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운 것들이 먼저 계절을 말한다
(이미지출처 : Pixabay)
겨울이 되면
옷이 먼저 떠오른다.
두꺼운 옷들.
옷장 안쪽에 오래 남아 있다가
계절이 바뀌는 순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밖으로 나온다.
한동안 입지 않았던 옷을
다시 꺼내 입는 일에는
생각이 필요 없다.
몸이 먼저 안다.
예전에는
내복을 입었다.
요즘은 잘 입지 않는다.
입더라도
내복이라는 말은 쓰지 않는다.
'히트텍'이라는 이름이
더 자연스럽다.
기능은 같고
이름만 달라졌는데
그 이름을 부르는 태도는
조금 달라졌다.
쑥스러움은 줄고
실용성은 앞에 놓였다.
부모 세대는
내복을 입고
추위를 견뎠다.
그 몸으로 일을 하고
돈을 벌고
가족을 부양하고
아이들을 키웠다.
그렇게 건너온 겨울 위에서
아이들은 자랐다.
첫 월급으로
부모님께
빨간 내복을 사드리던 일도
이제는
말하지 않아도 되는 옛일이 됐다.
그때는
그게 가장 무난한 선택이었고
가장 조용한 마음이었다.
아이들이 입고 있는 히트텍은
사실 또 다른 내복이다.
같은 겨울을
다른 말로 입고 있을 뿐이다.
겨울옷은
사람을 말없이 만든다.
두꺼운 니트,
무게 있는 코트,
목을 감싸는 옷깃.
그 안에 들어가면
몸이 먼저 멈춘다.
눈이 천천히 감긴다.
겨울옷이 주는 것은
따뜻함이라기보다
안정에 가깝다.
겨울은
입는 계절이다.
생각보다
몸에 가까운 쪽이다.
그래서 겨울에는
괜찮아지는 일이
말보다 먼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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