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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워킹맘 Mar 13. 2020

내가 브런치 공모전에 떨어진 5가지 이유

7회 브런치 공모전 대상작 분석(1)

부푼 기대를 앉고 처음으로 도전장을 내민 7회 브런치 북 공모전에 보기 좋게 미끄러졌다. 최종 발표 며칠 앞둔 날까지 핸드폰을 손에 놓지 않던 시절. 2019년 12월 30일에 브런치팀은 나에게 아무런 통보 없이 대상작을 발표했다.  


“어떤 작품이 대상에 뽑히는 걸까? “

탈락의 아픔을 떠나보낸 몇 달 뒤 수상작을 읽어볼 수 있었다. 수상작 10편을 2씩 정독했다. 대상작 10편의 공통점을 한마디로 말하기 어려울 때 공모전 발표글에서 그 답을 발견했다.      


반짝이는 기획과 매끄러운 필력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브런치 북 수상작으로 최종 선정되었습니다. < 브런치팀 >  



반짝이는 기획과 매끄러운 필력

브런치팀은 에게 답을 알려주고 있었다. 수상작 면면을 보면 더 많은 공통점이 보이지만 결론은 기획력과 필력이다. 글짓기 대상에 뽑히려면 글을 잘 써야 한다는 것은 초등 3학년인 우리 둘째도 아는 사실이다. 브런치 초보 작가 박완서 선생님의 필력 어찌 따라갈 수 있을까. 초보 작가라면 필력보다는 반짝이는 '기획력’으로 승부를 보아야 한다.


대상 10편을 읽고 내 멋대로 분석한 5가지 벤 마킹 포인트정리하였다.

내가 브런치 공모전에서 떨어진 5가지 이유이기도 하다. 벤치 마킹 포인트마다 공통분모가 되는 작품을 선정하여 이해를 돕고자 하였다. 항목마다 몇 작품만 선별하기 어려웠음을 고백한다. 10편 모두 반짝이는 기획과 매끄러운 필력이 넘치다는 것은 변함없다. 앞으로 소개될 책 중에 내가 쓰려는 글 방향과 비슷한 작품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완독해 보길 바란다.


어렵게 완성한 초고를 만지작하고 있을 누군가와 올해 브런치 공모전에 도전장을 내밀 작가님들께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1. 레드오션에서 블루오션 찾기 

세스 고딘의 책 '보랏빛 소가 온다' 11페이지, 한국어판 저자 서문에 순두부찌개가 나온다. 세스 고딘은 집에서 한 시간 떨어진 외딴 마을 식당에서 꿈에서도 상상 못 한 환상적인 맛의 순두부찌개를 만났다고 한다. 그는 이 순두부찌개처럼 보랏빛 소가 되기 위해는 당신이 만드는 상품이 리마커블 해야 한다고 말한다.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고, 새롭고, 흥미진진한 것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레드오션 시장에서도 리마커블한 이야기는 살아남는다는 명제를 아래 3권의 책에서 만다.


실무자를 위한 현실 브랜딩 안내서 

사회초년생을 위한 재테크 튜토리얼 

철학하는 엄마 


이 작품들이 레드오션 시장에서 보랏빛 소가 될 수 있는 핵심은 무엇일까?


(1) 뾰족한 독차층(독자층 쪼개기)

인터넷 서점 네24에 '브랜딩, 재테크, 철학' 키워드를 입력해 보국내 서적만 순서대로 156권, 828권 그리고 8,767권에 달한다. 아무리 출판계가 불황이라지만 관심 높은 주제의 책은 꾸준히 출간된다. 레드오션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독자층을 족하게 타게팅하는 것이 필요하다.


'브랜딩'만 보더라도 창업가를 위한 브랜딩, 간호사를 위한 브랜딩, 병원 브랜딩, 퍼스널 브랜딩, 1인 브랜딩 등 다양한 독자층을 겨냥한 책들로 나뉜다. 대상 '실무자를 위한 현실 브랜딩 안내서'는 브랜딩을 업으로 는 실무자위한 책이다. '사회초년생을 위한 재테크 튜토리얼'은 재테크에 관심 있는 독자층에 깔때기를 달아 '사회초년생'을 걸러내어 가이드를 제시한다. '철학하는 엄마'는 철학이라는 무거운 주제에 '엄마'를 더하여 말랑말랑한 일상 속의 철학을 담아내었다. '브랜딩+실무', '재테크+사회초년생' 그리고 '철학+엄마'로 뾰족하게 하니 유사 도서는 0권, 2권, 2권으로 줄어든다.     


독자층을 뾰족하게 한다고 해서 수요층이 한정되 것은 아니다. 사회초년생을 위한 재테크라고 하면 사회초년생뿐 아니라 재테크에 관심 있는 초보단계 사람들 모두 관심을 기울이게 될 것이다.


(2) 새로 이야기와 꿀팁 대방출

'철학하는 엄마' 4화-탄생 아기와의 만남-에 아이 탄생의 의미를 두고 상반되는 주장을 내놓은 철학자들 이야기가 나온다. '인간은 누구나 이 우주를 새로이 출발시키며 탄생한다'라고 말한 아렌트. 아이의 탄생을 두고 '우주의 출발'하는 글을 나는 처음 읽었다. 철학 상식과 재미있는 이야기가 출산과 육아를 품으니 그 시선이 새롭다. 어디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던 이야기가 그녀의 책 속에 있다.


브랜딩 회사 대표님이 쓴 '실무자를 위한 현실 브랜딩 안내서'를 읽을 때는 노트와 펜을 꼭 준비해야 한다. 브랜딩 실무를 하는 사람이라면 매회마다 쏟아지는 꿀팁에 현기증을 느낄 것이다. 환경의 힘을 강조하며 소개한 '책상 위 26가지 아이템'부터 '브랜딩 회의 11가지 단계', '행사를 폭망 하지 않기 위한 26가지 디테일'. 브랜딩이 본업이 아닌 나도 메모하며 적다가 책 한 권 통째로 필사할 뻔했다.


'사회 초년생을 위한 재테크 튜토리얼'에는 초년생에게 꼭 필요한 재테크 정보와 직언들이 담겨 있다. 재테크에 대한 기초 지식을 알기 쉽게 설명해 준다. 읽다 보면 당장 적금을 들고 통장을 2개로 쪼개고 차를 팔아야겠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3) 전문성

독자의 시선을 끌어 누군가 읽기 시작했다면 결국은 내용에서 승부가 갈린다. 에피소드 몇 가지로 300페이지를 채울 수 없다. 레드오션 시장에서 전문성은 기본으로 갖추어야 한다. 이쯤에서 앞서 말한 대상작 작가님들의 이력이 궁금해졌다.

실무자를 위한 현실 브랜딩 안내서
- 박창선 작가
브랜드 디자인 회사의 대표이자 출간 작가


박창선 작가의 이력을 모른 채 글을 읽다가 '회사 대표님들이 참 좋아할 내용이 많네'라는 생각을 했다. 작가가 대표님일 줄이야. 브랜딩 회사 CEO가 집필한 '실무자를 위한 브랜딩' 책이라니! 게임 끝이다. 박창선 작가는 지난 2월에 '팔리는 나를 만들어 팝니다'를 출간하였는데 3일 만에 중쇄를 찍었다고 한다. 이런 분과 내가 경쟁을 다니. 내가 떨어진 이유를 더욱 잘 알겠다.


사회 초년생을 위한 재테크 튜토리얼
- Toriteller
'세상 친절한 경제 상식' 저자. 생계형 직장인


브런치 작가 소개란에 '생계형 직장인'이라 쓰여있으나 좀 더 찾아보니 20년 넘게 콘텐츠 기획 일을 하다. 뉴스 부분고 있다니 시사경제 상식이 넓은 전문가라 판단된다. 기본적인 경제 상식이 탄탄하니 사회 초년생을 위한 재테크 입무서는 눈감고 쓰시지 않았을까?

   

철학하는 엄마 - 이진민
독일에서 육아 중인 두 아이의 엄마. 정치철학 박사학위 보유


열 달 뱃속에 품던 아이와 처음 눈을 마주치던 순간부터 수유로 몸부림치던 기억에 이르기까지. 그 낯선 감정들을 철학자들의 명언과 에피소드에 녹여 과하지 않게 풀어낸다. 박사학위 논문 이후 브런치 북이 처음 쓰는 글이라는데 그녀의 논문 수준이 어떠했을지 짐작된다. 철학에 대한 깊이는 물론 뛰어난 필력을 가진 이진민 작가의 다음 책이 궁금해진다.


세 개 작품 하나같이 독자가 뾰족하고 기발한 이야기가 넘치며 티 나지 않게 전문성이 티가 난다. 작가들의 이력만 봐도 납득이 가지 않는가. 하나의 주제로 300페이지를 채울 자신이 있어야 한다. 글의 주제는 내가 가장 잘 아는 주제로 선택해야 한다.  

  

2. 둔필승총 

은유 작가님의 책 ‘쓰기의 말’에서 처음 들은 사자성어다. 정약용 선생님의 말로 둔. 필. 승. 총. 직역하면 무딘 붓이 더 총명하다는 뜻으로 '서툰 글씨라도 기록하는 것이 기억보다 낫다'는 말이다. 많은 작가들의 정보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신문사 편집국장을 지낸 이력이 있는 김훈 작가가 대표적이다. 김훈 작가는 어느 인터뷰에서 자신의 서재에 백과사전과 도감 종류의 책만 남겨 두었다고 한다. 내가 뽑은 '둔필승총 Best 3'는 바로


미술사에서 사라진 여성 미술가

실무자를 위한 현실 브랜딩 안내서 

사회초년생 위한 재테크 튜토리얼


자칫 기록만 써 내려가면 백과사전과 다를 바 없다. 흥미로운 정보에 빠져 페이지를 넘기지만 얼마 지나지 않 책을 덮게 된다. 학교 숙제를 위해 가끔 들출 뿐 먼지만 쌓인다. 지루할 틈이 없고 시간이 지나도 다시 찾게 되는 정보 전달을 어떻게 담으면 좋을지 3권의 브런치 북을 통해 정리해 보았다.      


(1) 정보의 정확성  

'미술사에서 사라진 여성 미술가'에는 르네상스 시대부터 현대미술 태동까 여성 미술가들의 삶과 예술이 숨 쉬고 있다. 프로페르치아 데로시, 소포니스바 앙귀솔라, 라비니아 폰타나, 클라라 페테르스. 이름부터 생소한 20명이 넘는 여성 미술가의 삶과 작품을 이 브런치 책 한 권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정보를 책에 담기까지 김선지 작가는 얼마나 많은 서적과 자료를 찾아 헤매었을까. 아래 왼쪽 사진에서 100여 명의 얼굴이 조각되어 있는 곳이 '복숭아 씨앗'이라니. 정확한 정보의 전달만으로도 때론 경외감을 느낀다.


강원국 작가의 책 '대통령의 글쓰기'에서 정보 전달을 위한 자료를 음식에 비유한다. '풍성할수록 좋다. 음식에 맞는 재료여야 한다. 믿을 만한 것이어야 한다. 싱싱할수록 좋다. 색다른 것이면 더욱 좋다.'로 말이다.    


(왼쪽) 복숭아 씨앗 1개에 100여명의 얼굴을 조각한 씨앗 조각가  프로페르치아 데로시   <오른쪽> 이것이 정녕 그림이란 말인가? 17세기 정물화 개척자 클라라 페테르스


(2) 논리적인 정보의 배열, 나만의 레시피

김치찌개를 만들 때 나는 고기부터 볶고 내 여동생은 김치부터 볶는다. 똑같은 재료를 가지고 만드는 사람에 따라 요리의 맛은 달라진다. 앞서 꼽은 3권의 브런치 북은 준비한 정보로 퍼즐을 맞추고 나서 글을 쓴 것처럼 내용 전개의 앞뒤, 전후 맥락이 빈틈이 없고 저마다의 레시피가 돋보인다.


'미술사에서 사라진 여성 미술가'는 15세기부터 시간의 순서대로 '사회초년생을 위한 재테크  튜토리얼'은 돈을 벌고-> 모으고-> 굴리는 사이클로 짜여 있다. 글의 배열(구조)을 시간의 순서 또는 흐름으로 하거나 특화된 사이클이나 단계로 잡는 것도 방법이다.

특이하게 '실무자를 위한 현실 브랜딩 안내서'는 키워드로 풀어나간다. '현관의 브랜딩, 책상의 브랜딩, 탕비실의 브랜딩, 창고의 브랜딩' 등 특정 장소로 '환상 속의 브랜딩, 루프 속 브랜딩, 폭풍 속 브랜딩' 같이 브랜딩 업을 할 때 마주치는 상황을 키워드로 하여 글의 얼개를 구성하였다. 


어떤 방법이든 나만의 레시피를 돋보이면서 맛을 흐트러트리지 않는 재료의 논리적 배열이 필요하다.     


(3) 시각적 효과  

풍성한 정보를 독자들이 잘 받아 들이게 하기 위해 시각적 효과는 도움이 된다. 때로는 평범하게 읽힐 수 있는 글을 도식화, 그림, 도표 등을 이용하여 정리하면 새롭게 다가온다. 이러한 시각적 효과를 잘 살린 책이 토리텔러(Toriteller)님의 '사회초년생을 위한 재테크  튜토리얼'이다. 매 회의 마지막마다 본문 내용 핵심을 1장으로 요약하였다. 요약 페이지만 따로 출력하여 다이어리에 넣고 다니며 수시로 읽는다면 '재테크 마인드를 다잡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매회마다 내용을  1 PGAE로 요약정리 - 사회초년생을 위한 재테크 튜토리얼 -



3. 제목부터 풍기는 참신성

참신성에 대해서는 부연 설명이 필요 없다. 제목부터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와~ 에는 이런 생각을 왜 못했지?" 3권의 책 제목을 읽으며 든 생각이다.  


동생이 생기는 기분

생애최초 주택구입 표류기 

생계형변호사


(1) 우리 주변 이야기

제목과 내용이 참신한 대상작들은 재미있게도 우리 주변에서 쉽게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대한민국에 '동생 있는 사람 손들어~'하면 절반이 넘게 들지 않을까? 그 수많은 사람들 중 동생이 생기는 기분을 책으로 쓰려고 생각해본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첫 집을 사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주말마다 부동산을 다니는 그 누군가, 엉덩이 붙새도 없이 뛰어다니는 현실 직장인 변호사. 책을 읽지 않아도 그들의 삶이 영화처럼 그려진다. 우리 주변의 이야기지만 글로 써볼 생각을 못했던 보석을 찾아내고 싶어진다.


(2) 참신함을 더하는 도구

이숳 작가의 '동생이 생기는 기분'은 10살 차이 나는 동생이 태어나기까지 언니로서 느꼈던 감정과 경험을 재밌는 4컷 웹툰에 담아 아기자기하게 풀어냈다. 읽으면서 엄마 미소, 언니 미소가 저절로 나온다. 마음 깊숙한 곳에 담겨 있는 예전의 기억들을 터치하며 가슴 따뜻해진다. 4컷 웹툰은 그 효과를 증폭시키는 도구로 작용한다. 약간 어설퍼 보이고 미완성 같은 느낌이 좋다.      

이숳 작가님의 마음 따뜻한 4컷 웹툰  < 동생이 생기는 기분 >


(3) 솔직함   

3권의 책은 자기감정에 솔직한 책이다. '생애최초 주택 구입 표류기'에는 어머니를 위한 실거주 주택을 생애 처음 구입하며 느낀 아들감정이 솔직 드러나있다. 내가 원하는 집과 어머니가 원하는 집이 달라 느끼는 갈등. 통장에 대출금액이 스치고 지나갈때의 씁쓸함. 고민 끝에 계약한 빌라를 어머니의 반대로 계약 취소할 때 마치 고구마를 서너 개 먹은 것처럼 답답했다.

'생계'라는 단어는 어디에 붙여도 짠하다. 생계형 변호사가 쓴 '생계형 변호사'는 이 시대 자영업자 또는 직장인의 삶과 다르지 않음을 솔직하게 한다. 변호사생계 유지 필수조건 세일즈 즉 영업이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한다. 어쩌면 누가 봐도 뻔한 이야기를 뻔뻔하게 해야 참신성이 튀어나오나 보다.


4. 기생충도 울고 갈 기획력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기생충의 명대사를 저절로 떠올리게 한 대상 작품 들이다. 기획력이 돋보이는 3 작품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식물 킬러를 위한 아주 쉬운 식물 책 

How are you? 내 마음

미술사에서 사라진 여성 미술가


(1) 글의 기획 의도를 1화에 밝힌다.

"식알못 디자이너가 식물 프로젝트를 만들며 알게 된 3년간의 식물 키우기 노하우"

'식물 킬러를 위한 아주 쉬운 식물 책'의 저자 김파카 작가는 <1화>에 가슴이 뻥 뚫리는 명쾌한 기획의도를 배치하였다. 김파카 작가는 분명 편집자의 피가 흐르고 있다. 예비 작가들이 출간 계획서를 작성할 때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내가 이 책을 왜 내게 되었느지' 기획 의도를 명확하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내가 출간하려는 책의 기획의 의도를 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3분 안에 답이 안 나오거나 두리뭉실한 말만 주저리주저리 나온다면 기획 의도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 이 브런치 책 덕분에 '예비작가를 위한 브런치 연구보고서' 첫 글(글 바로가기)에 나의 기획 의도를 분명히 쓰려고 노력했다. 배운 건 바로 써먹어야 한다.   


(2) 잘 짜인 목차

브런치 북의 목차 구성과 소제목 분류를 보면 기획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가늠이 된다. 나 포함 보통의 브런치 작가들은 하나의 큰 주제를 놓고 글을 써서 글을 발행을 한다. 기획 의도 없이 그냥 쓰면서 쌓인 글은 나중에 한 권의 책으로 엮으려면 난관에 부딪다. 나도 작년에 1년간 쌓인 글로 브런치 북을 엮을 때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다. 계획 없이 쓰다 보니 한 편 자체로는 좋지만 다른 글과 섞이지 않아 버려지는 것이 생긴다. A와 C 간의 괴리감이 커서 B라는 글이 새로 필요하게 되기도 한다.   


나의 글을 묶어 한 권의 책을 만들고 싶다면 초보자의 경우 큰 틀의 목차를 짜서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 방법이 실패할 확률이 낮다. 김혜령 작가의 'How are you? 내 마음'을 보면 책의 목차부터 기획이 잘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책 소개란에 '현대인들의 멘털 관리 안내서'라는 기획 의도를 분명하게 밝히며 목차의 구성을 크게 3가지로 소개하며 독자가 쉽게 받아들이도록 준비 운동을 시킨다. 명상심리전문가이며 2권의 책을 출간한 출간 작가의 내공이 느껴진다. 기획이 잘 된 글이라는 단서는 글을 발행한 날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김혜령 작가의 브런치 북 글은 2편을 제외하고 19년 11월 12일부터 17일까지 5일간에 몰려있다. 재미있는 '발행 날짜의 비밀'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풀어 보겠다.       


전체적인 틀을 짜서 글을 쓸 때의 단점도 있다. 일목 요연한 전개가 될 수 있지만 틀에 박혀 자유롭게 글을 쓰지 못하여 뻔한 책이 나올 수 있다. 어떻게 할지는 본인이 판단해야 한다. 올해도 있을 브런치 공모전에 도전하고 싶다면 지금부터 계획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3) 기획의도가 전달되는 제목

편집자들이 한 권의 책을 기획하여 출간할 때 책 제목을 마지막으로 고심한다고 한다. '82년생 김지영' 편집자의 인터뷰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책 제목은 박혜진 편집자의 의견이 반영되었다고 한다. 박혜진 편집자는 책을 읽고 나서 '김지영'이 고유명사이지만 사회적 한계를 내면화하고 있는 대명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80년대는 태아감별을 해서 지워졌던 여아가 가장 많은 시기였던 동시에 제도적으로는 성차별이 많이 완화되어 변화한 시대이기도 하다. 모순된 시기를 살고 있는 80년대생 여성이 느끼는 공포와 위기를 사회적 화두로 던지고 싶은 기획의도가 책에 내포되어 있었다. '82년생 김지영' 책은 대박이 났고 영화화까지 되었다. 영화로 만든다 발표했을 당시부터 상영된 이후로도 끊임없는 논쟁이 있었다. 어째 되었던 제목만 봐도 기획 의도가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 읽히는 제목이 필요하다.


나도 식물 킬러인데 나를 위한 책이로구나. '식물 킬러를 위한 아주 쉬운 식물 책'은 일러스트 디자이너인 김파카 작가의 센스와 유머가 돋보이는 일러스트 그림과 매끄러운 글이 잘 어우러진 식물 책이다. 식물을 키우는 어려움을 사람과의 관계, 일상의 삶에 비유하며 읽기 쉬운 식물 책을 완성해 냈다. '미술사에서 사라진 여성 미술가'도 제목만 읽어도 글의 기획의도가 읽힌다. 미술사에서 '사라진' 여성 미술가들의 작품과 삶을 재조명하는 이런 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5.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필연적인 것, 플롯(plot)

보이지 않지만 중요한 것. 나에게 '플롯'이란 공기와 같이 여겨졌다. 중고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앤 라모트의 책 '쓰기의 감각'에서 '플롯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플롯은 책이나 단편소설의 뼈대가 되는 이야기이며 캐릭터들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라고 그녀는 이야기한다.   

"이야기가 그냥 물 흐르듯이 흘러가게 해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보통 사람들이 할 만한 행동들을 이야기가 보여 줄 거예요." 그것이 바로 풀롯의 정체이다. 모두가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반대하는 상황 속에서도 불쑥 일어나 그런 행동을 저지르게 만드는 어떤 것, 즉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필연적인 것이 바로 플롯이다.
< 앤 라모트의 책 '쓰기의 감각' 중에서 >  


아직도 헷갈리는 나를 위해 '플롯'을 네OO에 검색해 보았다.

서사 작품 속에서 개별적인 사건의 나열을 말한다. 스토리(strory)는 일반적으로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가를 시간 순서대로 나열한 것인데 반해 플롯(plot)은 외적인 동시에 심리적인 것으로서 양자 관계의 발전 양상이 작품 속에서 질서를 갖추게 된 것이다. 신데렐라의 내용은 하나이지만 다루는 방식에 따라 여러 가지 구성이 생겨나게 된다. E.M. 포스터는 '소설의 이론'에서 플롯은 사건들 간의 필연적 연관 관계가 있기 때문에 스토리와 구분된다는 유명한 지적을 하였다. <네oo 지식 백과 >


답이 있다면 알 수 있는가? 


아직도 플롯의 뜻을 이해 못한다면 조태호 작가의 '답이 있다면 알 수 있는가?'를 읽어 보아야 한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에세이로 풀어냈으나 나는 한 편의 소설을 읽었다. 사실 10편의 대상작 중에서 기획 의도가 가장 모호했고 제목도 마음에 와 닿지 않아 가장 마지막에 읽은 책이다. 조태호의 작가의 책이 정식 출간되면 나는 빛의 속도로 달려가 구매할 것이다.   


(1) 뼈대가 되는 스토리

책의 주된 내용은 조태호 작가의 일본 유학 시절 이야기이다. 스토리상 뻔한 전개일 수도 있지만 그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다시 과거를 오가는 사건을 같은 회에 풀어놓는다. 모든 것이 필연적인 관계가 됨을 독자로 하여금 받아들이게 하는 힘이 있다. 뼈대가 되는 굵직한 스토리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건의 전개를 단단하게 받쳐주고 있다.   


(2) 살아있는 캐릭터

50대 후반, 거북목, 160센티의 키, 기름진 민머리에 어깨에 하얗게 내려앉은 비듬. 끝없이 무언가를 중얼거리는 와카츠키 교수는 그의 책 속에 살아있는 캐릭터이다. 섬세한 외형 묘사는 기본이며 그의 행동과 말투 눈빛까지 그려내는 필력이 놀랍다. 와카츠키 교수의 중얼거림에서 사건의 발단은 시작된다.


(3) 클라이맥스

와카츠키 교수의 재판일. 일본 법정에 조태호 작가가 증인으로 서있다. "조태호상은 왜 지금 한국에 가 있고 무슨 이유입니까?" 질문에 대답해야 하는 순간, 재판장은 쥐 죽은 듯 고요하고 모든 사람은 그의 입술만 쳐다보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이 브런치 북의 클라이맥스는 <12화>-재판-의 한 장면이다. 스펙터클한 장면이 아니어도 손에 땀이 쥐어진다.


조태호 작가의 글을 읽고 플롯을 떠올린 건 그의 이 말 때문이었다.

"저장되지 않은 기억의 시간은 통째로 사라지는 것이니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해서 기억에 남는 일을 만들어야 한다."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필연적인 것이 플롯이라면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해야 하는 우리의 인생도 필연이 아닐까.  




나의 브런치 북이 작년 브런치 공모전에 떨어진 5가지 이유를 정리해 보았다. 이제라도 알았으니 다행이다. 혹여나 대상작을 읽고 의기소침해지지 않았으면 한다. 멋진 10권의 책을 공짜로 읽을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15만 원을 벌었으니 그것 만으로도 충분하다.   


1page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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