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럽고 미안하고 속상하다.
취준생 엄마는..
청년 취업 관련 신문기사(동아일보 24.7.27일 자)
"OO이 아들이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네. 졸업도 안 했다는데... 벌써 취업을 하고"
얼마 전 친정에 가서 사촌오빠 아들의 취업소식을 들었다.
"잘 되었네. 열심히 했나 보네.. 오빠한테 축하한다고 문자나 해야겠네."
사촌오빠는 좋겠다.
아들이 취업을 했으니.. 걱정할 것도 없고.. 부럽다.
어제는 조카의 취업소식도 전해졌다.
"OO이(여동생 아들)가 S그룹 반도체연구소에 취업이 되어서 9.1일부터 출근합니다."
가족 단톡방에 축하가 이어진다.
"축하해. 애썼네."
짧게 축하를 전하면서 부럽고 한편 속상하다.
다들 취업소식을 전하는데.. 우리 아들은 왜? 아직?
뭐가 부족해서?
아들에게 이 소식을 전해줄까 말까 망설였다.
소식을 들으면 혹여나 아들이 속상하고 조급해질까 싶어서.
그래도 외사촌간이니 소식은 전해줘야 할 것 같았다.
아들 방에 올라간 김에 슬쩍 얘기를 꺼냈다.
"OO이 취업했다네. 잘 되었지? 울 아들도 잘 될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의기소침할 필요 없어. 포기하지만 않으면 돼."
아들은 아무 댓구를 안 했지만 그 마음을 알기에 더 속상하다.
20대 청년 5명 중 1명만 졸업 후 바로 취업이 된다는데...
울 아들은 그 1명 안에 들지 못한 건가?
취업을 한 OO 이와 아들은 동갑내기 외사촌이다.
생일은 OO이가 1월, 아들이 3월생이니 2개월 형인 셈.
어려서는 아들이 훨씬 똑똑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여동생은 조카가 공부를 하지 않는다고 대안학교를 보냈고.. 그 후 미국으로 유학을 보냈다.
친청식구들은 만만치 않은 유학비와 먼 나라에 혼자 아이를 떨어뜨려 놓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걱정도 했다.
다행히 조카는 열심히 공부를 했고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 후 카이스트( KAIST)에 입학을 했다.
KAIST를 졸업 후 바로 S그룹에 취업이 된 것이다.
제부(여동생의 남편)가 S그룹에서 부장으로 퇴직을 했으니 부자가 S그룹 패밀리인 셈.
여동생은 약사다.
조카의 유학과 공부 뒷바라지도 모두 여동생 부부의 경제력이 있어서 가능했다.
미국유학 비용만도 1년에 족히 1억 가까이 들었다고 한다.
울 아들은...
평범한 부모의 지원밖에 없어서.. 취업을 걱정하고 있나? 싶어 미안하다.
예전에는 그런 생각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아들들도 유학 보내달라는 얘기를 하지 않았고.
조카의 미국유학도 부럽지 않았다.
미국까지 보내면서 자식 뒷바라지 할 경제력도 안되지만 그렇게 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데 막상 아들이 취업걱정을 하는 입장이 되니 그 마음이 흔들린다.
"울 아들도 유학을 보냈으면 좀 더 취업이 쉬웠으려나? 내 탓인가?
좀 더 과감하게 뒷바라지를 해 줄걸 그랬나?"
오만가지 생각이 들고 후회가 되고 마음도 편치 않다.
(주말이라) 남편을 만나러 천안으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 아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울 아들. 답답하고 속상하지?
대학도 마지막까지 마음 졸였지만 잘 들어갔고 졸업했잖아.
지난 시간이 후회도 되겠지만~ 중요한 건 현재고 미래야.
호석이를 필요로 하는 직장이 있을 테니 여유 갖고 최선을 다해보자.
엄마도 재수해서 여군장교되었듯 조금 천천히 간다고 생각하면 돼.
엄마는 호석이가 행복한 길을 가길 바라. 남들 눈에 잘 나가는 길보다는~
남 눈 의식할 필요도 남들과 비교할 것도 없어.
너를 믿고 당당하게 나가면 돼.
엄마아빠가 네 뒤에 있는데 겁낼게 뭐 있어? 그까짓 거 취업쯤 하면 되지!
건강하고 행복하자. 항상 아들을 지지하고 응원한다. 사랑해."
내 마음이 이렇게 답답하고 속상한데 아들 마음은 더할 테지?
아들을 생각하니 더 마음이 아프다.
문자를 보내고 나니 울꺽 눈물이 날 것만 같다. 주변 사람들 눈을 의식해 질끈 눈을 감는다.
꾹 참아야지~ 잘 견디고 있는 아들을 생각하면서.
아들의 취업이 너무 늦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잘되겠지. 잘될 거야.
누구 아들인데~~ 잘 되지 않겠어?
아들을 믿는다. 잘 해낼 것이다.
당당하게~~
울 아들 파이팅.
대한민국의 모든 취준생과 가족들을 응원합니다.
그대를 응원합니다.
지금 행복하자.
happy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