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lia Kim Jul 22. 2022

규모의 경제, 그 허와 실

트렌드 분석


쿠팡이 매년 1조 가량의 적자를 내는데도 살아남고 심지어는 나스닥 상장까지 하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궁금해 묻는다. 나를 커머스, 리테일 업계 관계자라며 너는 알 꺼라 묻지만.. 제발 묻지 마라. 나도 잘 모른다. 나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이 쿠팡을 사용하고 있으니 그렇게 되지 않았나 멋쩍게 대답할 뿐이다. 그런데 이쯤 되니 내가 산 아무개 회사의 주식이 떠올라 억울하다. 그 회사는 작지만 매년 순이익도 나고, 꾸준히 성장하는데 주가는 매년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회사라는 것이 이익을 창출해 내야 하는 것이 기본 메커니즘 아닌가? 어떻게 매년, 심지어 어마 무시한 금액이 적자가 나는데도 어떻게 기업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가? 매출액이 커지면서 그에 따르는 판관비나 원가를 대폭 줄였기 때문이다. 이른바 '규모의 경제'가 그 비법이다.



다년간 영업적자를 낸 쿠팡이 나스닥 상장 이후 최대 실적과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한다. 1분기 영업 손실은 2억 929만 달러(약 2667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영업손실(2억 9503만 달러) 보다 29% 감소했다. 직전 분기(지난해 4분기) 영업적자 4억 4979만 달러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48%)으로 쿠팡 상장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표면적인 재무 지표만을 가지고 질적 성장에 실제로 다가가고 있는지는 의심해 봐야겠지만, 커머스만 봐도 작년 묻지 마 반품 약관을 철회하는 정책적인 변화가 있다거나 쿠팡 배송의 유료화, PB 밀어주기 전략 등을 통해 비용 감축을 위한 개선의 노력을 보여주며 실적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심지어 종이 박스 배송에서 얇은 비닐로 포장재를 바꾸는 등(소비자로서 이건 심하지 않았나) 이 체감될 정도면 굉장히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 쓰고 있다는 뜻일 테다. 쿠팡 플레이 등 IP 콘텐츠 사업 투자를 통해 이익률이 높은 분야의 신사업에도 과감히 진출하고 있다. 쿠팡의 상징인 '로켓'이라는 말마따나 머지않아 우주까지 정복할 기세다.



그렇다면 소비자는 쿠팡이라는 기업이 이토록 거대해질 동안 과연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쿠팡과 같은 플랫폼의 성장으로 소비자가 얻는 점 네 가지

1. 쿠팡은 다이내믹 프라이싱을 통해 최저가를 선점하고 있으니 소비자는 싸게 살 수 있어 득이 된다.

2. 쿠팡 배송을 통해 빠르게 배송받고 있으니 편리하다.

3. 없는 게 없는 쿠팡이 있으니 다른 여러 쇼핑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좋아 편리하다.

4. 자국 회사가 나스닥 상장하였으니 국뽕이 차 오른다.



1. 쿠팡은 다이내믹 프라이싱을 통해 최저가를 선점하고 있으니 소비자는 득이 된다?

쿠팡과 국내 온라인 유통기업들은 온라인에서 실시간 최저가를 스크리닝하고 가격을 최저가로 맞추기 위해 스스로 가격이 변동하는 자동 가격 방어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우리는 싼 가격을 쉽게 찾아서 구매하기 용이하겠지만, 제품을 납품하는 제조사와 브랜드는 계속해서 마진을 깎아야 한다. 그렇다면 제조사는 계속 손해만 보겠는가? 아니다. 마진을 깎는 기본 폭을 계산하여 최초 소비자가를 올리겠지. 할인폭을 감안하여 up-tag 하는 것이다. 필자와 같이 충동 구매자들은 up-tag 한 가격을 곧이곧대로 믿고 산다. 피해는 나 같은 우매한 소비자의 몫이 된다.



2. 쿠팡 배송을 통해 빠르게 배송받고 있으니 편리하다?

빠르게 배송하려면 배송기사가 많이 필요하다 -> 인건비가 비싸진다 -> 배송비가 비싸진다 -> 배송비는 얼마간은 플랫폼에서 부담하는 척하겠지만 곧 소비자가 부담하게 된다. -> 비싸게 물건을 배송받는다.



3. 없는  없는 쿠팡이 있으니 다른 여러 쇼핑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좋아 편리하다?

계속해서 쿠팡에서만 구매하게 되면, 독점 형태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한 곳에서만 팔면 굳이 가격 출혈 경쟁하지 않아도 된다. 그 말은 곧 쿠팡이 가격 결정권에 우위가 있다는 말이다. 쿠팡이 혹여 비싸게 팔더라도 울면서 사야 한다. 거기서 밖에 살 수 없기 때문이다.



4. 자국 회사가 나스닥 상장하였으니 국뽕이 차오른다?

한국 회사가 되려면 한국에 본사가 있어야 하며, 한국 정부에 납세해야 한다. 그런데 쿠팡의 모기업 모기업 쿠팡 엘엘씨(Coupang, LLC)는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다. 그리고 모기업 쿠팡 LLC의 최대주주는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이다. 소프트뱅크는 아시다시피 일본 기업이다. 또, 쿠팡의 창업주 김범석 대표는 미국 국적이다.




거대한 플랫폼과 소비자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메커니즘을 이해하면 쿠팡의 익숙함과 편리함이 마냥 편하게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오늘도 최저가를 검색을 통해 쿠팡에서 물건을 사고, 처음 보는 브랜드이지만 아주 싼 쿠팡 PB를 구매하고, 저녁엔 휴식을 취하며 드라마 '안나'를 보는 것을 멈출 수가 없을 것이다. 이것이 규모의 힘이다.




이전 01화 바비(barbie)가 스타벅스코리아만큼 돈을 번다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