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쟁이들의 마을 - 5
여섯 살 소년은 생각했다.
어른들은 늘 무엇이든 다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하고 행동한다. 실수로 물을 엎질러도 물이 쏟아진 것은 자기 잘못이 아니라고 화를 내며 그 이유를 수도 없이 댄다. 너무나 잘못이 명백할 때에도 나쁜 것은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이거나 세상이라고 말했다. 아이들 앞에서 실수나 잘못을 인정하면 늦은 밤에 도깨비가 어른들을 데려가 마구 벌주는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어른들은 거짓말이 나쁜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나와 수많은 또래 아이들은 거짓말이 탄로 날 때마다 큰 꾸중을 듣곤 했다. 거짓말은 나쁜 것이라고, 도대체 어디서 배운 버릇이냐며 하나같이 화를 냈다. 하지만 나는 한 가지 비밀을 알고 있다. 실은 다른 아이들도 알고 있는 비밀이다.
그건 바로 어른들도 거짓말을 한다는 사실이다.
아이들의 거짓말이란 어른들을 따라 한 것에 불과하다.
가족들과 다 같이 외출하던 어느 주말 아침, 트렁크에 짐을 싣는 부모님을 기다리던 중 작고 하얀 고양이가 차 밑으로 기어들어가는 모습을 보았다. 아빠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갑자기 심각한 얼굴로 새엄마와 이야기를 나누고는 엎드려서 차 밑쪽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잘못하면 차에 시동을 걸다가 고양이가 타 죽을 수도 있어서 고양이가 나오는 걸 확인하거나 차 내부에 고양이가 들어가 있지 않다는 걸 확인해야 한다고 새엄마가 설명해주었다.
그날은 모처럼 내가 좋아하던 놀이동산에 가려던 날이었다. 새엄마와 아빠는 늘 바빠서 평소 얼굴 보기도 힘든 사람들이었지만 그날만큼은 연휴 무렵이라고 놀이동산을 약속해 준 터였다.
차라리 고양이를 보았다는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나?
차 근처에서 고양이 소리가 들린 것 같다는 새엄마의 말에 아빠는 어딘가에 전화해 사람을 불렀다. 한참 지나 작은 트럭을 타고 나타난 아저씨는 이상한 기계를 이용해 우리 차 앞쪽을 들어 올리고 바퀴 달린 판에 누워 차 아래로 들어갔다. 아저씨가 차 안쪽으로 손을 뻗어 휘적휘적하자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내며 아까 보았던 하얀 고양이가 뛰어내려 왔고, 그제야 우리 가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놀이동산으로 출발하려던 시간에서 이미 시간이 많이 흘러 있었다. 다시 차에 타려나 하는 찰나, 새엄마의 전화기가 울렸고 잠시 저쪽에서 전화를 받고 온 새엄마는 아빠에게 오늘은 아무래도 너무 늦어버려서 다음 일을 보기엔 시간이 빠듯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게 나는 수많은 다른 주말들과 구분되지 않을 평범한 주말을 보내고 말았다. 거짓말을 하면 못 쓴다고들 하길래 눈에 보인 모든 것을 정직하게 말했더니 그토록 기다려 왔던 놀이동산이 날아갔고, 순식간에 행복과 희망이 사라져 버렸다. 하얀 고양이가 미웠다.
거짓을 말하면 안 된다.
그러나 진실을 말하면 슬픈 일이 생긴다.
소년이 몸소 처음으로 깨달은 세상의 법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