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새로운 모험을 찾아 떠나요

업 UP, 2009

by 김하지

스포일러와 글쓴이의 주관적인 의견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모두 관람한 뒤에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죽은 아내의 소원을 들어주고 싶은 할아버지 _ 칼 프레드릭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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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청소로 하루를 시작하는 칼은 성실하고 정확한 사람이다. 현관문 자물쇠를 네 개나 설치하고 엘리와 함께 만든 집을 절대로 팔지 않는 모습은 그가 얼마나 강직하고 안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게 한다. 아내 엘리를 끔찍하게 사랑하고 그녀에게 매우 헌신적이다. 그녀와의 추억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누군가 그녀와의 추억이 깃든 물건을 훼손하려 하면 크게 화를 낸다. 엘리를 위해 칼이 모든 안정을 깨면서까지 파라다이스 폭포로 향하는 것도 엘리를 위한 헌신 중 하나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우연히 시작된 러셀과의 동행은 칼의 여러 가지 모습들을 볼 수 있게 한다. 풍선이 아깝지만 러셀을 집에 데려줘야겠다고 결심하는 모습에서는, 칼이 말은 거칠게 하지만 조금 희생해서라도 아이에게 친절을 베풀어야 한다는 신념을 보여준다. 어른으로써의 도리를 지키야 하고 인정이 있다. 도요새 케빈이나 말하는 강아지 더그를 데리고 다니자는 러셀의 요구에도 칼은 매번 단호하게 거절하고 헬륨가스가 빠지는 3일 안에 파라다이스 폭포에 도착하는 것만을 목표로 고군분투한다. 칼의 결단력 있고 확실한 성격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러셀이 더그의 목에 달린 통역기에 손을 대려고 하자 방사능이 나올지 모르지 조심하라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칼이 경계심이 많고 보수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러셀의 안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어떻게든 집을 파라다이스 폭포까지 데리고 가려고 하는 모습은 칼의 책임감을 보여주고, 다친 케빈을 위해 러셀과 함께 케빈을 집까지 데려다주려고 하는 부분은 칼의 여린 심성과 선함이 드러난다.


칼은 러셀, 케빈, 더그를 위해 집을 떠나보낼 줄 알게 된다. 집은 집일 뿐이라며 엘리와의 추억을 정리한다. 러셀과의 여정은 칼이 엘리를 떠나보내는 추모와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게 만드는 회복의 과정이었다. 칼은 엘리가 바라던 대로 러셀과 함께 또 다른 탐험을 시작할 것이다. 이젠 더 용감하고 더 성숙해진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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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 봉사 벳지를 받아 컬렉션을 채우고 싶은 소년 _ 러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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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봉사 벳지를 얻기 위해 무작정 칼의 집을 찾은 러셀은 뻔뻔하고 집요한 구석이 있다. 경로봉사 벳지를 따야지만 자신의 컬렉션이 완성되기 때문에 러셀은 무조건 노인을 도와야 한다. 도요새를 찾아달라는 뜬금없는 칼의 요구에도 앞뒤 생각하지 않고 바로 새부터 찾기 시작하는 모습은 러셀의 단순함과 실행력을 단번에 보여준다.


호기심이 많고 솔직하다. 무례한 듯 보이지만 예의가 있고, 하고 싶은 일은 직접 해봐야 직성이 풀린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들을 잘 써먹을 줄 아는 영리함을 가졌고, 힘들 법한 상황에서도 새로움을 발견하는 긍정적인 마음을 가졌다. 자신의 엄마도 '오래 입 다물기 게임'을 좋아한다는 말을 하는 것을 보며 집에서도 말이 많고 시끄러울 것이다.


기쁨과 슬픔이 얼굴에 바로바로 드러나는 투명한 소년이고, 케빈을 끊임없이 포로로 잡겠다는 더그로부터 케빈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하는 정의로운 소년이다. 풍선으로 띄운 집을 타고 떠나는 여행에 흔쾌히 동참한 것과 케빈을 구하겠다며 직접 자신의 몸에 풍선을 휘감고 길을 나서는 모습을 보면 무모하고 겁없이 철없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칼이 러셀과의 동행을 계속해나갈 수 있었던 이유는 어쩔 수 없이 딸려 온 불청객이라고 느낄 수 있지만 러셀의 긍정적이고 정의로운 모습들이 어린 시절 엘리의 모습을 떠오르게 해서가 아닌지 생각해본다. 러셀의 밝고 솔직한 감정들은 어느새 탐험가를 꿈꾸던 어린 시절의 칼의 모습을 이끌어냈다. 칼의 모험이 외롭지 않았던 이유는 분명 러셀의 투박하지만 진심 가득한 정이었을 것이다. 아빠의 빈자리에 칼 할아버지를 얻게 된 러셀은 앞으로 칼 그리고 더그와 함께하는 모험들 속에서 또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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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_ 피트 닥터

<토이스토리> 1편과 2편의 각본 원안을 맡아서 쓰는 것을 시작으로, <몬스터 주식회사 3D>의 감독을 맡게 됐고 이후 <월-E>의 원안에 참여한 뒤 <업>을 만들었다. <업>은 피트 닥터 본인이 원안부터 각본, 감독까지 도맡아서 완성한 작품이다. 피트 닥터는 이 영화로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휩쓸며 애니메이터로 확실히 자리매김한다. 이후 연이은 <인사이드 아웃>의 성공으로 다음이 기대되는, 믿고 보는 애니메이터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이 영화의 명장면은 누구나 한 번에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영화 시작인 도입부 10분 정도에 해당하는 칼과 엘리의 이야기 부분이다. 이 부분은 따로 떼어놓고 한 편의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로 이야기가 확실하고 눈물까지 쏙 빼게 하는, 명장면 중에 명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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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풍선으로 띄운 집을 타고 떠나는 여행을 소재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영화 속에는 풍선 집, 커다란 도요새, 말하는 강아지 등이 등장하는데 이는 딱딱한 현실과는 거리가 먼 것들이다. 칼의 집 뒤에서 오색빛깔 풍선들이 튀어 오르고 집이 펑 소리를 내며 하늘로 떠오르는 순간, 동화 같은 이야기가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기게 한다. 아이 같은 상상력으로 빚어낸 꿈같은 모험이 마법처럼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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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주인공의 목적은 확실하다. 칼은 엘리의 못다 이룬 꿈을 이뤄주는 것이고, 러셀은 칼 할아버지를 도와주고 경로봉사 벳지를 받아 자신의 컬렉션을 완성하는 것이다. 뜻밖의 여정은 도요새 케빈과 말하는 강아지 더그라는 새로운 길동무로 풍요로워지고, 칼의 어린 시절 영웅이었던 탐험가 찰스 먼츠로부터 도요새 케빈을 구출해야 하는 새로운 목표가 생기면서 이야기는 활력이 생긴다.


이 영화는 두 주인공이 겪는 모험과 그 모험으로 얻게 된 동료들 그리고 회복에 대한 이야기이다. 칼은 이 모험을 통해 엘리를 온전히 떠나보낼 수 있게 됐으며, 러셀은 멀어진 아빠의 빈자리를 칼이라는 멋진 할아버지로 채우게 된 것이다. 감독은 이렇듯 두 주인공이 환상적이고 흥미진진한 모험을 통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이야기를 멋지게 완성해냈다. 각 캐릭터들의 독보적인 개성과 뚜렷한 이야기 구조, 화려한 색감과 따듯한 정서들로 이뤄진 이 영화는, 어른이고 아이고 할 거 없이 모두를 만족시키는 훈훈한 성장 애니메이션으로 기억될 것이다.




관객 _ 민감한 고슴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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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언컨대 이 영화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이다. 모두가 매료된 도입부 10분은 처음 봤을 때부터 눈물을 펑펑 쏟게 만드는 흡입력 있는 이야기였다. 엘리라는 캐릭터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러닝타임은 가장 적지만 가장 애착이 가는 사랑스러운 캐릭터다. 어린 시절과 결혼식에서 드러나는 그녀의 적극성과 밝음, 청년시절에 잠깐 나오는 불임에 대한 슬픔, 노년시절에 그려지는 인자함과 그 미소는 짧은 시간 묘사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영화 내내 그 온기가 남아있는 듯하다.


다음으로 좋아하는 캐릭터는 더그와 케빈. 더그라는 캐릭터는 골든 리트리버라는 견종의 특징을 아주 잘 살린, 미워할 수 없는 강아지이다. 더그의 말과 행동 속에 내포되어있는 무한한 충성심이나 바보 같지만 영리한 모습들은 더그의 매력을 듬뿍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케빈은 거대한 몸집과는 다르게 유연하고 귀여운 모습이 특징이다. 러셀에게 연신 애정을 표현하는 방법이나 떠날 때 인사를 건네는 방식이 사람마다 서로 다른 것이 참 독특하면서도 일관돼서 시선을 빼앗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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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보면 내가 두 주인공 캐릭터인 칼과 러셀에는 그다지 애정이 있어보지 않는데, 그렇지만도 않다. 애초에 주인공에 대한 애정이 없었다면 이 영화를 고르지도 않았을 것이다. 노인과 아이, 부정과 긍정, 고집과 박애로 대비되는 두 인물의 특징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두 인물이 가지고 있는 사연이나 친해지게 되는 과정이 허구 같아 보이는 이야기 속에서 사실적으로 또 친근하게 느껴졌다.


나는 영화 속 인물과 이야기의 힘을 믿는다. 누군가는 영화를 보고 새로운 직업을 꿈꾸고, 누군가는 또 꿈을 포기하기도 한다. 어떤 이는 여행으로 또 다른 세상을 맞이할 준비를 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꿈만 꾸던 공부를 시작한다. 이 영화도 힘이 있다. 어딘가로 떠고 싶게 만드는 힘,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게 만드는 힘, 관계 속에서 가치를 찾게 하는 힘. 이 영화가, 이 영화 속 인물이, 이 영화 속 이야기가 주는 힘이 모두에게 잘 전해졌으면 좋겠다. <업>은 모두를 꿈꾸게 만드는 힘을 가진 영화임이 확실하니까, 모두가 이 영화를 보고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 환상 같은 꿈이라도 가치 있고 지금 실행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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