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복한워킹맘 Mar 27. 2020

중요하지만 쓸데없는 고민, 브런치 작가명

브런치 작가로 가는 길목에서

이름을 무엇으로 지을까?

나의 첫 작명에 대한 고민은 첫째 딸 이름이었다. 작디작은 아이를 목욕시키느라 땀으로 샤워를 하고 밤중 수유로 유체 이탈을 경험하던 때. 삼칠일이 지나 간신히 정신을 차릴 즈음 아이 이름 짓기 고민에 빠졌다. 평생을 누군가로부터 듣게 되는 이름을 정하는 일은 한 아이의 인생을 결정짓는 일로 다가왔다. 인터넷을 뒤지고 고등학생 이후로 처음 옥편을 꺼내보며 남편과 열띤 토론 끝에 후보 5개를 뽑았다. 출생신고 마 D-1일, 시어머니는 서울에서 유명하다는 작명 집을 찾아가셨다.


"사주가 너무 좋아서 아무거나 지어도 된다더라." 


사주가 좋다는 말에 싱글벙글한 시어머니와 달리 나는 허무함을 느꼈다. 이러려고 며칠 밤을 새우며 고민을 한 것인가. 결국 부르기 쉽고 예뻐서 선택된 그 이름을 지금 우리 딸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12년 후, 나는 '브런치 작가명'을 두고 두 번째 작명 고민에 빠졌다. 이전의 기억 때문인지 깊이 고민하지 않아 다행이다. 이름이 불러졌을 때 행복했으면 좋겠고 나는 워킹맘이니 '행복한 워킹맘' 탄생하였다.


브런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작가의 꿈을 품었던 이들용기 내어 브런치 작가에 도전하고 있다. 나는 블로그를 통해 '브런치 작가는 어떻게 하면 되나요?'라질문도 많이 받는다. 앞서 두 편의 글에서 '브런치 공모전' 이야기를 썼는데 브런치 작가 지망생을  소소한 tip 몇 편을 쓰려고 한다. 오늘은 그 1탄


중요하지만 쓸데없는 브런치 작가명

중요한데 왜 쓸데가 없는 것인지 어느 순간 무릎을 탁 치기를 바라며...


< 분석 집계 Data >

 20년 1월~3월 다음 메인 또는 런치 홈노출되었던  총 115편의 작가 이름을 가지고 분석함



In English or 한글


영어 작가명 23명(20%)

한글 작가명 92명(80%)


작가명을 엑셀에 한땀 한땀 정리하며 느낀 것은 '영어 이름은 정말 치기(쓰기) 어렵군'이다. 이름은 부르기 쉽고 쓰기 쉬워야 한다는 어르신들 기준으로 영어로 된 작가명은 불편한 구석이 있다. 내 예상보다 꽤 많은 포션을 차지한 영어 작가분 중에는 해외에 거주하는 분들도 계셨다. 그분들의 입장에서 보면 영어 이름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브런치의 글이 유튜브 자막처럼 영어로 번역이 되어 전 세계인들이 보는 날이 온다면 영어 작가명은 필수가 되지 않을까 꿈꿔본다.   




브런치 작가4가지  유형


115 작가명과 자기소개를 바탕으로 한 직업, 글의 소재를 분석했을 때 브런치 작가명은 4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필명 63%

펜네임(Pen name)이라고도 하는 필명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다. 필명을 사용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작가가 되는 날을 꿈 꾸며 노트에 적어본 멋진 이름을 실현하는 기회일 수도 있고 '회사 동료에게 나의 글쓰기를 알리지 말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짓기도 한다. 지난 글(다시 보기)에서 이야기했지만 브런치 작가의 80%는 N-잡러이기 때문에 나의 이름 석자를 드러내 놓는 작가명을 선택하 쉽지 않다.

    

필명을 짓는 방법은 각양각색이다. 최근 알게 된 '내가 꿈꾸는 그곳' 작가님은 늦깎이로 이탈리아 요리 유학을 마친 셰프이자 포토그래퍼인데 작가명에서 남다름이 느껴진다. 나의 롤모델인 '스테르담'님은 회사원으로 꾸준히 글을 쓰며 여러 권의 책을 출판하셨다. 작년 말 혜성처럼 나타난 브런치 인기 작가 '다녕'님은 '강다녕'에서 성을 빼고 작가명을 지으셨다. 얼마 전 출간 계약까지 하셨다니 정말 축하드린다. 문재인 대통령이 추천하여 더 대박났던 <90년생이 온다> 임홍택 작가는 '편집왕'이라는 필명을 쓰고 있다.


실명 18%

필명 작자 뒤를 이어 자신감 뿜뿐 내뿜으며 '내 이름'을 내세운 작가님은 18%를 차지한다. 실명을 쓰는 작가 대부분(76%)은 출간 작가, 기자 또는 칼럼니스트로 필명을 쓸 이유가 없는 분들이다. 브런치 작가를 신청할 때는 필명을 사용하다가 정식으로 출간 작가가 되면서 실명으로 바꾸기도 한다.


필명을 쓰고 있는 유명한 브런치 작가로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정문정 작가,  최근 출간된 <나는 겨우 자식이 되어 간다> 임희정 작가 분이 계시다. (*유명한 <하마터면 열심히 살뻔했다> 하완 작가님은 필명인가? 실명인가? 아시는 분들 제보받습니다.) 내가 구독하는 '김명희' 작가님은 나와 같은 회사원인데 실명을 쓰고 있다. 이 분의 용기에 큰 박수를 보내 드린다.    


직업, 주제 연상 14%

작가의 직업이나 글의 주제가 연상되는 작가명을 쓰는 경우가 14%이다. '행복한 워킹맘'인 나도 작가명을 보면 워킹맘으로 살아가며 생기는 이야기를 담아낼 것이라 짐작이 가능하다. 7회 브런치북 대상 '생계형변호사', 철학 교사 '생각샘', 늦깢이 대학생이 된 엄마 '엄마는 대학생', 러시아 통역사 '마음통역사', '안기자', '예피디' 작가님 등 이름만 보고도 직업을 연상시키는 경우이다. 위트 있는 작가명을 가진 '날으는 돼지' '오리맘날다' 작가님은 요즘 하늘 대신 '다음 메인'을 날고 있는 승무원이다.    


브런치 작가로서 꾸준히 글을 쓰려면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는 영역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결국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나의 글쓰기 주제가 다. 나의 일을 표현해 주는 작가명을 쓴다면 독자 입장에서 기억이 뚜렷이 남을 것이다. 브런치 초보 작가에게는 멋진 이름보다는 나를 알릴 수 있는 작가명을 추천한다.  


브랜딩 4%   

많은 포션은 아니지만 나를 브랜딩하는 작가명을 사용하는 경우이다. 펫 호텔을 운영하는 '좐네강아지', 펜션을 운영하는 '미스터멘션' 그리고 준규네 홈스쿨링 책을 펴낸 김지현 작가님은 실명 대신 '준규네 홈스쿨'을 작가명으로 쓰고 있다.  



브런치 작가명 짓기 Tip  


내 이름을 정하는 데 있어 그 어떤 규칙은 없다. 내 마음대로 정하는 자유를 누려보자. 다만 아래 몇 가지를 고려하면 좋을 것이다.


1) 부르기 쉽고 쓰기(검색) 쉬운 이름

2) 브런치에서 이름을 먼저 검색해 보자. (동명이인 5명까지 본 적 있음)

3) 나의 랜딩을 고려해서 지으면 좋음

4) 오프라인에서 나의 작가명이 불리는 경우를 상상해 보자.(ex. 개똥이 작가님 ㅜ.ㅜ)  

5) 다른 SNS에 사용 중인 이름이 있다면 통일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







딸아이 이름을 지을 때처럼 브런치 작가가 되기 전에는 이름이 중요하게 다가온다. 왠지 멋져야 하고 심오한 의미도 담았으면 좋겠고 말이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나면 부질없음을 깨닫는다. 이름이 멋지다고 조회수가 폭발하거나 구독자수가 느는 것이 아니다. 작가의 본질은 '글'이다. 


작가명 고민할 시간에 초고 한 편 더 쓰고, 퇴고 한 번 더하여 브런치 작가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기를 기원하며 글을 마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