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이 만들고 있는 3가지 심리
강남 왜 비싼가?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다른 의견 존중합니다. 댓글 남겨주시면 새겨 읽겠습니다 :)
청담 PH129 더 펜트하우스, 100억이 넘어갑니다강남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부동산 가격이 비싼 곳입니다. 서울의 대표적인 고급지역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재건축 예정 단지가 많고, 투자수요가 높은 지역입니다. 실제로 강남은 서울 중심지로, 높은 빌딩과 번화한 상가, 다양한 문화와 복지시설이 가득합니다.
왜 강남은 비싼가?
강남 부동산이 비싼 이유를 뒷받침하는 연구를 소개하겠습니다. 한양대학교 이서현의 논문 '지역별 부동산심리지수가 아파트매매가격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가 있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서울 및 6대 광역시의 아파트실거래가격지수에 대하여 부동산심리지수 및 거시경제변수가 각 지역별로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았습니다. 그 결과, 서울시의 경우 부동산심리지수와 아파트매매거래량이 장기적으로 양의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부동산심리지수가 높을수록 아파트매매거래량이 증가하고, 그에 따라 아파트실거래가격지수도 상승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강남에 대한 투기적인 수요와 기대가격이 높아서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또 충격반응분석 결과, 금리를 제외한 모든 변수가 양의 방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강남 부동산에 대한 수요가 심리적인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공급량과 거시경제변수에 영향을 받지 않는 다는 것이죠. 따라서, 강남 부동산이 비싼 이유는 심리가 큰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심리학이 밝히는 '브랜드’
그렇다면 이런 심리는 왜 발생할까요? 바로 '브랜드’ 때문입니다. 우선, '브랜드'에 대해 생각해봅시다. 브랜드라는 것은 단순히 상품의 이름이나 로고를 넘어서 그 자체로 가치를 지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애플 같은 글로벌 기업들의 브랜드 가치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애플의 아이폰과 삼성의 갤럭시는 다른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같은 기능을 하는 스마트폰이지만, 아이폰은 창의성과 힙이 강조되며 브랜드 가치가 더 높죠. 마찬가지로 '강남'도 하나의 큰 브랜드입니다. 강남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사랑받는 많은 의미와 가치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궁금한 것은 그것이 어떤 심리적 배경 아래 형성되었느냐입니다.
도시 브랜드의 힘
브랜드는 제품이나 서비스뿐만 아니라 도시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도시 브랜드란 도시의 특징과 매력을 표현하고, 도시를 방문하거나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경험과 감정을 제공하는지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파리는 낭만과 예술의 도시로, 뉴욕은 자유와 다양성의 도시로 인식됩니다. 이러한 도시 브랜드는 관광객과 주민들의 만족도와 자부심을 높여줍니다.
또 한국실내디자인학회 논문집(Journal of Korean Institute of Interior Design)에서 발표한 신혜원의 '사회심리학 기반의 브랜드공간 특성 연구 - 실재론적·관계론적 분석을 통한 선행연구를 중심으로'과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The Journal of the Korea Contents Association)에서 발표한 권지혜, 박승훈의 '도시브랜드 형성요인에 관한 개념연구(도시브랜드 관련의 연구동향을 중심으로)' 논문에선 도시브랜드를 형성하는 주요 요인은 1)경관적 요인, 2)행정적 요인, 3)역사 문화적 요인, 4)인지적 요인, 5)경험적 요인으로 크게 다섯 가지로 분류합니다. 여기서 3번과 4,5번 요인이 브랜드에 영향을 미칩니다.
자아일치성: 나 = 강남
또 도시 브랜드가 자아일치성과 선호도, 방문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사하였습니다. (자아일치성이란 자신의 성격과 가치관이 어떤 대상과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나타내는 개념입니다) 서울, 부산, 제주도, 파리, 뉴욕, 도쿄라는 여섯 개의 도시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도시 브랜드와 자아일치성이 높을수록 도시에 대한 선호도와 방문의도가 증가한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즉, 사람들은 자신의 정체성과 일치하는 도시를 좋아하고, 그 도시에 가고 싶어한다는 것입니다. 이 연구는 도시 브랜드가 사람들의 심리적 욕구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강남에 살려고 하는 사람들은 강남의 브랜드가 가진 정체성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어합니다. 강남에 살면 자신도 강남의 일원이 되고, 강남의 브랜드가 제공하는 무언가를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심리적인 동기가 강남에 대한 수요와 가격을 높이는 원인이 됩니다.
강남 = 자아실현 욕구
강남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부유하고 성공적인 도시로 인식됩니다. 국격이 높아지고, 서울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도시가 되었습니다. '강남스타일’이라는 노래가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강남의 이미지가 더욱 확산되었습니다. 강남은 고급스러운 쇼핑몰과 호텔, 유명한 의료기관과 교육기관, 다양한 연예인과 유명인사들이 모여있는 곳입니다. 강남에 살면 성공한 것이라고 인정받고, 사회적 지위와 명예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러한 브랜드 강남은 사람들의 욕구와 성취욕을 자극합니다. 심리학자 애브러햄 매슬로우는 인간의 욕구를 5단계로 나누어 설명했습니다. 바로 매슬로우의 욕구단계설(Maslow's hierarchy of needs)로 인간의 욕구가 그 중요도별로 일련의 단계를 형성한다는 동기 이론입니다. 1943년 미국의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가 발표하였습니다. 매슬로는 인간의 욕구를 다음과 같이 5단계로 분류하였습니다.
- 생리적 욕구: 음식, 물, 숨쉬기, 수면, 성욕 등 인간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욕구입니다.
- 안전의 욕구: 위험, 공포, 불안, 박탈 등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안정감을 느끼고자 하는 욕구입니다. 건강, 재산, 직업, 가족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 사회적 욕구: 가족, 친구, 동료 등과의 친밀하고 정서적인 관계를 맺고 소속감과 애정을 얻고자 하는 욕구입니다.
- 존중의 욕구: 자신의 능력과 성취를 인정받고 존경과 존중을 받고자 하는 욕구입니다. 자신감, 자존감, 명예, 지위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 자아실현의 욕구: 자신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최대한 발휘하고 자신만의 가치와 비전을 실현하고자 하는 욕구입니다. 창조성, 독창성, 성장, 발전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매슬로는 이러한 욕구들이 계층적으로 배열되어 있으며, 하위 단계의 욕구가 충족되어야 상위 단계의 욕구가 활성화되고 동기로 작용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즉, 인간은 생리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전에는 안전의 욕구나 사회적 욕구에 관심을 가지지 않으며, 존중의 욕구나 자아실현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하위 단계의 욕구가 충족되면 그 욕구는 더 이상 동기로 작용하지 않으며, 상위 단계의 욕구가 나타나게 됩니다. 이것을 결핍 욕구라고 합니다. 결핍 욕구는 한 번 충족되면 더는 동기로서 작용하지 않습니다. 생리 욕구, 안전 욕구, 사회상 욕구, 존경 욕구가 이에 해당합니다. 성장 욕구는 충족이 될수록 그 욕구가 더욱 증대됩니다. 자아실현 욕구가 이에 해당하며 통상적인 일반 욕구를 넘어섰다고 하는 뜻에서 메타 욕구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물론 매슬로의 욕구단계설은 행동과 동기에 대해 설명하는 유용한 이론이지만, 일부 비판도 받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간의 욕구가 정해진 순서와 체계에 따라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 인간의 욕구가 문화와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할 수 있다는 점, 인간의 욕구가 충족되면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증대되거나 변형될 수 있다는 점 등이 있습니다. 따라서 매슬로의 이론은 참고적인 가치는 있지만 절대적인 법칙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두어야 합니다.
강남은 매슬로우의 욕구단계설에 따르면 고차원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심리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강남에 살면 자신의 능력과 성취를 인증받고, 타인에게 존경과 존중을 받을 수 있다고 믿는 것이죠. 강남은 사람들에게 성공의 상징으로 보이는 것입니다. 한편 성장 욕구에 의하면 자아실현 욕구의 끝은 없기에, 대체로 전국의 성공한 사람들은 결국 강남을 찾게 되는 것이죠.
강남 = 사회적요인
실제로 한국부동산분석학회 학술발표논문집, 김희정과 김준형의 '중고령가구는 왜 강남에 머무르는가? - 강남지역(강남구, 서초구) 중고령가구를 중심으로 (Why do Middle-aged Households Stay in Gangnam area? - Focusing on Middle-aged households in Gangnam area)'에 따르면 사람들이 강남에 머무르는 이유로 신분상승 등 사회적·심리적 요인이 있음을 밝혀냈습니다. 강남구민들은 기반 시설이 잘 돼 있고 주거환경이 쾌적한 동네에 산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살고 있죠. 이웃과의 친밀한 문화적 교류가 계층적 공감대를 형성하여 자긍심을 느끼고 있었으며 사회적 신분 상승과 타인의 인정 그리고 자아존중을 일깨워주는 자기표현성이 강한 상징적 가치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희소성
심리학자 로버트 치알디니(Robert Cialdini)가 말한 유명한 '희소성 원칙(Principle of Scarcity)'도 원인으로 들 수 있습니다. 희소성 원칙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이 얻을 수 없거나 손에 넣기 어려운 것을 더욱 가치있다고 인식한다고 합니다. 마케팅이나 광고에서 자주 활용되는데, 예를 들어 ‘한정판’, ‘한정수량’, ‘마감임박’ 등의 문구를 보면 구매욕구를 증가합니다. 이러한 문구는 소비자들에게 놓치면 후회할 것이라는 느낌을 줍니다. 희소성 원칙은 강남 거주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강남은 한정된 땅과 한정된 건물로 모든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강남에 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강남 거주라는 것을 어려운 것으로 인식하고, 더욱 가치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심리
우리 스스로 어떤 가치를 부여하느냐를 생각해볼 때입니다. 강남이라는 브랜드에 매료되지 않고, 자신만의 삶의 가치를 찾아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명재영 cody@wedidit.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