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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선 Jun 05. 2024

당신은 몇 점짜리 부모입니까?

"엄마는 몇 점짜리 부모인 것 같아?

 약국이모(약사인 여동생)는 예진이(조카)가 70점에서 75점이라고 했더니

 왜 그렇게 점수가 낮냐고 불만이었다는데..  자기는 90점 이상은 된다면서.. 

 엄마는 60점 정도면 만족할 것 같은데.. 울 아들들이 몇 점이나 줄려나 궁금하네"

". . . " 


마음속으로 점수를 매기고 있는 건지 큰 아들은 말이 없다. 

대답이 궁금했지만, 참기로 했다. 

(다음에는 작은 아들한테 한 번 물어봐야지! 과연 몇 점을 줄 수 있는지??)


평가는 자식들의 몫이고 판단일 뿐이다. 

부모라고 높은 점수를 기대하거나 강요할 수도 없고

낮은 점수라고 실망하거나 서운해할 이유도 없다.

평가 점수가 높으면 높은 대로 낮으면 낮은 대로 받아들이면 될 일이다.

자식들의 평가 점수가 낮다면

부모로서 부족한 점은 없는지 살펴보고 변화하려는 노력을 하면 되고.

또 높은 점수를 준다면 기쁘게 감사하게 받으면 된다.


부모 공부도 꼭 필요하다. 

'부모가 처음이라서... ' 이 말을 평생 해서는 안되지 않을까?

공부와 노력이 필요하다. 경제적 지원과 양육만이 부모 노릇은 아니다.

자녀와 대화하고 소통하는 방법. 태도를 배우고 실천해야 한다.

그래야만 부모 자녀가 좋은 관계로 함께 행복할 수 있다.

자녀는 부모의 소유물이 될 수 없고 독립된 인격체로 대해야 한다.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고작 이 정도로 부모를 평가해?"

이런 마인드는 서로에게 부담이고 거리감만 줄 뿐이다.

당신은 몇 점 짜리 부모입니까?


얼마 전 제주도여행 갔을 때 친구들에게 이 질문을 던져보았다.

동생과 조카 얘기를 하면서.. 이런 일이 있었는데 너희들은 어떨 것 같아?

몇 점 짜리 부모라고 생각해?


친구들의 대답은 비슷했다.

"낙제점만 아니면 좋겠다. 한 50점 정도만 되어도 만족하겠는데...

 네 동생은 욕심이 많네. 90점 이상을 기대하다니?" (친구 1)

"우리도 자식들 평가하면 그렇게 높은 점수는 주지 못할 것 같은데.. 아무리 후하게 준다고 해도..

 자식들도 마찬가지 아닐까?" (친구 2)

"자식도 내 마음에 안 들고 부족한 게 많은데.. 자식들도 마찬가지 아닐까?

 부모가 마음에 안 들고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이 많을 거야." (친구 3)

"그렇지? 나도 그래. 한 60점만 줘도 땡큐지. 내 동생이 원래 공부를 잘해서.. 

 낮은 점수를 받아 본 경험이 없어서 그렇다네. 웃기지?" (나)

내 말에 빵 터져서 모두들 웃었다.


친구들도 자신이 몇 점 짜리 부모인지 자식들에게 물어봤을지 모르겠다. 

"친구들아! 몇 점 받았는지 알려주렴? 궁금하네~"


부모는 자식들이 주는 평가에 소박한(?) 기대를 하는 것 같다.

부모로서 부족했던 회한과 자책인지.. 셀프 디스인지..

아니면, 부모의 사랑은 내리사랑이라서

자식에게는 주어도 주어도 모자라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


절대평가가 아니다.

부모가 자식을 평가하는 것도 또 자식이 부모를 평가하는 것도...

모두 상대평가다. 

평가도 상대가 하는 것이고 기준도 상대의 몫이다.


자식들이 같은 질문을 해본다면 어떤 대답을 해 줄 수 있을까?

"엄마는 우리를 몇 점 줄 거야?" 

아들들이 묻는다면 나는 이런 대답을 해 줄 것이다.

"엄마는 울 아들들에게 80점 이상은 충분히 줄 수 있을 것 같아.

 학교 다닐 때(사춘기 무렵) 간간히 사소하게 걱정 끼치고 말썽도 부렸지만 

 그 정도는 껌이지.

 말썽 부리고 속 썩이는 자식들에 비하면..

 그리고 건강하게 자라줬고 공부도 그 정도 했으면 상(上)이고

 엄마 아빠는 울 아들들 얼마나 자랑스럽고 대견하게 생각하는데.. 

 주변에서도 자식 잘 키웠다는 부러움도 많이 받는 걸.. 그 정도면 충분해"

진심이다.

아들들에게는 후한 점수를 줄 수 있다.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든.. 말든..

고슴도치도 제 새끼가 제일 예쁘다고 하지 않나?

고슴도치 사랑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난 고슴도치 엄마니까.

난 고슴도치 엄마니까!

부모를 100퍼센트 만족스럽게 생각하는 자식이 있을까?

백 점짜리 부모! 

쉽지 않을 것이다. 

있을 수도 있겠지만.. (백 점 받은 부모님께는 존경과 축하를~~)


부모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태어나 보니 내 부모였고 낳고 보니 내 자식이었다.

내가 자식에게 몇 점 짜리 부모이든

내가 부모에게 몇 점 짜리 자식이든

서로에게 해야 할 도리와 최선을 다하면 된다. 

부모는 부모로서

자식은 자식으로서..

비록 서로에게 100점짜리는 되지 못할지언정.





지금 행복하자.

happy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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