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몰랐는데 팀장님이랑 면담하다 눈물을 펑펑 흘렸단 이야기를 나중에 전해 들었다. 당시 같이 일하는 파트리더와 갈등이 심해 다른 팀으로 이동하거나, 퇴사까지 생각했다고 한다. 얼마 뒤 파트를 옮겼고 지금까지 나와 같은 파트에서 일하고 있다.
작년 여름 전세 재계약을 해야 하는데, 재계약을 해야 하나 나에게 조언을 구한 적이 있었다. 당시 서울 아파트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던 시절이라 한 해를 보냈다. 얼마전 집 이야기가 다시 나왔다. 이제는 사도 될 것 같다고 부추겼고 바로 그날 저녁, 파트 단톡 방에 카톡이 울렸다.
"책임님! 저 OO 아파트 샀어요~"
"??, OO 아파트요?"
"네~ OO 샀어요."
"오.. 진짜요?
"번갯불 콩 구웠어요"
"오메, 얼마?? 축하드립니다~, 잘하셨어요"
"심장이 벌렁벌렁 해요~ 잘한 거지 싶어서"
"회사 열심히 다니십시다"
바로 그날 집을 계약하다니! 파트 사람들이 모두 축하해 주었고, 집들이 언제 하냐고 난리가 났다. 내 동생이 집을 산 것 마냥 기분이 좋았다. 이제 그녀는 이혼할 때 맘고생이 심해서 39킬로까지 살이 빠졌었다는 이야기를 나와 같이 웃으면서 할 수 있을 정도로 마음이 푸근해졌다. 그녀는 Single맘이다. 옛 기억은 잊고 예쁜 집에서 중학교 1학년이 된 예쁜 딸아이와 행복하게 살기를 기도했다.
회사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과 정을 나누고 그 사람의 기쁨을 함께 기뻐할 수 있음을 감사한다. 물론 꼴 보기 싫은 인간을 만날 수도 있지만, 한 두 명이라도 서로를 이해하고 응원하는 동료가 있다면 회사생활이 그렇게 팍팍하지 않는다.
1. 직장인 행복 필수품 하나, 사람
성공을 하거나 행복해지는 것, 그 모든 것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주변 사람을 진심을 다해 대하다 보면 모든 길은 열린다는 진실을 느끼고 있다. 5년 전 퇴사할 뻔한 그녀가 파트를 옮기고 나서 바뀐 건 자기를 이해해 주는 사람을 몇 명 만난 것 뿐이다. 그뿐인데 그녀는 지금 너무 행복한 모습으로 웃고 있다. 딸이 대학교 졸업할 때까지 나보다 더 오래 회사를 다닐 기세다. 내가 힘들 때 누군가의 한 마디가 큰 힘이 되듯, 그 마음으로 주변을 둘러보아야 한다. 행복은 사람을 통해 전염된다.
"그래서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데?"
신입사원 시절, 대구가 고향인 무뚝뚝한 선배가 있었다. 19년 회사생활의 밑거름을 만들어 준 선배들이 제법 있는데 유독 이 선배가 기억나는 것은 이 한마디 때문이다.
당시 나의 업무는 '이통 풀기'였다. 이통이란 '이상 통신문'의 줄임말이다. 제품 생산 단계에서 검사를 통해 양품과 불량을 가려내는데, 불량이 몇 개 이상 많이 발생하면 생산라인 작업자들은 해당 차수를 HOLD 하고 '이상 통신문'을 띄운다. 아침에 출근해서 밤 사이 발생한 '이상 통신문' 내용을 확인하고 분석하는 일이 나의 업무였다. 분석 결과를 선배한테 이야기하면 으레 돌아오는 질문이 "그래서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데?"였다. 처음 이 질문을 받을 때 몹시 당황스러웠다.
'신입 사원이 뭐를 안다고 자꾸 내 생각을 물어보지? 지금 이 불량이 뭔지도 모르겠는데.'
자꾸 나의 생각을 이야기하라니 처음엔 대답을 하지 못했다. 조금 지나니 초반에는 설명을 잘하다가도 어떤 대목에서 머뭇 거렸다. '난 이 불량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지? 원인 무엇이고 어떻게 조치하면 될까?'
시간이 지날수록 나 스스로 해결의 방법까지 고민하고 나서야 선배와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2. 직장인 행복 필수품 둘, 소통
회사는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는 곳이기에 소통의 기술이 필요하다. 신입사원의 의견을 듣지 않더라도 원인이 뭔지 알 수 있었을 선배는 참고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이러한 소통의 과정을 통해 나는 나 스스로 성장하게 된 것이다.
선배의 질문을 통해 회사가 원하는 소통의 방식을 배웠다. 그런데 이게 배웠다고 해서 남들한테 잘 쓰이지 않는 것이 문제다. 선배의 방식처럼 후배들과 소통하려고 해 봤는데 쉽지가 않았다. 아직까지도 소통의 기술을 터득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소통을 잘하려면 필요한 것이 하나 더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신뢰성을 높이는 재료를 개발할 것인가?
최근 회사 업무에서 나의 가장 큰 고민이다. 나는 핸드폰, TV, 노트북에 들어있는 액정 디스플레에 들어가는 재료를 연구하는 일을 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패널에 요구되는 특성은 많은데, 재료 개발은 이러한 특성을 맞추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이 중, 재료 개발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신뢰성이다. 높은 온도부터 낮은 온도에 이르기까지 장시간 구동을 하여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 높은 신뢰성이다. 신뢰성은 디스플레이의 요구 특성이기도 하지만,사람과의 관계에서도 꼭 필요한 항목이다.
'나는 신뢰를 주는 사람인가?'
'나는 나 스스로를 신뢰하는가?'
주변에 보여지는 신뢰뿐 아니라, 나 자신을 믿는 신뢰 또한 높아야 한다. 나를 괴롭히는 힘은 내가 만들어 내고 나를 신뢰하지 않으면 남도 신뢰할 수 없다.
3. 직장인 행복 필수품 셋, 신뢰
나 스스로를믿고 남들에게도 한결같은 신뢰를 준다면 그 어떤 시련과 풍파를 견딜 수 있다. 신뢰는 그 자체도 의미가 크지만 소통과 함께 할 때 시너지가 발생한다. 신뢰가 있으면 소통이 잘 되고 소통을 잘하려면 신뢰가 깊어야 한다. 신뢰성 높은 디스플레가 어떠한 온도나 조건에서도 동일한 성능을 내듯 어떠한 자리 나 어떠한 경우에도 한결같은 사람을 우리는 신뢰하게 된다. 높은 신뢰를 쌓는다는 것은 나를 참는 수도자의 길과 닮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