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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선 Feb 07. 2024

이 계절, 오징어국이 생각나는 건?

엄마가 그립다.

수 십 년 동안 먹지도 않았고 생각지도 않던 오징어국이 먹고 싶었다.

이 계절에.  불현듯.


어린 시절, 엄마는 오징어국을 자주 끓였다.

입이 짧아(?) 음식을 지극히 가리시는 아버지를 위해 준비하는 음식이다.

무 썰어 넣고, 오징어 넣고 소금과 고춧가루를 풀어 간을 맞춘다. 

겨울철 밥상에 오징어국이 자주 올라왔다.

그 시절엔 오징어가 흔하고 비싸지도 않았다. 오징어가 많이 잡히던 때라 오징어 반찬을 먹었던 것 

기억이 많다. 마른오징어는 구워서 고추장에 찍어 먹고, 구워서 잘게 찢어 고추장 양념에 머 무린

오징어채무침도 맛있었다. 


아흔을 바라보는 아버지는 원래 입이 짧아서 가리는 음식이 많았다. 지금도 음식에 대해서는 철저하시다.

드시지 않는 음식은 입에 대지도 않으신다. 

아버지를 모시고 외식을 할 때는 메뉴 선택을 고민하게 된다. 

감잣국, 소고깃국, 두부국 정도를 드시고

고기도 닭고기, 돼지고기는 일절 안 드시고 유일하게 소고기양념구이만 그것도 아주 조금 드신다.

매번 그 입맛에 맞춰 식사를 준비하는 엄마의 고충이 많으셨고 지금도 진행형이다.

예전에는 회도 입에 드시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 집 오 남매는 성인이 될 때까지 회를 먹지 못했다. 아니 먹어보지 못했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살림살이도 녹록지 않았고 아버지가 회를 안 드시니 회를 맛볼 기회가 없었다.

삼겹살도 내가 직장생활(직업군인) 시작하고 나서 처음 먹어봤다. 회도 그때 접하게 되었는데

지금까지도 회맛을 못 느낀다. 

편과 아들 둘은 회라면 사족을 못쓰게 좋아하는데..  같이 가면 난 튀김과 매운탕만 먹고 온다. 

다행인 것은 남편은 아무거나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 정말 가리는 음식이 없다.

음식 준비에 부담이 없다. 뭐든 맛있다고 잘 먹어주니.. 그것만도 감사하고 복 받은 일이다.


아무튼... 

이 맘 때면 끓여주시던 엄마의 오징어국이 생각났다. 

추억의 음식인가? 엄마가 보고 싶어서인가? 아버지가 그리운 건가?

끓이는 방법은 대충 알고..  시장에서 오징어 두 마리를 샀다. 만 오천 원이다. 싼 가격은 아니지만

큰 아들도 오징어두루치기는 잘 먹으니 해주고, 한 마리는 국을 끓여 먹을 요량으로 지갑을 열었다.


오징어를 썰고 무도 한 입크기로 넉넉히 썰어서 들기름을 살짝 두르고 볶아준다.

그다음 물을 붓고 끓이다가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마늘과 파를 넣고 고춧가루를 뿌린다.

팔팔 끓어오르면 다시 한번 간을 보면 끝이다. 약간 얼큰하게 먹고 싶으면 청양고추 한 개를 넣으면 되고.

방법은 간단하다.

오징어국

오징어국 냄새가 좋다. 음~  맛을 한 번 볼까?

캬!! 맛있다. 내가 끓였지만 맛나다. 

추억의 음식 오징어국을 먹으면서 문득 생각이 들었다.

먼 후일, 나의 두 아들은 내가 해 준 어떤 음식을 먹고 싶어 하고 그리워할까? 

딱히 잘하는 음식은 없고 평범한 집밥 수준이지만.. 그래도.


아들들은 고기를 좋아한다. 

자신을 닮아 키가 아담(?)할까를 걱정한 남편이 어려서부터 고기를 많이 먹이라고 했다. 

그때는 맞벌이를 하며 정신없이 살던 때라 아이들 반찬 준비로는 고기만 한 것이 없었다. 

채소를 먹이려면 씻어서 데치고 무치고 하려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고기는 구워서 쌈장만 주면 끝이다.

영양보충 해준다는 적당한 핑곗거리(?)도 되고..

그래서인지 지금도 밥상에 고기가 없으면 무성의하다고 핀잔을 듣는다.

특히 둘째 아들의 지적질이 만만치 않다.


어느 날인가? 아이들이 초등학생 무렵

고기 좀 줄이고 몸에 좋은 채소를 먹으라고 고기를 빼고 줬더니

밥상을 쓱 훑어본 작은 아들이

"엄마, 밥상에 뱀 나오겠어.. 고기도 없고 반찬이 이게 뭐야?"

고기가 없는 밥상(풀밭)이라서 뱀 나오겠다고 투정을 하는 것이다.  ㅋㅋ

채소반찬이 훨씬 더 시간과 정성이 필요한 것도 모르고.. 


둘째 아들의 밥상은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뱀 나오겠다는 핀잔을 또 듣지 않으려면..

고기도 굽고 보글보글 된장찌개도 끓이고 정성 가득 한 상 차려줘야 만족한다.

"역시.. 어머니 정성이 들어간 집밥이 최고네..  잘 먹었습니다."

아들은 내가 끓여주는 꽃게국도 좋아한다. 아들의 최애 음식은 꽃게국일까?

큰 아들은 고기만 있으면 군소리 한 마디 안 하고 먹는다. 좋아하지 않은 반찬은 손을 대지 않을 뿐.

비빔밥은 언제나 잘 먹는다. 고기를 자주 먹으니 간격을 두고 비빔밥을 해준다. 채소도 먹어줘야 건강하니까.


음식은 추억이고 사랑이다.

엄마의 오징어국을 내가 그리워하듯이..  아들들도 내가 해 준 음식을 그리워할 날이 오겠지?

언젠가 결혼을 하면 제 짝꿍의 음식을 먹을 테지만..

이 엄마의 음식도 가끔은 그리워하면서..  먹고 싶다고 해 달라고 찾아와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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