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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을 거닐다 Mar 07. 2020

꿈꾸기보다는 실행하기

II. 길 위에서


Dream somewhere else instead of dreaming of somewhere else.

(어딘가 다른 곳을 꿈꾸는 대신에 어딘가 다른 곳에 가서 꿈꿔라)


인도 아그라의 한 식당 벽에 붙어있던 스티커인데, 여행하고픈 욕구를 자극하는 문구이다. 너무 공감되어서 사진을 아니 찍을 수 없었다. 어딘가 다른 곳으로 가기를 꿈만 꾸지 말고, 거기로 가라는 이야기이다.


한 번은 중국 따리의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나 내 여행 이야기를 듣던 또래의 한국인 여행자가 물었다.


"혹시 로또 되셨어요? 제가 로또 되면 하고 싶은 걸 하고 계시네요."


허허허... 웃으며, "저도 그랬으면 좋겠네요."라고 답했다.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무언가를 하기 위해 어떤 완벽한 조건이 갖춰지기를 기다리며 미룬다. '나는 이게 없는데, 이것만 있다면 그걸 해 볼 수 있을 텐데.' 그 조건 중 많이 언급되는 것은 돈이다. 그래서 로또에 대한 가정법이 자주 사용되는 듯하다. ‘로또만 당첨되면 세계일주를 떠날 텐데.’, ‘로또만 당첨되면 이런 사업 (또는 다른 일)을 해볼 텐데.’ 그 외에도 많은 조건이 있다. 권력, 지위, 학력, 외모 등.


어떤 조건을 완벽하게 갖추면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다는 마음은 우리를 비교의 늪으로 인도한다. 무언가를 시도해서 성취한 또는 멋지게 사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에 대한 부러움이 마음을 채우게 되고, 자신의 불만스러운 모습과의 대비를 통해 자신을 더 초라하고 불만스럽게 만들 수도 있다.


여기서 ‘멋지게 사는 것처럼 보이는’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다른 사람들의 겉모습으로만 쉽게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용기 내어 도전하고 시도하는 사람들의 삶 이면에는 시도를 위해 포기해야 했던 것들과 그 선택으로 인한 고단함과 고난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건 뭔가를 도전하고 시도하는 사람들의 삶에만 국한된 것은 아닐 것이다. 희극인 찰리 채플린이 남긴 유명한 말이 있지 않은가. ‘삶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라고. 우리 모두의 삶은 그런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사람의 모습이 멋져 보인다고 또는 대단한 성취를 이룬 것 같다고, 다 가진 것 같다고 부러워할 필요는 없다.


내가 무언가를 꿈꾸고 있는데 뭔가 완벽한 조건이 갖춰져야 시도해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그래서 남들의 모습을 부러워만 하고 자신의 삶이 불만스럽다면 스스로에게 이 두 가지 질문을 던져 보면 좋을 것 같다. 첫 번째로는 그 꿈이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일까? 정말 간절히 꿈꾸고 있는 것인지 그저 남들이 뭔가 멋지게 하고 있는 게 부러운 것인지 말이다. 두 번째로는 내가 아무런 손실이나 실패의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그저 꽃놀이 패만 쥐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어떤 것에 대한 포기나 감수 없이 자기가 원하는 것을 이룰 수는 없다. 로또가 되면 즉, 무엇인가를 갖추게 되면 내가 원하는 무언가를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이룰 수 없는 판타지로 자신의 삶을 밀어 넣는 것일 뿐이다. 그런 순간은 영원히 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불나방처럼 늘 위험을 감수하고 원하는 것만을 쫓아야 한다는 건 아니다. 모든 것이 그렇듯 각자의 삶의 조건과 상황은 다르다. 그래서 자기만의 중심을 갖고 조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기준을 갖춰나가다 보니 하나를 얻기 위해서는 하나를 버려야 한다는 것이 그저 머리로 이해하는 수준이 아니라 마음의 습관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 결과 무언가를 선택하고 도전하는 것이 수월해졌다. 한편으로 무언가를 도전하지 않고 넘겨버리는 것도 편해졌다. 그 또한 내가 그만큼 간절하지 않다는 것일 수 있고, 도전하지 않음으로써 유지할 수 있는 다른 것을 위해 포기하는 것이라는 관점으로 이해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다른 사람의 성공이나 성취를 막연히 부러워하거나 질투하는 일이 거의 없어졌다.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 그 사람이 포기한 것들, 그 사람이 겪었을 그리고 현재도 겪고 있는 난관들이 눈에 그려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심으로 누군가의 도전과 성공에 박수를 쳐줄 수 있다.


어디선가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젊을 때는 체력은 있으나 돈이 없고,

중년이 되어서는 돈은 있으나 시간이 없고,

늙어서는 돈과 시간은 있으나 체력이 없어서

여행을 못한다.


삶이란 너무나 복잡해서 이렇게 단순화하기는 매우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감되는 내용이다.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을 하기 가장 좋은 때는 '지금 이 순간'이다. 그것은 단지 여행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선택을 요하는 삶의 대부분의 영역에서도 해당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그라 어느 식당 벽에 붙어있던 문구가 나에게는 이렇게도 읽힌다.


Do something instead of dreaming of doing something.
(무언가 하는 걸 꿈꾸는 대신에 그 무언가를 해라)


두려움 속에서 선택하고 짐을 꾸리고 길을 걷는 여행이 내게 가르쳐 준 또 하나의 지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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