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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선 Feb 24. 2024

캥거루와 부모의 노후

이 시대 최고의 효도는?

'3040 캥거루 자식에 노후 파산 할라'

2024.2.22일 자 조선일보 기사의 제목이 섬뜩하다.


남의 얘기라고만 넘길 수 없는 것은

우리 앞에 닥친(닥칠) 현실이고 문제가 될 수도 있기에 그런 것이다.



캥거루족은 

 '자녀가 결혼이나 독립을 미루고 부모와 동거할 때' 

 '성인이 되어 어느 정도 나이가 차 경제적으로 독립해 나갈 때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캥거루처럼 부모나 사회생활을 하는 형제자매의 경제능력에만 

  의지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그리 긍정적이거나 유쾌한 의미로 쓰이는 말이 아니다.

캥거루족이 되고 싶어서 된 것은 아니겠지만,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오늘 아들과의 소통 주제는 '캥거루와 부모의 노후'에 대한 얘기다.

"아들은 캥거루족이 뭔지 알지?"

"알~지~." 

"우리나라에 3-40대 캥거루족이 65만 명이라네. 

 부모도 은퇴해야 할 나이인데  캥거루족들 때문에 노후준비도 못하고 힘들다고 

 신문 기사에 났네. 

 앞으로도 큰 문제가 될 것 같아. 

 우리나라가 노후준비가 안된 것으로는 세계 1위라는데..  참 걱정스럽네."

아들의 생각이 궁금하다.

자식의 입장이라 캥거루족이 이해된다는 것일까? 그래서는 안된다는 생각일까?

후자의 생각을 갖고 있기를 내심 바라며

30살까지는  독립해야 한다고 슬그머니 얘기를 던져본다.

취업준비생 아들에게 혹시라도 부담을 주는 말이 될까 싶어 살짝 눈치(?)를 보면서..


캥거루를 품고 사는 부모가 많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50대 이후 은퇴를 했거나 은퇴가 코 앞에 닥친 부모라면 비슷한 고민을 할 것 같다.

내 노후도 충분히 준비하지 못했는데, 아직도 뒷바라지해줘야 할 자식을 품고 산다는 것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 경제적으로나 마음적으로.


60대의 지인은 취업을 한 딸이 곁에 붙어살고 있어서 걱정과 고민이라고 했다.

서른 중반이라는데 결혼할 생각은 없고 독립해서 나가 살라고 해도 버티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생활비를 한 푼 내지 않는다고 했다.

빨래부터 방 청소, 식사까지 온전히 지인의 몫이고

더 큰 걱정은 딸이 월급으로는 명품사고 피부케어받고 여행 가고 맛집 가고 하고 

싶은 것 하느라 모아 둔 돈이 없다는 것이다. 

그녀의 한숨과 걱정은 딸이 독립해야만 멈출 것 같다. 


취업 준비 중인 갓 서른 넘은 조카가 있다.

직장생활을 3년쯤 하다가 퇴사를 한 후에 공시생(공무원시험 준비생)이 되었다. 

그런데 그 시간이 너무 길어졌다. 

나이는 먹어가고... 직장 다닐 때 모아둔 돈은 바닥난 지 오래다.

환갑이 지난 오빠가 자영업을 하는 덕분에 뒷바라지를 하고는 있지만 그마저 

쉬운 일은 아닐 것 같다.

숙식은 집에서 해결하지만 용돈과 시험준비에 필요한 비용 등은 오빠 카드(아빠의 신용카드)를 쓴다고 한다.

카드를 쓸 때마다 사용내역이 오빠에게 알람으로 가니 서로가 불편한 점도 있을 것 같다. 눈치를 주기도 하고 눈치를 보기도 하는.

어디든 취업을 하면 좋을 텐데 언제나 기쁜 소식을 들을 수 있을지 온 가족이 

조카의 눈치만 살피고 있다.


우리 집에도 캥거루가 있다. 지난해 대학교를 졸업한 큰 아들이다.

전문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던 큰 아들이 시험을 포기하고 취업을 하겠다고 했다.

만만하게(?) 딸 수 있는 자격증도 아니고.. 몇 년을 올인해도 합격 못하는 경우가 

많으니 아들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 

생각이 깊은 아들이니 믿고 응원하는 것이 최선이다.

아들이 취업하고 독립할 때까지는 뒷바라지에 올인이다. 

밥 챙겨주고 빨래, 청소.. 그 정도는 해줘야지. 

혹여라도 취업스트레스받을까 봐 간간히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도 전하면서.


얼마 전, 아들의 시험일정이 궁금했던 친정엄마가 전화를 하셨다.

"OO이 시험 언제 보노? 이번 달 아이가"

"OO이 시험 안 보고.. 취업한다네요. 그렇게 하라고 했어. 그 시험이 어렵고 

 합격한다는 장담도 못하고.. 

 지(아들)가 잘 생각해서 결정했겠지. 걱정하지 마셔요."

"잘했다. OO이(공시생 조카)는 얼마 전 시험 봤다는데 결과가 신통치 않은 

 모양이다. 별 말이 없는 거 보니.. 물어보지도 못하겠고..

 언제 될지도 모를 시험에 목메고 몇 년을 저러고 있으니 내 속이 상한다.

 즈그 부모(오빠네)들은 얼마나 속이 탈 끼고.. 지(조카)도 그렇고...

 OO이(울 아들)는 잘했다. 어디든 직장 잡으면 되는 거지."

엄마도 조카가 시험 준비한다고 저러고 있는 것이 걱정도 되고 그만뒀으면 싶은 

생각을 하시는 것 같다.

내색하면 오빠네가 서운할까 싶어서 겉으로 표현을 못하시지만.


언젠가 엄마가 그랬다.

"내 자식 힘든 게 나는 더 마음이 아프다. 너는 니 자식 힘든 게 마음 아프겠지만..."

부모 마음이 그런 것이다.

캥거루를 데리고 있는(있어야) 하는 부모마음도 마찬가지다. 

혹여라도 내 자식 마음 다칠까 봐 매정하게 내치지도 못하고 속앓이만 하는.

(자식들은 그 마음을 알까? 자식들도 부모 눈치는 보겠지?)


혹자는 '성인이 된 자식은 독립을 시키고 남처럼 대해야 한다'라고 했다. 

머리로는 백번 수긍이 되는 말이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받아들였고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부모 중에 그렇게 할 수 있는 부모가 얼마나 될까? 

다만, 캥거루족이 부모의 노후까지 불안하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부모와 자식이 함께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선택해야 한다.


최고의 효도는 '적절한 시기에 자녀가 독립을 하는 것'

노후 대책 1순위는 '자녀의 경제적 독립' 


이 시대가 요구하는 최고의 효도, 그 효도 나도 받고 싶다. 

가능한 빠른 시일 안에...



사진출처 : 픽사베이

기사인용 : 조선일보(2024.2. 22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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