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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선 Aug 04. 2023

요즘 시어머니 노릇

"아들만 둘이라 돈 많이 들겠어요. 집 사는데도 얼마쯤 보태줘야 할 테고.."

"요즘은 집 장만도 반반씩 하던데요.  뭘. 요즘 애들은 워낙 똑똑하니까 잘 알아서 하겠죠."

애써 태연한 척했지만 아들 둘 가진 엄마는 걱정이 한 짐이다.

큰 아들이 28살 작은 아들이 26살이니 앞으로 3~4년 후에는 둘 다 결혼을 할 것이고 

나는 시어머니가 될 것이다.

결혼이 필수는 아니고 강요할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결혼을 하고 손주손녀도 안겨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주민센터 탁구교실에서 같이 운동하는 언니가 있다.  

65살은 넘은 것 같다. (65살 이상은 주민센터 수강료도 반 값 할인이란다. 그래서 나이를 짐작건대..)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걸어오면서 잠시 얘기를 했다. 

수채 캘리그래피를 배우는 중인데 너무 재밌다고 한다. 캘리그래피를 배웠던 경험자로서 너무 잘하셨다고 

칭찬해 줬다.

언니의 며느리가 출산을 앞두고 있다고 했다. 

캘리그래피로 예쁘게 글씨를 써서 수표 천만 원을 동봉해서 주려고 준비한다고 했다. 

산후조리원 비용을 준다는 것인데... 

2주간의 산후조리비용이 900만 원부터 1,000만 원, 1,100만 원이라고 한다. 헐~~

그것보다 더 좋은 곳은 2~3,000만 원도 한다고 하니 깜짝 놀랄 일이다. 그들만이 사는 세상인가?

요즘 시어머니는 며느리 산후조리비까지 챙겨줘야 한다. 시어머니 노릇이다.

오래전에도 며느리 산후조리비를 준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그 비용이 이렇게 비싼 줄은 몰랐다.

28년 전 첫 아이 출산 때는 친정엄마가 산후조리를 해주셨다. 둘째 아이 출산 때도 그랬고..

울 엄마 고생 많으셨네.. 엄마가 안 해주셨다면 오갈 데 없이 산후조리원에라도 갔었어야 할 상황이었는데..

그 당시에는 산후조리원이 없었다. 

딸이나 며느리가 출산하면 친정엄마나 시어머니가 산후조리를 해주는 게 일상이었다.

이제 며느리 산후조리비도 미리 준비해 둬야겠다. 

한편 편한 점도 있다. 시설 좋은 곳에서 마음 편히 산후조리하면 서로가 좋은 일이니까. 

솔직히 며느리 산후조리해 줄 자신(?)도 없다. 

그러니 돈으로라도 보상해 줄 수밖에.


친구들 만나면 자식들 결혼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며느리 사위 본 친구도 몇 있지만 대부분은 미혼인 자식들을 아직도 끼고 산다.

요즘 시어머니 노릇하기 참 힘들다는 얘기를 한다.

친구의 지인이 아들 좋아하는 반찬을 잔뜩 들고 아들네 집을 찾아갔다고 한다. 

아파트 경비실에서 인터폰으로 연락을 하니 마침 며느리가 있더란다. 

반찬해왔다고 했더니 며느리가

"샤워 중이라고.. 왜 연락도 없이 오셨냐고?" 하더란다. 

황당해서 반찬 갖고 왔다고 했더니, 경비실에 두고 가시라고 하더란다. 

시어머니가 오셨는데 집에 모셔서 물 한잔이라도 대접하는 것이 예의일 텐데..

며느리가 괘씸했지만 반찬을 경비실에 두고 발걸음을 옮기는데 아들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는 왜 연락도 없이 집에 왔냐고? 반찬 먹지도 않는데. 뭣하러 갖고 왔냐고. 며느리 OO가 불편해한다고?"

면박을 주길래 너무 서럽고 괘씸해서 다시는 아들놈 얼굴 안보리라 다짐했다는 얘기다.

우리 아들 며느리도 그러려나? 

친구의 얘기를 들은 미래의 예비 시어머니(?)들이 함께 분노했다.

"이런 싹수없는 X, 괘씸한 X, 아들놈 키워봐야 아무 소용없다더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또 다른 지인은 서울 사는 아들 며느리가 내려오면 식사는 외식을 하고 집에 와서 하룻밤 자고 가기를 바랐는데... 아들 며느리는 내려오기 전에 미리 호텔방을 예약해서 밥만 먹고는 호텔방으로 직행한다고 했다.

엄마는 아들 며느리 온다고 며칠 전부터 집안 청소하고 맞을 준비를 하는데..

어찌 그리 하룻밤을 안 자고 그냥 가버린다는 말인가?

며느리가 시댁에서는 불편해서 잠이 안 온다고 해서 호텔 가서 잔다는 것인데.

시댁이 작은 집도 아니고 40평대 아파트라는데.. 뭐가 불편하다는 건지? 

일 년에 한두 번 시댁에 와서 잠자는 것이 그리도 못 견디고 힘든 일인가? 

이런저런 얘기를 들으면 시어머니 노릇도 쉽지 않고 MZ세대 며느리를 이해하는 것이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나저나 딸도 없고 아들만 둘인 목메달(?)인데... 며느리가 서운하게 하면 누구에게 하소연을 하나? ㅠㅠ

내 자식도 나를 서운하게 할 때가 많은데..

남의 자식으로 20년 이상을 살다가 며느리가 되었는데 모든 면이 이해하기는 힘든 일이다. 

다른 것은 다름을 인정하고 틀린 것은 소통하면서 가르치고 이해시키면 될까? 쉽지 않을 테지만.

며느리 볼 나이가 되고 보니 이런저런 걱정과 생각이 많아진다.

그래서 요즘 시어머니 노릇은 어떻게 해야 하나에 관심을 갖게 되는 가 보다.


미래의 며느리야!

우리 잘해보자. 시어머니 노릇도 며느리 노릇도..



사진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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