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복한워킹맘 Jul 07. 2019

19년 차 직장인의 작은 성공 비법

야망은 없지만 욕심은 많은 워킹맘

성공의 크기를 잴 수 있을까?
 

누군가 물어볼 수 있다. 성공이 큰지 작은지 일반적인 관념을 두고 자로 잴 수 없겠지만 각자의 마음으로는 재어 볼 수 있다. 나에게 작은 성공이란 크게 소문나지 않았지만 직장 생활을 지탱할 수 있게 도와준 의미 있는 경험들을 말한다. 이 작은 점들은 회사 생활 전반에 걸쳐 예기치 못하게 찾아왔고 보이지 않은 선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확실한 것은 작은 성공 두세 개가 모이면 큰 성공에 버금가는 에너지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화려한 주연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엑스트라도 아닌 모습으로 19년 회사를 지탱해준 딱 그만큼의 에너지 말이다.


나는 작은 성공이 어울리는 사람이다. 야망은 없지만 욕심은 많았던 나에게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성공이 있을까 싶다. 크게 성공해서 회사에 이름을 날리는 것은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그림자 같은 존재로 남기는 싫다.




보고서는 이렇게 적어야지”

“이 분석 내용 누가 작성한 거지?”

“제가 작성했습니다.”

“그래, 일보는 이렇게 적어야지”


팀 전체 아침 미팅 시간, 내가 작성한 일보를 읽은 팀장의 한마디는 찰나에 지나갔다. 혼자 말인 듯도 하여 누군가는 듣지 못했을 그 말은 나에게 또렷이 들렸고 큰 파동이 되어 온 몸으로 퍼졌다. 각자 분석한 업무를 정리하여 매일 ‘일보’를 발행하던 시절, 신입 사원이었던 나는 나름 최선을 다해 적었다. 신입사원이 얼마나 잘 적었을까 싶지만 아무튼 그날 이후 더욱 열심히 일보를 작성했다. ‘팀장님이 읽으면 잘 이해하실 수 있을까?' 항상 이런 생각을 가지고 보고서를 작성하였다.  한 번은 다른 팀 선배가 내가 쓴 기술보고서를 읽고 ‘이 보고서는 꼭 읽어 보라’며 팀 후배들에게 메일을 보냈다는 이야기에 어깨가 으쓱했던 기억이 난다.


보고서 작성은 ‘글쓰기’라는 카테고리 안의 소분류로 그 맥락을 같이 한다. 나만 이해할 수 있는 글은 독자에게 외면당하듯 나만 이해할 수 있는 보고서는 팀장한테 퇴짜 맞기 딱이다. 보고서를 읽는 사람이 내 글을 읽는 독자라 생각해 보자. 독자가 누구인지 타깃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무엇을 알고 싶어 하는지, 어떤 장르를 좋아하는지 스타일까지 섭렵하면 70% 이상은 잘 쓴 보고서가 나온다. 타인의 관점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만들어 준 그날의 기억은 보고서를 꽤 잘 만들게 된 작은 성공을 가져다주었다.  


"거지 같은 장표 한 장으로도 프레젠테이션 잘할 사람"

“박 책임은 거지 같은 장표 한 장을 가지고도 멋지게 프레젠테이션을 해낼 사람이야.”


관리자 워크숍을 마친 후 회식 시간, 나를 오래 시간 지켜본 실장님의 한 마디에 옆에 있던 동료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동료는 회사 다니며 자기가 제일 들어보고 싶은 최고의 칭찬이라며 부러움을 표시했다. 직장인으로 살며 보고를 잘한다는 칭찬을 듣기란 쉽지 않다. 생각보다 상사에게 어필할 수 있는 보고의 기회가 자주 오지 않을뿐더러, 설령 보고를 잘 마쳤다 해도 회사는 칭찬에 인색하기 때문이다. 동료의 부러운 눈빛을 느낀 그날, 나는 또 하나의 작은 성공을 마주하였다.

   

나에게 발표는 보고서 작성으로 단련된 글쓰기 기술을 말로 확장시키는 작업이었다. 첫 번째 작은 성공이 두 번째 성공을 이끌어 준 셈이다. 보고서 작성을 잘한다면 발표까지 잘할 확률이 높아진다. 탄탄한 시나리오를 만들 수 있다면 여기에 청중을 사로잡는 시각적 연출 기법(장표 작성 스킬)과 자신감 있는 목소리 톤의 연기력(발표 스킬)을 더하여 완벽한 프레젠테이션을 해 낼 수 있다. 더해야 하는 기술이 만만치 않다. 나의 프레젠테이션 실력이 달인의 경지와는 견줄 수 없음은 집고 넘어가야겠다. 회사 전체에서 인정받는 스타 발표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몇몇 임원, 팀장님들께는 잘한다 인정받은 수준이다.




작은 성공의 특징, 끌어당김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팀장의 작은 칭찬 하나는 나에게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습관을 만들어 주었다. 타인의 눈높이에서 보고서와 발표 자료를 바라보는 이 예절 바른 행동은 작은 성공의 가장 큰 비법이다. 이러한 습관이 쌓여 보고서를 잘 쓰게 되었고, 몇 가지 기술이 더해져 발표를 잘하는 사람이 되는 성공을 이끌어 준 것이다.

작은 성공은 예기치 않게 불쑥 찾아온 것 같아 보여도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처음 잡은 끈을 잘 따라가 보면 그다음 성공의 방향을 알아챌 수 있다. 한 번 성공해 본 사람은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을 알기 때문에 다시 성공할 확률이 커진다. 처음 성공에서 깨달은 방법을 꾸준히 실천하고 확장하면 또 다른 성공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작은 성공은 큰 성공보다 끌어당김의 힘이 강하다.


작은 성공도 분명한 성공이다.

임원으로 빨리 승진하는 것
연봉을 많이 받아 몸값이 올라가는 것  
프로젝트를 멋지게 성공하는 것
가늘고 길게 회사에서 버티는 것  
스트레스받지 않고 출근하는 것


이 중 내가 바라는 성공이 있는가? 누구나 성공을 꿈꾸지만 저마다 다른 꿈을 꾸고 산다. 우리는 회사에서 받는 교육이나 자기 계발서를 통해 성공의 법칙을 접하게 된다. ‘성공의 법칙’이란 키워드를 인터넷에 치면 무수히 발견되는 단어들 있다. [명확한 목표 설정, 솔선수범과 리더십, 빠른 의사 결정 등] 19년이나 회사를 다녔지만 나는 아직도 이런 단어들이 낯설기만 하다. ‘이것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방법도 잘 그려지지 않는다. 설령 내용을 이해해 세부 계획까지 세웠다 해도 실행하기 쉽지 않은 처지이다. 이렇게 내 기준에서 큰 성공은 낯설고 어려웠다.


근사한 성공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유가 내가 일하는 엄마, 워킹맘이기 때문은 아니다. 앞에 나서는 것을 두려워하는 내향인 기질과 두 아이와 함께하는 나의 가족이 무엇보다 소중하기 때문이다. 성공에 대한 야망의 크기는 남녀를 구분 짓기보다 개인의 성향과 관계가 깊다고 생각한다.  


나와 같은 기질의 사람들이 주눅 들지 않고 회사 생활을 계속하려면 작은 성공을 맛보아야 한다. 조직 이론의 거장 칼 와익 교수가 주장한 ‘작은 승리 전략’의 핵심은 문제를 잘게 쪼개 작은 문제부터 해결하면 상당한 성취감과 안정감을 느낀다는 것이었다. 작은 문제부터 해결해 얻은 성공은 생각보다 큰 성취감을 안겨 주고 결국 회사생활을 지탱하게 하는 힘이 된다. 복싱에서 어퍼컷 한방으로 상대를 KO 시킬 수도 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날린 작은 잽 여러 개로 판정승할 수 있다. 판정승도 승리이듯 작은 성공도 성공이다. 확률적으로 KO승보다 판정승이 많은 것을 고려한다면, 작은 성공을 따르는 것이 현명한 선택 될 수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