보답이고 감사다.

"아들이 아빠 용돈 10만 원 주면 아빠는 아들에게 100만 원 줄 수 있는데..."

아들에게 용돈 10만 원을 받고 싶은 울 남편의 소원(?)이 언제쯤 이뤄질는지!


부모에게 받는 것만을 당연하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자식이 부모에게 주는 것도 당연한 것일 수 있다.


다음번에는 큰 아들에게도 선물 사달라고 해야겠다. (지금은 공부 중이라... 말을 안 했지만)

자식에게 당당하게 받을 수 있어야~

당당하게 줄 수도 있을 테니..

당당하게 받고 당당하게 줄 수 있는 부모이고 싶다.

인간관계는 give and take 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