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윌 헌팅 Good Will Hunting, 1997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소년 _ 윌 헌팅
윌은 천재적인 두뇌를 타고난 소년이다. 세계에서 한 두 사람만 풀 수 있는 수학 문제를 쉽게 풀어내고, 법정에서는 판례를 들거나 유명 저서를 인용해서 스스로를 변호한다. 그는 자신의 능력을 이런 식으로 설명한다. 베토벤이나 모차르트가 피아노를 보면 음악을 떠올리고 연주하듯이, 자신 역시 그런 문제들을 보면 그냥 떠올라서 풀어내는 것이라고.
어릴 때 자신을 괴롭혔던 동창을 찾아가 친구들과 함께 복수를 한다거나, 자신이 푼 문제를 풀지 못하는 램보 교수를 깎아내리며 자신의 풀이가 적힌 종이를 태워버리는 장면에서는 그의 객기 어린 철없는 행동들을 볼 수 있다. 또 역사적인 야구 경기 얘기에 방방 뛰며 좋아하는 모습이나, 네 잘못이 아니라고 말하는 숀 교수를 끌어안고 죄송하다며 대성통곡하는 모습에서는 그가 그저 어린 소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화에서도 숀의 대사로 설명되었다시피 윌은 사람들이 자신을 떠날까 봐 먼저 그들을 밀어내는 사람이다. 하버드를 졸업하고 스탠포드로 갈 거라는 스카일라의 말에 자신을 이용하다가 도망쳐버릴 거냐고 넌지시 말하는 부분이나, 캘리포니아에 함께 가자는 스카일라의 말에 함께 살게 되면 자신을 사랑하지 않게 돼버릴까 봐 두려워서 스카일라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거짓말을 하는 모습들은 윌이 버림받을까 봐 얼마나 불안해하는지 느낄 수 있다.
또한 윌은 자기 자신을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 하는데, 그것 역시 어린 시절 양부의 학대로 생긴 방어기제이다. 숀의 질문들을 끊임없이 회피하고 새로운 질문으로 되받아치는 부분이나, 스카일라에게 12명의 형제가 있다고 거짓말하고 자신의 방이나 친한 사람들을 보여주지 않는 모습, 진짜로 하고 싶은 게 뭐냐는 숀의 질문에 목동이 되고 싶다고 깊이 생각해보지 않고 말하는 장면 등이 이를 증명해준다.
월은 숀을 만나기 전까지 어쩌다 천재적인 능력을 타고난, 철없는 어린아이일 뿐이었다. 숀을 만나고 윌은 조금씩 자신을 깨달아 간다. 예쁘고 똑똑하고 재밌는 스카일라의 이미지를 망치기 싫어서 두 번째 데이트를 신청하지 않은 게 아니라 스카일라가 가지고 있을 자신의 이미지를 망치기 싫어서 그랬던 것이라는 것을, 셰익스피어나 니체, 프로이트는 소울메이트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버림받았던 것은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영화의 제목처럼 윌은 원래 착하고 선한 사람이다. 윌은 잘못이 없었다. 하지만 윌은 그것을 스스로 깨닫기에는 너무 어렸다. 숀을 만나고 윌은 달라졌다. 앞으로의 윌은 진짜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척이 선물한 차를 타고 윌이 멀어지는 엔딩 장면처럼 윌의 무한한 가능성을 함께 응원하고 싶다.
윌의 있는 그대로를 알아본 정신과 의사 _ 숀 맥과이어
숀은 성숙한 사람이다. 죽은 아내를 모욕하는 윌의 말에 격분해 윌의 목을 조르지만 이내 윌과의 다음 약속을 잡고, 솔직하게 윌의 말 때문에 잠 못 들었다고 윌에게 고백한다.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다. 긁지 않은 복권을 늘 가지고 다니며 가능성은 있지 않냐고 말하는 그는 긍정적인 사람이고, 아내와의 단 한순간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목동이 되겠단 윌을 단호히 내쫓는 그는 확실한 사람이다.
이런 그가 윌의 상담을 맡은 것은 그의 선함 때문일 것이다. 그는 선하고 올바른 어른이다. 램보에게 방향 제시와 조작은 다른 거라며 윌 스스로 원하는 게 뭔지 찾게 해줘야 한다는 말이나, 윌에게 소견서 같은 건 아무것도 아니라며 네 잘못이 아니라고 쉼 없이 말해주는 장면들은 그의 심성을 잘 보여준다.
숀은 자신이 아직 아내를 떠나보내지 못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또 오해할 만한 상황은 빨리 해명하고 사과 또한 빠르다. 숀은 정신과 의사답게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이다. 램보가 윌을 숀에게 데려간 것은 둘이 같은 배경을 가지고 있어서 뿐만 아니라 숀의 이런 면모들 때문도 있을 것이다. 숀은 매 순간 윌에게 진심을 다했다. 그런 숀의 진심이 윌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의 선함이 통했다.
숀 역시 윌을 만나고 달라졌다. 윌이 자기 자신을 알게 되고 바뀌었을 때, 숀 역시 여행을 결심한다. 지금까지 자기가 가진 패들이 무엇이 있는지 늘어놓고 고민해본다고 말했다. 그 여행은 또 다른 의미로 그를 변하게 할 것이다. 죽은 아내를 잊고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도 있고, 새로운 학문에 눈을 뜰 수도 있을 것이다. 그가 윌을 보듬어 주었듯이, 이제는 그가 그 스스로를 보듬어 주었으면 좋겠다.
감독 _ 구스 반 산트
구스 반 산트 감독은 <굿 윌 헌팅> 외에도 <드럭스토어 카우보이>, <아이다호>, <엘리펀트>, <밀크> 등을 연출한 거장 감독이다.
이 영화에서는 구스 반 산트 감독 특유의 담담하게 인물의 감정을 담아내는 연출이 눈에 뜨인다. 긴 대사나 대화가 많다 보니 이를 지루하지 않게, 집중도 있게 풀어낸 점이 인상적이었다.
책 속 경험이 전부인 윌에게 숀이 살아있는 생생한 경험들을 말해주는 장면에서는 윌의 반응을 최대한 늦게 보여줌으로써 윌의 반응을 궁금하게 만들고, 숀이 죽은 아내와의 일화를 말하며 윌에게 누구나 완벽하지 않고 관계는 노력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카메라를 숀 어깨의 좌우로 이동해가면서 윌을 보여줘 오가는 대화들 사이의 행간을 눈치채게 만든다.
윌이 국가 보안처 면접을 봤을 때 했던 답변을 쏟아내는 장면에서는 부정적인 가정을 늘어놓을 때는 월의 얼굴을 점점 커지고, 그 가정의 결론으로 더 말도 안 되는 궤변을 늘어놓을 때는 반대로 월의 얼굴이 점점 작아진다. 윌의 삐뚤어지고 모난 성향을 극단적인 카메라 워크로 보여준 기발한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야구경기를 설명하는 장면에서 소파를 루 베이스처럼 표현해 사무실을 야구 경기장으로 묘사한 것 역시 감독의 센스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구스 반 산트 감독은 위와 같이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대화와 긴 대사들을 재치 넘치는 카메라 이동과 구도를 이용해 재미를 불어넣었다. 단순한 이야기와 빠르지 않은 전개가 답답하지 않게 느껴진 것은 감독이 적재적소에 가미한 작은 위트였을 것이다. 이 부분만으로도 감독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관객 _ 민감한 고슴도치
내가 위안받은 대사들도 윌의 변화를 이끈 대사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책이나 영화 같은 간접경험은 직접 경험해본 것들을 따라갈 수 없다.', '나도 상대방도 완벽하지 않다. 관계도 노력해야 한다.', '내가 힘든 건 내 잘못이 아닐 수도 있다.' 나라는 작은 세계에 갇혀 나만 생각하고 내 탓만 했던 나를 되돌아보게 했다.
지난 내 행동들이 이유를 찾았다. 나도 몰랐던 내 마음들의 원인을 알게 됐다. 그리고 이 영화는 친절하게도 방법까지 알려주고 있다. 내 주위에 이런 말들을 해주는 어른은 없었지만 이 영화를 통해 숀 교수를 만났다. 그와 대화를 할 순 없지만 그가 대사로 남긴 몇 가지 교훈들이 나를 변화시켰다. 넓은 세상을 경험했고 점차 나를 아껴주고 있다. 나에게 나를 찾을 기회들을 만들어주고 있다. 나를 다독이는 법을 알아가고 있다.
마음이 다친 이들이 이 영화를 보고 조금이나마 위로받았으면 좋겠다. 변화를 덜 두려워했으면 좋겠다. 이제 자기 탓 좀 그만하고 넓은 세상을 맛봤으면 좋겠다. 세상은 다 밟아볼 수 없을 정도로 넓고, 무수히 많은 사람들 속에는 나에게 진심을 다하는 사람도 있다. 쉽진 않겠지만 마음을 열고 내디뎠으면 좋겠다. 그래야 나아갈 수 있다. 그래야 나를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