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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멜 혜은 Oct 31. 2020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휘두른 폭력

우리는 가족으로부터 가장 많은 상처를 받는다


“수고했어.”

“잘할 수 있을 거야.”

“힘 내. 응원할게.”

“너를 믿어.”    

이 말이 왜 이리 어려웠을까?


내가 받은 상처가 너무 아파 하루 종일 이해받지 못한 자의 서러움을 토해냈다. 그런데 이 아픔이 맞닿아 나의 생각은 과거로 흐른다. 나도 누군가 에게 똑같은 상처를 준 적이 있다. 가장 가까운 사람. 같은 현관문을 드나들며 한 지붕 아래 한솥밥을 먹는 가족. 나도 나의 가족에게 상처를 준 기억들이 떠오른다.   

 

나의 친오빠가 떠올랐다. 오빠에겐 꿈이 있었다. 하지만 오빠의 꿈을 한 번도 지지해주거나 응원해 주지 못했다.  처음에는 타인보다도 못한 무관심으로 오빠를 대했고 나중에는 계속되는 오빠의 도전과 실패에 비난의 화살을 주저 없이 날렸다. 처음부터 지지란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오빠가 지나온 과정보다 성과 없음에 무게를 두었다.


그렇게 해서 되겠니?

   

대학을 졸업한 오빠는 취업 대신 고시를 준비했다. 당시 오빠는 아빠의 연줄로 꽤 좋은 직장에 취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빠는 ‘아빠의 힘’ 없이 혼자 서고 싶어 했다. 그런 오빠의 마음을 그 당시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오빠가 사서 고생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고, 이해하려고도 생각해 보지 못했다. 내 입장에서 내 식대로 해석하다 보니 ‘고생’을 선택한 오빠를 응원해 줄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지금 와 생각해보니 오빠는 삼 남매 중 유일하게 자신의 힘으로 우뚝 서고 싶어 했던 사람이었다. 아빠의 그늘 아래 안락한 쉼을 택하는 대신 오빠는 스스로 자신의 길을 개척하고 싶어 했다. 오빠가 그 당시 느꼈을 외로움과 서운함이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기분과 비슷한 느낌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너무 미안해졌다.    

왜 오빠를 지지해 주지 못했을까? 왜 좀 더 관심을 갖고 응원해주지 못했을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는 것만으로도 축하받고 축복해야 할 일이었는데, 왜 그렇게 하지 못했을까? 내 머릿속에는 왜, 왜, 왜?라는 질문이 가득했다. 과거 오빠가 느꼈을 감정과 엊그제 사건으로 내가 느낀 감정들이 오버랩되며 오빠에게 정말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과거 오빠를 비난할 자격이 내게 있었던가? 30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서야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질문을 내게 던져본다. 내겐 그럴 자격이 없었다. 오빠를 이해한다 말할 자격조차 없었던 것 같다. 오빠가 20대에 했던 고민을 나는 마흔이 넘은 지금에서 하고 있으니 말이다.


축하와 응원과 지지대신 계속되는 실패에 가족들은 오빠를 비난했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단 한 번도 꿈을 갖고 있는 오빠를 응원해 주거나 축복해 주지 못했다.    

 

‘네가 되겠어?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 ‘아무나 하나? 그렇게 해서 네가 되겠냐고.’ 지금 내가 듣고 있는 그 생각을 당시 나는 오빠에게 품었다.(차마 대 놓고 말하지 못했지만 오빠를 바라보는 7살 어린 동생의 눈에서 오빠는 분명 읽었으리라)    


25년이 지나서야 알았다. 당시 가족들이 오빠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주었는지. 그때 내가 얼마나 주제넘은 행동을 했는지 말이다.

   

그 누구도 타인의 삶을 함부로 규정지을 수 없다. 부모 자식 간이어도, 부부 사이라도 말이다. 이것이 존중이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휘두른 폭력, 내가 가족들에게 줬을 상처가 떠올라 미안하고 미안해지는 하루였다.     


‘오빠, 미안해, 오빠를 응원해주지 못해 미안해.'


'넘어져도 실패해도 일어나는 오빠를 응원해 주지 못하고 밀쳐내서 미안해. 정말 미안해.’

그날 난 오빠에게 오랜만에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꿈이 있는 오빠를 응원해 주지 못해서 미안했다고, 외로웠을 오빠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해 미안하다고 정말 미안하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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