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들켜버렸네요.
쉿! 비밀이었는데..
"여군이셨어요? 저는 강원도 2사단 포병부대에서 병장으로 전역했어요.
그때는 전방에 여군이 없었는데.. "
"아~ 그러셨어요? 고생하셨네요. 저희 작은 오빠도 2사단 포병부대에서 전역했는데..
저는 12사단에 있었어요. 2사단 포병부대도 많이 지나갔었는데.. 인접부대에서 근무하셨네요."
말수도 적고 눈인사만 나누던 남자회원분인데 갑자기(?) 다가오더니 친한 척을 한다.
잠깐동안 군대얘기를 나누고 나니 조금 친숙해진 것 같다.
그분은 운동도 오로지 아내분과 하고 다른 회원들과는 시합도 하는 법이 없어서
같이 운동할 시간도 친해질 기회도 지금껏 없었는데.. 왠 일?
군대 얘기로 갑자기 친해졌다.
그제는 또.
다른 회원 한 분(그는 전직 은행장이셨다고 들었다.)이 총을 쏘는 시늉을 하면서
"군인이셨어요?" 하고 묻는다.
"아~니요~." (시치미를 떼며) 쉿~ 아는 척하지 말라고 눈짓을 보냈다.
옆에 다른 회원들도 있었기에.. 굳이 나의 전직이 알려지길 원하지 않아서다.
오래전의 일이고. 전역한 지도 벌써 20년도 훌쩍 넘었다.
나의 전직이 군인이었음을 밝힐 이유는 없었는데...
국가 기밀(?)인 이 사실이 알려지게 된 것은.. 아마도.. 그가 분명하다.
주민센터에서 탁구를 시작한 지 1년 반이 되어간다.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은 나이 정도가 전부다.
위아래는 알고 있어야 하기에 그렇다.
나이가 들수록 상대의 정확한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우니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는 위아래 정도는 알고 있는 것이 좋다.
누구의 전직과 현직이 무엇인지 파악을 했고 다른 회원에게 그 얘기를 전하는 것 같다.
저 회원은 전직이 은행장이었고 이 회원은 공기업을 은퇴하고 현재는 아파트관리소장을 한다는 둥
저 회원은 어느 직장의 사무총장이라는 둥.. 다른 회원은 중학교 교감선생님으로 은퇴했다는 둥
어떻게 그런 정보들을 알고 있는지.. 재주도 좋다.
나는 타인에 대한 관심이 없는 편이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고 태생이 그런 것도 있다.
탁구교실 회원의 전화번호도 모른다.
만나서 기분 좋게 운동하고 빠이 빠이하면 끝이다.
그런데, 일(연말 회식)이 있어서 그(OO 씨)가 내 연락처를 알게 되었다.
SNS를 통해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쓴다는 것도 직업군인이었던 사실도 알게 되었다.
알게 된 것까지는 어찌할 수 없는 일.. 그러려니 했고
괜히 나의 전직에 대해 소문이나 내지 않기를 바랐는데..
다른 회원들에게 내 얘기를 한 것 같다.
내가 전직 군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의 반응은 이랬다.
"어머~ 여군이셨어요. 멋지세요. 어쩐지 포스가 남다르다 했어요.."
"저도 여군이 되고 싶었는데... 부럽네요."
"여군이었다고 생각을 못했어요. 너무 조용하고 얌전하셔서.."
관심 반 호기심 반이다.
이제는 그런 관심을 받을 나이도 아니고. 의미도 없다.
직업군인이었던 사실이 부끄러운 것도 숨길 일도 아니지만 굳이 알릴 필요는 없다.
다만,
군복을 입었던 그 시절에 자부심도 컸고 감사했고 행복했으면 그것으로 되었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의미가 있으니까..
중요한 것은 현재이고 미래이기에..
전직이 무엇이었던, 과거에 어떻게 살았든
현재 잘 살면 되고 지금 행복하면 된다.
지금 행복하자.
happy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