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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을 거닐다 Apr 26. 2020

숲길로 출근합니다.

 

요즘 새로운 습관이 생겼다. 숲길 관통해서 출근하기!!


코로나 여파로 움직임이 적어지다 보니 소위 '확찐자'가 되어 가고 있었다. 마스크를 쓰고 다니니 불어나는 턱살도 그럭저럭 넘기고 있었다. 몸이 무겁고 찌뿌둥해서 '살천지'로 변해가는 것을 느끼고는 있었으나 외면하고 있다가 봄옷을 입고 실감을 했다. 옷이 안 맞는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체력이 많이 떨어지고 급속도로 피곤해졌다. 


코로나가 유행하기 전에는 원래 걷기를 좋아해서 사무실 근처 지하철 역보다 두세 정거장 일찍 내려 걷고, 퇴근할 때도 마찬가지로 두세 정거장 걸어 간 후 지하철을 타곤 했다. 그러나 코로나가 유행하면서 감기 걸리면 안 된다는 생각에 추운 날씨에 걷기를 외면해왔다. 올봄은 왜 또 유난히 춥던지...


그러다가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다시 걷기를 시작했는데, 집 주변에 둘레길이 떠올랐다. 우리 집은 관악산 끝자락에 위치해있다. 어쩌다가 마음 내킬 때 산책 나가고는 하는 관악산 둘레길인데, 출퇴근할 때 좀 돌아가더라도 이 길을 통해 지하철 역까지 가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이왕 걷는 것 푸르른 숲을 통해 하루를 시작하면 마음도 상쾌해지고 좋지 않을까? 대신 평소보다 일찍 길을 나서야 하지만, 그 정도야 상쾌한 아침을 위해 충분히 감수할 수 있는 일이다.


잠깐이지만 그래도 숲길을 걸으며 귀로는 새소리와 바람소리를, 눈으로는 날마다 변해가는 녹음과 아름다운 꽃을 감상할 수 있는 이 시간이 매일 기다려진다. 


4월 10일 아침에 사전투표 후 출근길


지하철 역으로 갈 수 있는 길은 여러 갈래길이 있는데, 어느 날은 매번 다니는 길이 아니라 다른 길을 선택해 보았다. 평범한 숲길이었는데 구부러진 길을 돌아들어가니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기가 막힌 풍경이 펼쳐졌다. "와우~"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여기가 천국이로구나!!!  연둣빛과 하얀 벚꽃 그리고 분홍색의 철쭉이 어우러져서 천상의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감탄하며 걷느라 이날은 출근 시간이 길어졌다. 


4월 13일 월요일 아침 출근길


거의 막차 타고 퇴근하는 게 일상이었으나, 저녁 숲길도 걷고 싶어 한두 번 일찍 퇴근해서 걸어보니 고즈넉한 운치를 느낄 수 있었다. 퇴근이 늦어져 저녁 산책은 거의 못하지만, 가끔이라도 저녁에 퇴근하는 날은 조금 힘들더라도 내 발걸음은 숲길로 향한다. 


4월 어느 저녁 퇴근길


저녁 하늘 위 수 놓은 벚꽃


매번 천천히 음미하며 걷느라 노렸던 운동효과는 없지만, 숲길 출근길은 도시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나만의 힐링 시간으로 자리 잡았다. 4월과 어울리지 않게 추웠던 며칠간의 날씨와 달리 오늘은 날씨가 따뜻했다. 날씨에 이끌려 산책을 나왔는데, 습관적인 발걸음이 나를 사무실로 이끌었다. 덕분에 일요일이지만 일을 좀 하게 된 건 좋은 것일까, 나쁜 것일까? ^^;


둘레길 초입부 놀이터에 만개한 꽃
왕겹벚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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