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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선 Mar 27. 2024

나는 취준생의 엄마다.

취준생(취업준비생)에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아직은 남의 일이고 먼 훗날의 일이라 여겼다.

그것이 내 자식의 일이 될 때까지는..

나는 취준생의 엄마다.

자식걱정은 눈을 감아야(죽어야) 끝이 난다. 

부모님이 하시던 이 말의 뜻을 이해하고 실감하고 있다.

아이들이 대학교만 들어가면 모든 걱정은 사라질 줄 알았다. 

그러나... 그건 착각이었다.


두 아들은 나란히 재수를 했다. 비싼(?) 기숙학원에서.. 그래서 4년 동안 수험생 엄마 노릇을 했다.

다행인 것은 학원비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아들 모두 원하던 대학교에 입학했고

등록금은 아주 적게(일반 대학교 등록금에 비하면 아주 아주 조금) 들었다. 

투자대비 성과가 커서(?) 효자노릇을 한 셈이다.

자식 잘 키웠다는 칭찬과 부러움도 받았다. 부모로서는 흐뭇하고 보람 있는 일이었다.

사관학교로 진학한 둘째 아들은 졸업과 동시에 임관을 해서 자동 취업(직업 군인)이 되었다. 


문제는 큰 아들이다.

아들은 지난해 가을, 서울 OO대 세무학과를 졸업했다. 

2016년에 입학을 했으니 몇 년 만에 졸업을 한 것인지? 

휴학(입대 전/ 졸업유예 포함)을 몇 차례 했고 군대를 갔다 오고. 졸업을 하니 벌써 28살이다.

재학 중에도 전문자격증 시험을 몇 차례 보긴 했는데 성과를 얻지 못했다.

지난해 결심을 하고 (자격증 전문) 기숙학원에 들어갔는데 몇 달 공부하더니 그만두고 나왔다.

대신 공기업에 취업을 하겠다고 했다. 

힘들어도 조금 참고 공부해서 자격증을 땄으면 취업이 쉬웠을 텐데...

속상함과 아쉬움이 있었지만 아들의 선택을 믿고 존중해 주기로 했다.


취준생 뒷바라지가 시작되었다.

부모로서 해 줄 것은 크게 없다. 건강(밥) 챙겨주고 청소와 빨래 정도.

"필요한 거나 엄마가 도울 일 있으면 얘기해 줘"

"너무 조급하게 생각 말고... 스트레스받지 말고

두 마디만 했다.

그 말이 아들에게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취업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줄여주고 싶어서. 


아들들 대학입시 때도 별로 아는 것도 기여한 것도 없었다. 

필요한 경제적 지원 말고는.

"너희들이 잘 알아서 선택해. 너희들 인생이니까.."

부끄럽지만 자유 방임주의 엄마였음을 고백한다.

옆에서 붙들어놓고 공부하라고 윽박지르고 감시한다고 아이들이 공부할 거라 믿지 않았고

책임도 선택도 각자 인생이니 더 깊이 생각할 것으로 믿었다.


그런데..

아들들이 수능을 보고 입시상담과 입학원서를 넣을 때서야 알았다. 정시와 수시의 차이점을..

이렇게 무심할 수가?

내가 너무 했구나! 이건 아닌데... (아들들이 이런 엄마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아차 싶었다. 반성하면서 입시제도를 공부했다.

정시가 뭔지 또 수시는 무엇인지를

그 덕분으로 큰 아들이 대학과 전공 선택에 도움을 줄 수 있었다.

아들이 선택한 대학과 전공이 나의 판단과 일치했다.

큰 아들은 원하던 대학교에 정시로 입학을 했다.

작은 아들은 수시로 사관학교에 합격을 해서 특별히 신경 쓸 것이 없었다.


대학교만 졸업하면 취업은 걱정 안 해도 될 줄 알았는데.. 

막상 닥치니 상황이 녹록지가 않다.

캐치(채용콘텐츠 플랫폼)가 취준생 199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캐치에서 조사한 설문결과만 봐도 취업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

취업 체감 난이도가 매우 어렵다(36%)다. 어렵다(40%)를 포함하면 거의 80%에 이른다.

취업 참 어렵다.


취업준비생에게 해 줄 것이 뭐가 있을까? 

부모가 할 일이 뭐 있겠어?


이렇게 어려운 취업난 속에 취준생을 둔 부모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인터넷을 뒤져본다. 

어라? 이런 책이 있었네~~ 

노훈 저. 가나북스(2016년)

자녀들의 취업에 대해 부모까지 알아야 하나?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책의 저자는 말한다.

 놀란 것은 이 책이 2016년도에 출간되었다는 사실이다. 

큰 아들이 대학교에 입학하던 그 해다.

그때 읽어봤어야 했나? 지금이라도 읽어볼까? 

지금 상황은 그때와는 또 많이 달라졌을 텐데..

자녀의 취업에 대해 답답해하고 고민하는 부모들이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뭘 해야 할지 몰라서 외면하고 눈치만 보고 있을지 모른다. 주변의 취준생 부모들도 그렇다.


라테는 말이야! 

부모세대인 우리는 대학교 졸업만 하면 취업 걱정을 크게 하지 않았고

졸업 전에 취업이 결정된 경우도 많았다. 축복받은 시절이었다. 

그에 비하면 우리 아이들은 스펙도 어마어마하고 공부도 훨씬 많이 하는 것 같은데

취업 현실은 마치 전쟁과도 같다.


취준생의 부모도 힘들다.

취업스트레스에 힘든 자녀들에게 스트레스 유발자가 될까 싶어 조심하고

취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간섭만 한다는 소리를 듣지 않을까 걱정도 한다.

그러나

"취업은 네 문제니 알아서 해"라고 방임하거나

"남들은 잘도 취업하는데.. 너는 왜 그래?"라며 비교 비난해서도 안될 것 같다.

하나부터 열까지 일일이 간섭하고 과보호하는 것도 자녀들이 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자녀의 취업문제가 가족 간의 갈등으로 번지는 일도 없어야 한다.


아들은 속 터놓고 잘 얘기하는 편이 아니다. 묻는 말에 대답하는 정도. 

그래서 난 수다쟁이가 되어 아들 마음을 헤아려 보려고 노력한다.

취업을 한 친구들과 비교하고 위축되거나 부모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눈치를 보지는 않을까? 

좌절하고 조급하거나 답답해하며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갖지는 않을까?

아쉽고 안타깝고 안쓰러운 마음이 있지만 그것을 자녀에게 드러낼 수도 없다.

울 아들은 언제쯤 원하는 취업을 하려나? 

믿고 응원해 주고 기다려주고 기원만 할 뿐이다. 


나는 취준생의 엄마다.

내 아이의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먼저 다가가 안고 보듬어 주고 같이 터놓고 말하는 것, 

그것이 역할이다. 


아들! 취업준비한다고 힘들지?

힘들지만 그 시간과 노력들이 좋은 결실을 맺어서 원하는 곳에 취업하면 좋겠네.

그래서 취업스트레스에서 벗어나서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하면서 행복했으면 참 좋겠다.

엄마 마음 알지?

인생 길게 보면 이까짓 것 별거 아니야.

숨을 못 쉴 정도로 힘들고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지나고 보면 별거 아닌 게 되더라고..  그때는 죽을 것 같았지만.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고... 용기와 자신감 갖고.. 잘 이겨내자. 파이팅!


대한민국의 모든 취준생과 가족 여러분! 

힘내시고요~~  파이팅입니다.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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